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리본 & 선물포장 - DVD 동영상 강의로 쉽게 배우는 친절한 DIY 교과서 8
김선영 지음 / 터닝포인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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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곱게 해야하고, 같은 물건이라도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해야 한다는 것이 엄마의 가르침이셨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포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친구들의 생일 선물도 꼭 내 손으로 포장하는 버릇은 그때 생긴 것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포장법서적도 너무나 많거에 딱히 교습을 받지 않고 스스로 똑같이 흉내내고 응용하는 것으로 몇몇가지 나만의 포장법을 가지고 있는 단계라 굳이 책장을 정리하며 더 많은 책을 살 필요는 없겠다 싶은 상태였다. 적어도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새로운 트랜드를 구경하고파 들른 서점에서 [리본 & 선물포장 DIY]이라는 제목 아래 예쁘게 포장된 분홍 상자를 보며 대체 무엇을 포장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얼른 몇 장을 들춰 보았는데, 궁금증을 해결하기는 커녕 빠르게 찾아내지도 못한 채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눈에 넣어야만 했다. 원통, 사각, 삼각, 뿔 등등 다른 책들처럼 포장해야하는 틀은 똑같았지만 어찌나 예쁜 방법들로 포장이 되어 있던지 정성과 아름다움이 한 데 뭉쳐져 누구에게 선물해도 칭찬받을 수 있을 작품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궁금했던 겉표지의 포장은 속옷포장의 한 종류였는데, 알고 보니 딱 속옷 포장을 위한 포장법으로 보였다. 그 외에도 삼각뿔 봉투 포장은 작은 초컬릿들을 낱개로 포장해 선물하기에 딱 좋아 보였고 한 쪽 귀에 리본을 달아 깜찍하게 포장하는 방법인 미키상자 포장법은 너무나 새로운 것이라 페이지에 큼직한 별표 5개가 처졌다. 결국 책을 구매하고 말았지만 하나도 후회되지 않았다. 포장법과 각종 취미도서로 가득한 칸에 꽂히면서도 책에게 "자주보자~"고 인사를 건넸다. 정말 자주 꺼내볼 것 같았기 때문에. 

프린트 리본, 골직 리본, 오간디 리본, 아트지, 골판지, 타공지, 주름지 등등으로 싸 볼 수 있는 포장법은 정말이지 끝이 없었다. 

예쁘게 포장하면 정성도 들어간 듯 보이고 기분좋게 받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뿌듯해진다. 그래서 직접 포장하는 즐거움을 버리지 못하고 내일 또 포장할 것은 없나 찾아보게 된다. 사실 선물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 수단이 가장 바쁘게 응용되는 두 달 중 한 달인 5월을 맞아 응용된 예쁜 나만의 포장법을 구상해보면서 나는 5월에 또 많은 감사를 얻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주면서도 도리어 감사받게 되다니....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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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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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터울인 동생은 참 책을 안 읽는다. 녀석이 평생 읽은 책이 내가 한 달간 읽은 책보다 좀 많을까? 그 정도이지만 녀석의 좋은 책 골라내는 재능은 가히 살인적이다. 깜짝 놀랄만큼 정확하고 날카롭다. 주로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등을 읽는 동생이 골라낸 책들은 꽤나 책을 많이 읽고산다는 내가 골라낸 것보다 괜찮다. 그래서 가끔 한번씩은 녀석이 근래에 읽는 책의 리스트가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함께 읽고자.

그런 녀석이 [지구 속 여행]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도중에 원작을 읽었다는 놀라운 고백을 했다. 읽는 책의 수도 많지않고 더군다나 편식독서를 하고 있는 녀석이 소설이라니...그것도 쥘 베른의 소설을......!!

