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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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늙은 일본여인의 첫사랑 투어에 한국 청년이 통역으로 채용되었다. 일본에서 자라 한국말에 익숙치 않은 그가 북한을 다녀온 후 남한에서 17년간 옥살이를 하고 독일에서 자살해야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17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는 옥에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왜 북한에 갔어야만 했을까. 많은 의문을 가지고 소설은 출발했다. 

양면의 사나이 아이블링거로 인해 재탄생한 요한 힌터마이어가 작곡에 전념했던 독일, 니나가와 하나코와 야마가와 겐타로, 혹은 토마스 김, 혹은 김상호로 불린 남자가 막 사랑을 꽃피운 일본, 이구노라고 놀리듯 불리며 노파의 통역이 되어 독일에서 자살한 한 남자의 삶을 뒤쫓고 있는 이근호가 있는 독일. 이렇게 시대도 다르고 주동인물도 다르며, 서 있는 땅덩어리조차 다른 세 이야기가 서로 엮이며 비밀을 풀어내는 소설이 [랩소디 인 베를린]이다. 

1970년 간첩죄로 피소되어 남한에서 옥살이를 했던 김상호는 67세가 되던 해 독일에서 자살한다. 슬픈 운명을 타고 태어났던 그가 일본, 한국, 독일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이 떠돌며 살다 죽는 모습에서 우리는 민족으로서도 같은 인간으로서도 슬퍼지고야만다. 음악 곁에 살면서 비밀을 지키는 일을 했던 힌터마이어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고 죽은 김상호의 삶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18세기 바로크 시대독일에 비해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삶은 달라졌을까. 바로 답변을 달지 못한 채 소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떠돌며 살아야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애처로움을 담아 우리 앞에 내려놓았는데, 40여년 간이나 떠났던 한 남자를 그리워하다 그의 죽음을 알게 된 여인의 비통함이 더해져 들리지 않는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을 겪으며 읽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작가 구효서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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