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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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걸어줄께,우리는 백지 위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백 권의 책을 읽고도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마주할때엔 과연 이 사람에게 책이 끼치는 영향력은 자양분이 하나도 없는 거죽같이 느껴져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 책이 아닌가 싶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날짜변경선]처럼 좋은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될 때엔 책이 문제가 아니라 책 읽는 사람에게 문제가 많음을 깨닫게 되어 또다시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제이 아셰르작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읽고 있다는 한 이웃의 쪽지를 건네받는 순간 소설을 읽었을때의 안타까움이 떠올려졌다. "그게 최선이었습니까?"라고 김주원처럼 버럭 소리지르고 싶었던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읽은 [날짜변경선]은 그 반대의 느낌을 선물했는데 "이게 최선이라면"으로 긍정의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청소년 성장 소설은 어둡게 시작해서 밝게 끝나거나 시종일관 밝게 진행되기 마련인데, 소설은 평지에서 시작해 굴곡없이 평지에서 끝난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기복을 그래프화하자면 그랬다. 말미의 극대화된 감동을 위해 주인공들을 일부러 극한의 위기로 몰아넣지도 않았으며 반항심이나 영웅심으로 똘똘 무장한 단독 주인공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요즘 아이들 책을 안읽는다"라는 어른들 말을 살짝 비켜갈 고1,고2 문학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있다. 


내 언어와 내 기억을 믿어...


그들은 예고 문창반 우진, 만년 백일장 참가생이기만 한 현수, 나왔다하면 상을 휩쓸어버리는 유명한 윤희였다. 

가장 재능이 뛰어난 윤희는 왕따였던 과거를 팔아 상을 휩쓸고 있다는 우진의 옛악플과 달리 자신을 왕따시켰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주변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과 그런 그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향한 "화"를 글로 풀어내고 있는 소녀였다.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적는 것으로 풀어가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면서도 정작 사람들의 악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무답으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그 상처는 그녀의 성장과 함께 후퇴하지도 잊혀지지도 않았으며 여전히 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뛰어난 글재주에도 불구하고 문창과가 아닌 사범대로 진로를 결정했다. 자신과 같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났던 선생과는 다른 모습의 선생이 되기 위해.

간간히 상을 타고는 있지만 과거 윤희의 글을 훔쳐 상을 탔던 경력과 그녀에 대한 악플을 올렸던 우진은 문창과 합격을 꿈꾸는 문학도다. 살리에르처럼 윤희의 빛나는 재능에 몸살을 앓고 편입한 예고 문창과 급우들의 천재성 속에서 파묻히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몸무림을 치는 가장 열정적인 캐릭터인 동시에 인간적인 캐릭터다. 정말로 글이 좋아 글을 놓칠 수 없는 그에게선 너무 즐거워 이게 아니면 안돼!라는 것이 간절히 느껴진다. 

반대로 만년 백일장 참가인원수만 채우고 있는 현수는 단 한번도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부모님의 우려와 담임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백일장 참가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묵묵히, 꾸준히 하고 있지만 재능이 없어보이고 열정적이지도 못한 자신의 모습에 흔들릴 때 한솔을 가장한 윤희와 만나게 되고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우진과 셋이 함께하며 자신에게 "글"이란 어떤 존재인지 답을 얻었다. 문창과 거절이유를 "잘 쓰고 못 쓰고 상관없이. 이게 즐거워. 이게 아니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가는 거야."라고 밝혔던 윤희의 말처럼 그 역시 우진과 마찬가지였다. 마땅찮아하는 담임과 엄마와 싸우고 서라도 상 하나 주지 않는 백일장에 나가기로 결심을 굳힌다. 단 여태 무관심했던 아버지로부터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 봐라"는 긍정의 답을 얻은 채. 

나 자신에게는 절대 지지 않기...

우진, 윤희, 현수는 백일장 키드다. "날짜변경선"을 수시로 접속하며 전국의 백일장에 참가한다. 그 사이 자신의 재능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현수는 우진과 윤희를 만나면서 재능과 미래가 아닌 자신에 대한 확신의 답을 얻어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냈으므로. [날짜변경선]은 이 답만으로도 따뜻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성장소설이 된다. 게다가 읽는 내내 "비교"보다는 "이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그래서 참 따뜻했다. 이 소설의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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