순간 심봉사가 눈을 크게 뜨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어질만큼 두 눈이 크게 떠졌는데, 녀석도 겸연쩍었는지 재미있었노라고 변명하듯 덧붙였다.  좋은 책 골라내기 선수인 동생의 손에 들려진 [지구 속 여행]은 [80일간의 세계일주],[해저2만리]등을 써낸 작가 쥘 베른의 작품이다. 충직한 안내인, 헌신적인 조카, 확고한 신념을 가진 학자가 지구의 내장을 구경하러 지구 속으로 여행을 감행하는 과학소설이며 동시에 교육적 요소와 오락적 요소까지 골고루 섞여 있는 소설이다. 지금도 평범한 우리들은 지구의 중심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과학이 발달해 지구 속에 무엇이 있는지 공부해왔고 쥘 베른보다 더 해박한 지식들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지구 속 여행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저 중심에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지 않을까? 너무 뜨거운 열기로 중심에 다다르지 못할거야!라는 그때의 사람들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생각들을 가지고.

하지만 1863년 5월, 별반 과학적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도 리델브로크 교수와 그의 조카 악셀은 지구 중심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운명이 이끄는대로. 솜털오리 사냥꾼인 한스를 동반한 채로. 스노리 스투를루손의 [헤임스크링글라]의 룬문자 해독이 가져다준 여행은 스타르타리스 봉우리부터 시작되어 세 개의 구멍과 지하 64km를 지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동부지방 활화산인 에트나 화산으로까지 이어진다. 

게르만 민족이 1c부터 사용한 표음문자이며 5~8c에 가장 성행했다고 알려진 룬문자로 쓰여진 "7월 1일 스테펠스 요클의 분화구 안으로 내려가면 지구의 중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아르네 사크누셈의 글만으로 단행되어진 무모한 여행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이 났지만 그 당시는 물론 지금 역시, 그 누구도 쉽게 실행하지 못할 일을 상상해낸 쥘 베른은 그 어떤 판타지 보다 멋진 SF를 완성해냈다. 

앙리 4세의 '낭트칙령'으로 유명한 낭트태생인 작가는 [삼총사]의 작가 뒤마와 친구이며 법률공부,증권거래소 근무,시의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작가로서의 삶외에도 사회적으로 부유하고 성공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축복만 받으며 살아온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감탄스러울 지경의 프로필을 뽐내던 그도 백내장과 당료로 77세에 별세했다고 한다. 

만약 쥘 베른이 현대를 살고 있었다면 어떤 SF를 상상해냈을지 궁금한 가운데 노스트라다무스와 쥘 베른이 지금 동시대에 살고 있다면 참 재미있었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끝으로 책읽기를 마치고 [지구 속 여행]을 책장에 꽂아두었다. 추후 동생과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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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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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걸어줄께,우리는 백지 위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백 권의 책을 읽고도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마주할때엔 과연 이 사람에게 책이 끼치는 영향력은 자양분이 하나도 없는 거죽같이 느껴져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 책이 아닌가 싶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날짜변경선]처럼 좋은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될 때엔 책이 문제가 아니라 책 읽는 사람에게 문제가 많음을 깨닫게 되어 또다시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제이 아셰르작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읽고 있다는 한 이웃의 쪽지를 건네받는 순간 소설을 읽었을때의 안타까움이 떠올려졌다. "그게 최선이었습니까?"라고 김주원처럼 버럭 소리지르고 싶었던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읽은 [날짜변경선]은 그 반대의 느낌을 선물했는데 "이게 최선이라면"으로 긍정의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청소년 성장 소설은 어둡게 시작해서 밝게 끝나거나 시종일관 밝게 진행되기 마련인데, 소설은 평지에서 시작해 굴곡없이 평지에서 끝난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기복을 그래프화하자면 그랬다. 말미의 극대화된 감동을 위해 주인공들을 일부러 극한의 위기로 몰아넣지도 않았으며 반항심이나 영웅심으로 똘똘 무장한 단독 주인공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요즘 아이들 책을 안읽는다"라는 어른들 말을 살짝 비켜갈 고1,고2 문학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있다. 


내 언어와 내 기억을 믿어...


그들은 예고 문창반 우진, 만년 백일장 참가생이기만 한 현수, 나왔다하면 상을 휩쓸어버리는 유명한 윤희였다. 

