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 - 20년간 생명의 목소리를 들어온 의사가 전하는 진료실 에세이
김남규 지음 / 이지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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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의사가 써 놓은 글 한 페이지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응당 아프면 진료 받으러 가던 병원이라는 곳에서 꼭 만나고 돌아와야 할 사람 중의 하나인 '의사'. 직업적으로의 의사만 생각했지 사람으로서의 그를 염두에 두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나는 살면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을 찾아오는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그가 품었을 마음. 떠나보내야하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의 그 마음. 직업적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어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죽음을 목격하는 일은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의사라도 여전히 괴롭습니다' 라는 고백은 읽는 사람을 참으로 숙연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저자 소개 아래  "책의 인세는 전액 어려운 환자를 위해 기부됩니다"라는 말이 이례적이었다. 수많은 의사들이 집필한 책을 읽었어도 전액을 기부한다는 문장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읽기 전부터 이 책은 참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왔다.

 

저자 김남규 교수가 말하는 '살아 있다는 것'은 감사와 직결되어 있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많이 가졌든 똑똑한 사람이든 한결같이 똑같은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 아주 많이 아픈 사람들. 그래서 말기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든 응급수술로 들어가 누워 있는 환자와 마주하든 간에 사람의 인생을 보는 치료를 펼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다르듯 자신에게 다가온 병을 대하는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의 기억속에 남은 환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의 소중함을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병원의 젊은 전임의 부부에게 찾아온 불행은 심각했다. 임신 중인 아이의 기형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고 평생 기형이 심한 아이를 케어하며 사는 삶을 선택했다. 장애인에게 천국일리 없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가치에 따라 생명을 지키는 선택을 한 부부의 큰 사랑만큼이나 눈물겨운 사랑을 선택한 부모도 있었다. 의사의 길을 택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시신기증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부모. 그 마음이 얼마나 갈래갈래 찢어질지....꼭 부모가 되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의 스트레스도 하늘과 닿아 있겠구나! 싶어진다.

 

계절이 돌아오듯 사람도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지금의 나로 살 수 있는 순간은 단 한번 뿐이기 때문에 오늘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 <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 때로는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남을 통해 들으면서 가슴에 다시금 각인 시키게 될 때가 있다. 지금처럼.

 

서평을 올리는 도중, 멀리 있는 이웃에게서 카톡 한 통이 왔다. 방금 스케치 한 그림이라며 자신의 고양이를 멋지게 그려서 보내준 소식. 아! 굳이 책을 읽지 않고서도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이웃들이 내 곁에 있구나...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통해서도 배우고 곁의 사람들을 통해서도 배워나간다.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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