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경찰은 언제나 늦게 온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조차 경찰의 출동은 늦다. 단 한번도 범인의 앞에서 범인을 잡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건이 일어나야지만 그들을 잡을 기회가 생기니까. 미리 추리해서 다음 범죄를 예방하는 탐정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오든 이미 늦었어"는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구절이었다. 

소설에서도 그랬다. 특별팀이 꾸려졌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그림자초자 주어지지 않는다. 

데비 12살. 중학교에서 납치.
에닉 10살. 숲에서 길을 잃음.
세이바인 7살. 놀이동산에서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유괴.
멀리사 13살. 친구들과 몰래 놀기 위해 부모 몰래 집을 빠져 나갔으나 행방불명.
캐럴라인 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납치.

이렇게 다섯 명은 신원이 확인된 것에 비해 여섯 번째 유괴 소녀는 범인처럼 그 어떤 단서도 없었다. 단지 잘린 팔 한짝만 나머지 아이들의 팔과 함께 발견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살아있다고 확신한 경찰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범인의 뒤를 맹렬히 쫓고 또 쫓는다. 

편의상 "앨버트"라고 명명되어진 살인범은 버먼-로널드-펠러-스티브-록포드를 조정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연쇄살인범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차를 두고 강박적으로 범행을 반복하며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고 했는데, 스티브나 록포드를 조정했던 시간에서 한참이나 세월이 지나서 또 연쇄살인을 사주한 것을 보면 그는 절대로 멈출 수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정말 신은 묵묵히 지켜볼 뿐인 것일까. 악마가 속삭이는데도.

무섭게도 이야기는 정말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유괴를 당했닥 극적으로 구해진 밀라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아이들이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사건 해결을 웒는데도 범인은 그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니클라 수녀의 협조에도 범인은 제깍 잡혀오질 않았다. 

악이 선행을 베푸는 일을 희망하는 밀라와 악은 악을 부를 뿐이며 그게 바로 악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믿는 니클라 수녀의 정성이 통했는지 납치 47일째가 지난 샌드라는 팔 한쪽을 잃은 채 구해졌고, 중간중간에 언급되었던 수상한 수감자가 "프랭키"임이 밝혀지지만 그가 풀려나 사라진 찝찝한 상태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결말이 가장 현실적인 답안인 듯 했다. 그들은 결코 멈추지도 쉽게 잡히지도 않으니까. 살인의 추억이나 그놈 목소리의 그들처럼. 

법의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인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연쇄살인범을 최종 목적에 따라 다섯 부류로 나누었는데, 

또 다른 나에 의해 지배 당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망상가"집단 , 살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선교자"형, 성폭행을 동반한 "권력 추구형", 살해 행위 중 느껴지는 쾌락을 목적으로 한 "쾌락 추구형" 에 이어 소설에 등장하는 프랭키와 같은 유형인 "속삭이는 자들"로 분류했다.

마지막에 언급된 속삭이는 자들은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고 그들을 도구삼아 사용하는 가장 고의적이며 치밀한 범죄자로 사람이 사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온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로 충격이 밀려오게 만드는 유형이다. 2009년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 및 총 4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 실화라는 사실을 프랭키가 사라진 마지막 순간에 다시 떠올린다면 소설이 얼마나 무섭게 다가올지 상상이 갈 것이다. 궁금핟면 직접 경험해 보라고 소설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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