가장 재능이 뛰어난 윤희는 왕따였던 과거를 팔아 상을 휩쓸고 있다는 우진의 옛악플과 달리 자신을 왕따시켰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주변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과 그런 그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향한 "화"를 글로 풀어내고 있는 소녀였다.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적는 것으로 풀어가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면서도 정작 사람들의 악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무답으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그 상처는 그녀의 성장과 함께 후퇴하지도 잊혀지지도 않았으며 여전히 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뛰어난 글재주에도 불구하고 문창과가 아닌 사범대로 진로를 결정했다. 자신과 같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났던 선생과는 다른 모습의 선생이 되기 위해.

간간히 상을 타고는 있지만 과거 윤희의 글을 훔쳐 상을 탔던 경력과 그녀에 대한 악플을 올렸던 우진은 문창과 합격을 꿈꾸는 문학도다. 살리에르처럼 윤희의 빛나는 재능에 몸살을 앓고 편입한 예고 문창과 급우들의 천재성 속에서 파묻히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몸무림을 치는 가장 열정적인 캐릭터인 동시에 인간적인 캐릭터다. 정말로 글이 좋아 글을 놓칠 수 없는 그에게선 너무 즐거워 이게 아니면 안돼!라는 것이 간절히 느껴진다. 

반대로 만년 백일장 참가인원수만 채우고 있는 현수는 단 한번도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부모님의 우려와 담임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백일장 참가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묵묵히, 꾸준히 하고 있지만 재능이 없어보이고 열정적이지도 못한 자신의 모습에 흔들릴 때 한솔을 가장한 윤희와 만나게 되고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우진과 셋이 함께하며 자신에게 "글"이란 어떤 존재인지 답을 얻었다. 문창과 거절이유를 "잘 쓰고 못 쓰고 상관없이. 이게 즐거워. 이게 아니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가는 거야."라고 밝혔던 윤희의 말처럼 그 역시 우진과 마찬가지였다. 마땅찮아하는 담임과 엄마와 싸우고 서라도 상 하나 주지 않는 백일장에 나가기로 결심을 굳힌다. 단 여태 무관심했던 아버지로부터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 봐라"는 긍정의 답을 얻은 채. 

나 자신에게는 절대 지지 않기...

우진, 윤희, 현수는 백일장 키드다. "날짜변경선"을 수시로 접속하며 전국의 백일장에 참가한다. 그 사이 자신의 재능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현수는 우진과 윤희를 만나면서 재능과 미래가 아닌 자신에 대한 확신의 답을 얻어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냈으므로. [날짜변경선]은 이 답만으로도 따뜻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성장소설이 된다. 게다가 읽는 내내 "비교"보다는 "이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그래서 참 따뜻했다. 이 소설의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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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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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늙은 일본여인의 첫사랑 투어에 한국 청년이 통역으로 채용되었다. 일본에서 자라 한국말에 익숙치 않은 그가 북한을 다녀온 후 남한에서 17년간 옥살이를 하고 독일에서 자살해야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17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는 옥에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왜 북한에 갔어야만 했을까. 많은 의문을 가지고 소설은 출발했다. 

양면의 사나이 아이블링거로 인해 재탄생한 요한 힌터마이어가 작곡에 전념했던 독일, 니나가와 하나코와 야마가와 겐타로, 혹은 토마스 김, 혹은 김상호로 불린 남자가 막 사랑을 꽃피운 일본, 이구노라고 놀리듯 불리며 노파의 통역이 되어 독일에서 자살한 한 남자의 삶을 뒤쫓고 있는 이근호가 있는 독일. 이렇게 시대도 다르고 주동인물도 다르며, 서 있는 땅덩어리조차 다른 세 이야기가 서로 엮이며 비밀을 풀어내는 소설이 [랩소디 인 베를린]이다. 

