한국사 보물찾기 - 우리 가족 주말 역사체험 따라잡기!
어린이동아 취재팀 기획, 김보민 글 / 어린이동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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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 일간지 '어린이 동아'에서 기획한 <<한국사 보물찾기>>에는 20곳이 넘는 유적지 혹은 유적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특히 '부소산성', '풍납토성'등은 어린이들에게는 좀 낯선 유적지가 아닐까 싶어져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문화 공연뿐만 아니라 유적 답사도 꽤 다녀서인지 역사는 학문이 아닌 즐거운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더랬다. '트로이 유적'을 발견한 슐리만처럼 고고학자가 되어 사는 일도 멋지겠다 싶었던 시기도 아주 잠깐 있긴 했지만 역시 '인디아나존스','미이라' 처럼 영화를 통해 보는 편이 훨씬 스펙터클하게 와 닿는 걸 보면 훌륭한 고고학자로서의 자질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언제나 즐겁게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는 '스토리'여서 아동용이든, 어른용이든 간에 가리지 않고 찾아 읽게 된다.

 

주말 가족 나들이를 이 한 권으로 계획해보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짧다면 짧게 하지만 흥미를 돋운다면 또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붙일 수 있을만큼 소개하고 있는 <한국사 보물찾기>는 '사적','국보'를 첫 페이지마다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다. 또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는 에피소드 뒤에 교과 상식up퀴즈를 통해 내용을 정확히 숙지했는지 확인하면서 복습효과도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가 홀로 읽기 보다는 어른과 함께 보면서 퀴즈놀이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표지에서처럼 "우리 가족 주말 역사체험 따라잡기!!"가 되려면 약간의 여행팁을 주어 유적지의 주소나 소장 박물관 or 근처 함께 둘러보면 좋을 역사지역 등을 짧게나마 소개하고 있었다면 좋았겠다 싶어진다. 가령 <난중일기> 페이지에서는 여수의 진남관/타루비, 통영의 세병관/충렬사/벽화박물관, 충남 아산의 현충사(난중일기 보관) 을 맵으로 표기하고 주소와 여행코스를 소개하는 것이 곁들여졌다면 더 좋았겠다 싶어진다.

 

반대로 역사서로서의 의미를 부각하려 했다면 난중일기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인물요약이 마지막에 곁들여졌다면 더 좋았겠다 싶어진다는 거다. 좋은 책이니 욕심이 나고 부족한 점이 아니라 덧붙여진다면 더 좋겠다 싶어져 아이디어가 샘솟게 된다. 어린이용  역사서를 한 권 앞에 놓고 혼자 신나서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면서 별별 상상을 다 해보고 있다. 독자를 이처럼 신나게 만드는 책은 정말 오래간만이라서 이 책 시리즈로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하고 있다.

 

한국사는 우리의 역사다. 몇 백년 전 혹은 몇 천년 전의 '어제'이면서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현대적 해석이 필요한 과거가 바로 역사라고 생각된다.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 역사공부는 반드시 학문의 바탕이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조금 다르게 배워나갈 수는 없을까. 주입식 말고, 토론식으로 그리고 시청각 자료등을 통한 학습과 답사까지 이어진 학습으로. 대학민국의 교육현실에 걸맞지 않는 상상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만한 학습 현장이야기가 들려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사실 어른인 내게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적힌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놀랄만한 다른 해석도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지는 역사서적들이 색다른 버전, 다각도의 편집, 다양한 해석으로 출판되어 골라읽는 재미가 쏠쏠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해 서점나들이를 하는 어른들의 발걸음도 신나서 가벼워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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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 - 20년간 생명의 목소리를 들어온 의사가 전하는 진료실 에세이
김남규 지음 / 이지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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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의사가 써 놓은 글 한 페이지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응당 아프면 진료 받으러 가던 병원이라는 곳에서 꼭 만나고 돌아와야 할 사람 중의 하나인 '의사'. 직업적으로의 의사만 생각했지 사람으로서의 그를 염두에 두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나는 살면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을 찾아오는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그가 품었을 마음. 떠나보내야하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의 그 마음. 직업적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어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죽음을 목격하는 일은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의사라도 여전히 괴롭습니다' 라는 고백은 읽는 사람을 참으로 숙연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저자 소개 아래  "책의 인세는 전액 어려운 환자를 위해 기부됩니다"라는 말이 이례적이었다. 수많은 의사들이 집필한 책을 읽었어도 전액을 기부한다는 문장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읽기 전부터 이 책은 참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왔다.

