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세 살 터울인 동생은 참 책을 안 읽는다. 녀석이 평생 읽은 책이 내가 한 달간 읽은 책보다 좀 많을까? 그 정도이지만 녀석의 좋은 책 골라내는 재능은 가히 살인적이다. 깜짝 놀랄만큼 정확하고 날카롭다. 주로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등을 읽는 동생이 골라낸 책들은 꽤나 책을 많이 읽고산다는 내가 골라낸 것보다 괜찮다. 그래서 가끔 한번씩은 녀석이 근래에 읽는 책의 리스트가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함께 읽고자.

그런 녀석이 [지구 속 여행]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도중에 원작을 읽었다는 놀라운 고백을 했다. 읽는 책의 수도 많지않고 더군다나 편식독서를 하고 있는 녀석이 소설이라니...그것도 쥘 베른의 소설을......!!

순간 심봉사가 눈을 크게 뜨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어질만큼 두 눈이 크게 떠졌는데, 녀석도 겸연쩍었는지 재미있었노라고 변명하듯 덧붙였다.  좋은 책 골라내기 선수인 동생의 손에 들려진 [지구 속 여행]은 [80일간의 세계일주],[해저2만리]등을 써낸 작가 쥘 베른의 작품이다. 충직한 안내인, 헌신적인 조카, 확고한 신념을 가진 학자가 지구의 내장을 구경하러 지구 속으로 여행을 감행하는 과학소설이며 동시에 교육적 요소와 오락적 요소까지 골고루 섞여 있는 소설이다. 지금도 평범한 우리들은 지구의 중심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과학이 발달해 지구 속에 무엇이 있는지 공부해왔고 쥘 베른보다 더 해박한 지식들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지구 속 여행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저 중심에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지 않을까? 너무 뜨거운 열기로 중심에 다다르지 못할거야!라는 그때의 사람들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생각들을 가지고.

하지만 1863년 5월, 별반 과학적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도 리델브로크 교수와 그의 조카 악셀은 지구 중심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운명이 이끄는대로. 솜털오리 사냥꾼인 한스를 동반한 채로. 스노리 스투를루손의 [헤임스크링글라]의 룬문자 해독이 가져다준 여행은 스타르타리스 봉우리부터 시작되어 세 개의 구멍과 지하 64km를 지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동부지방 활화산인 에트나 화산으로까지 이어진다. 

게르만 민족이 1c부터 사용한 표음문자이며 5~8c에 가장 성행했다고 알려진 룬문자로 쓰여진 "7월 1일 스테펠스 요클의 분화구 안으로 내려가면 지구의 중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아르네 사크누셈의 글만으로 단행되어진 무모한 여행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이 났지만 그 당시는 물론 지금 역시, 그 누구도 쉽게 실행하지 못할 일을 상상해낸 쥘 베른은 그 어떤 판타지 보다 멋진 SF를 완성해냈다. 

앙리 4세의 '낭트칙령'으로 유명한 낭트태생인 작가는 [삼총사]의 작가 뒤마와 친구이며 법률공부,증권거래소 근무,시의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작가로서의 삶외에도 사회적으로 부유하고 성공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축복만 받으며 살아온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감탄스러울 지경의 프로필을 뽐내던 그도 백내장과 당료로 77세에 별세했다고 한다. 

만약 쥘 베른이 현대를 살고 있었다면 어떤 SF를 상상해냈을지 궁금한 가운데 노스트라다무스와 쥘 베른이 지금 동시대에 살고 있다면 참 재미있었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끝으로 책읽기를 마치고 [지구 속 여행]을 책장에 꽂아두었다. 추후 동생과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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