1970년 간첩죄로 피소되어 남한에서 옥살이를 했던 김상호는 67세가 되던 해 독일에서 자살한다. 슬픈 운명을 타고 태어났던 그가 일본, 한국, 독일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이 떠돌며 살다 죽는 모습에서 우리는 민족으로서도 같은 인간으로서도 슬퍼지고야만다. 음악 곁에 살면서 비밀을 지키는 일을 했던 힌터마이어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고 죽은 김상호의 삶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18세기 바로크 시대독일에 비해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삶은 달라졌을까. 바로 답변을 달지 못한 채 소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떠돌며 살아야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애처로움을 담아 우리 앞에 내려놓았는데, 40여년 간이나 떠났던 한 남자를 그리워하다 그의 죽음을 알게 된 여인의 비통함이 더해져 들리지 않는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을 겪으며 읽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작가 구효서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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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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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찰은 언제나 늦게 온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조차 경찰의 출동은 늦다. 단 한번도 범인의 앞에서 범인을 잡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건이 일어나야지만 그들을 잡을 기회가 생기니까. 미리 추리해서 다음 범죄를 예방하는 탐정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오든 이미 늦었어"는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구절이었다. 

소설에서도 그랬다. 특별팀이 꾸려졌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그림자초자 주어지지 않는다. 

데비 12살. 중학교에서 납치.
에닉 10살. 숲에서 길을 잃음.
세이바인 7살. 놀이동산에서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유괴.
멀리사 13살. 친구들과 몰래 놀기 위해 부모 몰래 집을 빠져 나갔으나 행방불명.
캐럴라인 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납치.

이렇게 다섯 명은 신원이 확인된 것에 비해 여섯 번째 유괴 소녀는 범인처럼 그 어떤 단서도 없었다. 단지 잘린 팔 한짝만 나머지 아이들의 팔과 함께 발견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살아있다고 확신한 경찰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범인의 뒤를 맹렬히 쫓고 또 쫓는다. 

편의상 "앨버트"라고 명명되어진 살인범은 버먼-로널드-펠러-스티브-록포드를 조정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연쇄살인범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차를 두고 강박적으로 범행을 반복하며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고 했는데, 스티브나 록포드를 조정했던 시간에서 한참이나 세월이 지나서 또 연쇄살인을 사주한 것을 보면 그는 절대로 멈출 수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정말 신은 묵묵히 지켜볼 뿐인 것일까. 악마가 속삭이는데도.

무섭게도 이야기는 정말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유괴를 당했닥 극적으로 구해진 밀라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아이들이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사건 해결을 웒는데도 범인은 그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니클라 수녀의 협조에도 범인은 제깍 잡혀오질 않았다. 

악이 선행을 베푸는 일을 희망하는 밀라와 악은 악을 부를 뿐이며 그게 바로 악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믿는 니클라 수녀의 정성이 통했는지 납치 47일째가 지난 샌드라는 팔 한쪽을 잃은 채 구해졌고, 중간중간에 언급되었던 수상한 수감자가 "프랭키"임이 밝혀지지만 그가 풀려나 사라진 찝찝한 상태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결말이 가장 현실적인 답안인 듯 했다. 그들은 결코 멈추지도 쉽게 잡히지도 않으니까. 살인의 추억이나 그놈 목소리의 그들처럼. 

법의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인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연쇄살인범을 최종 목적에 따라 다섯 부류로 나누었는데, 

또 다른 나에 의해 지배 당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망상가"집단 , 살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선교자"형, 성폭행을 동반한 "권력 추구형", 살해 행위 중 느껴지는 쾌락을 목적으로 한 "쾌락 추구형" 에 이어 소설에 등장하는 프랭키와 같은 유형인 "속삭이는 자들"로 분류했다.

마지막에 언급된 속삭이는 자들은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고 그들을 도구삼아 사용하는 가장 고의적이며 치밀한 범죄자로 사람이 사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온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로 충격이 밀려오게 만드는 유형이다. 2009년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 및 총 4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 실화라는 사실을 프랭키가 사라진 마지막 순간에 다시 떠올린다면 소설이 얼마나 무섭게 다가올지 상상이 갈 것이다. 궁금핟면 직접 경험해 보라고 소설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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