 

저자 김남규 교수가 말하는 '살아 있다는 것'은 감사와 직결되어 있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많이 가졌든 똑똑한 사람이든 한결같이 똑같은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 아주 많이 아픈 사람들. 그래서 말기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든 응급수술로 들어가 누워 있는 환자와 마주하든 간에 사람의 인생을 보는 치료를 펼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다르듯 자신에게 다가온 병을 대하는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의 기억속에 남은 환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의 소중함을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병원의 젊은 전임의 부부에게 찾아온 불행은 심각했다. 임신 중인 아이의 기형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고 평생 기형이 심한 아이를 케어하며 사는 삶을 선택했다. 장애인에게 천국일리 없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가치에 따라 생명을 지키는 선택을 한 부부의 큰 사랑만큼이나 눈물겨운 사랑을 선택한 부모도 있었다. 의사의 길을 택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시신기증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부모. 그 마음이 얼마나 갈래갈래 찢어질지....꼭 부모가 되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의 스트레스도 하늘과 닿아 있겠구나! 싶어진다.

 

계절이 돌아오듯 사람도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지금의 나로 살 수 있는 순간은 단 한번 뿐이기 때문에 오늘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 <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 때로는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남을 통해 들으면서 가슴에 다시금 각인 시키게 될 때가 있다. 지금처럼.

 

서평을 올리는 도중, 멀리 있는 이웃에게서 카톡 한 통이 왔다. 방금 스케치 한 그림이라며 자신의 고양이를 멋지게 그려서 보내준 소식. 아! 굳이 책을 읽지 않고서도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이웃들이 내 곁에 있구나...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통해서도 배우고 곁의 사람들을 통해서도 배워나간다.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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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부여로 보는 백제 펼쳐 보는 우리 역사
안미연 지음, 무돌 그림, 정재윤 감수 / 현암주니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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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 되기 전에 친구와 단둘이 '백제문화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다녀온 곳이 공주와 부여였다. '땅'이라는 자연은 옛 사람들이 살다 죽어 묻힌 그 위가 또 새로 태어난 사람들 삶의 터전으로 이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유익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페이지를 펼치면 그 속에 과거의 땅이 고스란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주'가 펼쳐지면 '웅진성'이 등장한다.

 

깨알같이 쓰여진 방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그 편집이 놀라워 이 책은 백제 역사에 관심을 둔 지인들에게 입소문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른이건 아이건 상관없이.

 

사실 직접 가서 본 백제의 유적지들은(공주/부여-충남지역) 조선이나 신라의 그것에 비해 작고 밀집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는 충남지역만을 보고 판단한 기우였다. 무령왕릉을 비롯한 송산리 고분군부터 부소산성과 정림사지가 위치한 부여만 '백제'의 유적지가 아니었던 것. 미륵사지가 있는 익산과 종교/예술적인 교류가 빈번했던 일본에 남겨진 백제의 흔적은 빠져 있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의 유적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만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세밀했는데 왕과 왕비를 지키는 진묘수와 무덤 주인을 알려주었다는 지석 두 장이 있다는 '무령왕릉'은 이 책을 보고나니 다시 한번 가서 책에서 짚어주고 있는 유적들을 세세히 살피고 싶어졌고 도읍지에 따라 셋으로 분류한다는 백제의 역사는 앞으로 드라마를 통해 자주 접하고 싶어진다.



쉽게 접해왔던 조선의 역사나 가까이 있어 훌쩍 떠나서 볼 수 있었던 신라의 역사와 달리 언제나 멀게만 느껴졌던 백제의 역사. 도시 하나조차 동서남북중앙의 왕도 5부제로 빈틈없이 꼼꼼하게 계획했던(백제 성왕) 그 역사가 오늘날에는 왜 이토록 알려지지 않았나 싶어져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역사였는데 성인이 되고보니 머릿 속에는 별로 남겨진 것이 없었다.

 

책은 한성 시대를 끝내고 남쪽으로 내려와 웅진성을 세우던 시기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왕인 의자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문화, 주변 국가와의 외교/관계, 중요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역사를 정리해놓고 있다. 화려했던 궁남지, 부소산성, 정림사지 5층 석탑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흔적을 한 도심 안에서 볼 수 있는 '부여'는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한때 건축 기술을 꽃피웠던 '사비의 땅'으로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곳이었다. 특히 슬슬 거닐면서 그 향취에 빠져보게 만들던 궁남지의 추억을 책을 보며 다시금 되새김질 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이야 충남 논산이라고 하면 '훈련소'가 먼저 떠올려지겠지만 논산시 연산면은 1300여 년 전엔 계백과 김유신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황산벌의 주무대였다. 그 흔적은 백제 군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니 조만간 백제 유적여행을 다시 한 번 다녀와야겠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알고 떠나는 역사탐방과 그냥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은 큰 차이가 있구나!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주 부여로 보는 백제>를 읽기 전과 그 후의 답사기는 천지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짐작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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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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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사실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나서 '이 작가, 대단하다!!'고 느꼈더랬다.
하지만 이후 그의 작품들을 줄줄이 읽으면서 "와, 너무 좋아~"라기 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니까"가 되어 버려 읽기를 중단했다. 나에게 있어 책읽기란 어떤 장르의 글을 읽든 읽는 순간 가장 행복해야하는 순간이므로 다른 생각이 껴 들었다는 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여지가 생겨버린 것을 뜻하므로 그럴 때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건 브랜드 네이밍이 있는 책이건 간에 그 읽기를 속히 그만두고 만다.

장르 불문하고 활자중독자처럼 읽어대는 모습을 보고 읽는 것에 있어 까다로움이 없는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속으로 슬쩍 웃음지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럴까? 단순히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와 판단, 통설 등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경험한 사람이라면 타인에 대해 쉽게 직화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기존에 그에 대해 알고 있던(여러 권의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들은 뒤로 하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제목에 맞게 우연한 기회에 작가가 되어 소설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 사는 어느 아저씨의 회고담을 읽듯이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살아온 세월을 반영하는 것이 얼굴이라고 했던가. 사진은 표정이 멈추어 있는 순간의 포착이라 작가의 표정변화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찍힌 흑백사진 속 그는 참 단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의지가 결연한 사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을 사람. 관상학에 조예가 깊지 않아 적중률이 얼만큼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모습은 그가 쓴 에세이 속 문체와 다르지 않아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글의 모습과 사람의 모습이 동일했다.

 

P74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후세에 남는 것은 작품이지 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던 문학상에 대한 구설과 시시비비가 일본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었나보다. 스펙처럼 붙는 '수상'에 대한 솔직한 심정, 그동안 문학상 심사위원을 계속 거절해왔던 이유, 만전을 기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 스스로가 고양이적인 인격이라고 말하는 까닭, 개인의 시스템과 일본 교육에 대한 가감없는 소신적 발언 을 읽으면서 어느새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그의 에세이를 기다리는 독자로 변해버렸구나! 를 깨닫게 되었다. 편했다. 읽는 내내-.
적잖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구나 느껴져 한결 그가 좋아졌다는 것이 더 솔직한 느낌이기도 했다.

 

간혹 그는 실생활에서 '지극히 보통의 인간'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별것 아닌 일에 상처 받기도 하고, 거꾸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놓고 나중에 끙끙거리며 하며 유혹엔 쉽게 넘어가면서 따분한 의무는 달갑지 않아하는 남자. 사소한 일에 일일이 화를 내기도 하는 아저씨. 되도록 변명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때로는 무심코 입 밖에 내뱉기도 하는 그런 사람.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모습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느꼈다면,

소설가가 직업인 그는 하루 다섯 시간 가량을 과묵한 집중력을 배가시키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조깅까지 거르지 않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직업작가였다. 도저히 스물 아홉이 될때까지 작가를 꿈꿔본 적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쓴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사람이어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왜 이 책이 좋아졌는지 그 이유를 발견했다. 인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작가.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지는 않으나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오해없이 피력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타인에 대한 혹은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서였다.

 

만약 '무라카미 하루키'로 살아온 35년의 시간을 이토록 담담하게 털어놓은 책이 아니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왜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내는가,
소설을 쓰기 위한 강한 마음
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법서처럼 쓰여졌다면 얼마나 실망하고 말았을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쓴 책 한 권을 읽었다. 소설이었다면 색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밥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세상 속에서 꾸준히 삼십오 년을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글로 밥벌이를 해 오고 있는 소설가였다. 그런 그가 글과 함께 해 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책을 통해-.

책에 버튼이 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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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
신정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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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할 것과 근심하지 말 것을 분별케 하소서

조용히 앉아 있기를 가르쳐 주소서   

 

 

 

T.S 엘리엇의 <성회 수요일>  의 한 대목이 두번째 명언으로 등장한다. 에세이 서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은 한 권 자체가 근사한 명언집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인문학서적이었다.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카프카의 현명한 충고나 짧은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한 충고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한 대목과 함께 나열되어 있기도 했다. 왠만큼 잡학다식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홀로 이 책을 읽는 쪽이 훨씬 더 유용하리라 여겨질만큼 알이 꽉찬 옥수수마냥 읽을거리가 가득한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계속 신이나 있었더랬다.

 

정보나 지식만 실려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운 시집의 시어처럼 다가왔던 에우리피데스의 문장은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유명한 광고 카피 한 줄 보다 더 멋드러진 것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가을을 가지고 있다..."라니.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 글을 인용하여 젊음과 아름다움에 빚대어 이야기했다는데 비단 그 내용은 모르더라도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워지기 충분했다. 그에 반해 수수께끼 같으면서도 언어도단 같이 느껴지는 말도 있었는데 바로 박지원의 <영대정잉묵>에 등장하는 말이 그러했다.

 

P94  세상에서 떠들어대는 '쓸모 있는 사람'은

        반드시 쓸모없으며, '쓸모없는 사람'은

        반드시 쓸모 있는 사람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오묘하게 헷갈리는 이 말을 앞에 두고 밥알 씹듯 곱씹어보았는데 아직 이 말이 전하는 의미를 100%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단순히 사람이란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라고 결론내리기엔 뭔가 덜 이해하고 지나치는 말 같아서 포스트 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어놓고 자주자주 보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려 한다. 이해될때 즈음하여 떼 내려고 벽에 붙여둔 포스트 잇이 한 10장 쯤 되는데, 이 문장도 그 벽에 더해졌다. 오늘부로-,

 

하지만 모두 어려운 말들은 아니었다. 카를 힐티의 <행복론>에 등장하는 "적은 나의 좋은 벗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은 차라리 좋은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라는 말은 정말 쉬웠으니까. 그러니 지레 겁먹고 어렵겠다 싶어 이 책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간혹 책을 읽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과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러면 곁에 두고 짬짬이 펼쳐 그 대목이 이해가 될때까지 읽고 또 읽으며 문장을 되새김질하는 즐거움에 빠져든다. 문장 하나가 수수께끼보다 훨씬 재미나다. 나라는 독자에겐. 장 자크 루소의 글처럼 나는 의욕껏 배우면서 늙어갈지도 모른다. 가르치는 뿌듯함보다는 배우는 기쁨이 두 배는 더 컸다. 언제나.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은 두 번 나누어 읽은 책이다. 처음에는 애벌읽기처럼 페이지 윗단의 명문장들만 주르륵 넘기며 읽었고 두번째는 문장+내용을 두루 살피며 읽었다. 독자에 따라 나누어 활용해도 좋겠고 에세이처럼 읽어도 좋겠지만 분명한 것은 읽을거리들이 다른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라 참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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