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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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다음편에..."라는 문구가 뜬 영화를 본 것 처럼 [내 정원의 붉은 열매]는 한참 재미있는 중간에 이야기들이 뚝뚝 끊어져 버렸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다른 에피소드인가 싶어 읽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 단편단편이 전하는 아쉬움을 가장 잘 느끼게 만들어 버렸다. 

사랑을 믿던 한 시기가 끝났다. 
사랑이 보잘 것 없다면 위로도 보잘 것 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 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라는 문장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소설은 소통이나 공유, 단절이라는 소설적 느낌보다는 어제의 진실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만든다. 마치 꺼내어 읽고 싶은 책을 한참만에 다시 꺼내 읽는 느낌이랄까. 그녀의 주인공들은 그런 느낌으로 자신들의 기억속 숨겨두었던 한 순간을 끄집어 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래서 무언가 더 재미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 같으면 끝나버리는 이야기의 짧음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사랑을 믿던 한 시기가 끝났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그 순간 누군가의 위로보다는 자신만의 위로를 찾아야한다는 성숙함을 담뿍 담아내면서 소설의 단편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고 우리의 공감을 기다리낟. 그 순서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낯설어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가 어디 즈음인지 계속 인지하면서 읽게 만든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었달까. 

예리한 시선과 그 담담한 되새김질이 인상적이어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만들고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있다. 

빈 찻잔 놓기/사랑을 믿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당신은 손에 잡힐 듯/ k 가의 사람들/ 웬 아이가 보았네/ 그대 안의 불우 이렇게 7편의 단편들은 유기적으로 엮여있진 않았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기억 속 어딘가로 다시 쑤욱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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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즐거워 - 서울은 나를 꿈꾸게 했다
장미자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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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이중적인 마음을 갖게 만드는 도시다.  단 하나의 특별시면서 도쿄만큼이나 살인적인 물가에, 단위면적 당 빡빡하게 콩나물 시루처럼 들어차 있는 건물들하며, 사람 많고 유동인구량이 많아 인심이 사납고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곳. 내 기억속 서울은 그런 도시였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지는 않는 법인지라 내게는 탁한 기억의 도시가 누군가에겐 산뜻한 공기내음으로 기억될 수도 있음을 [도시는 즐거워]는 상기시켜주고 있다. 단 한번도 따뜻한 도시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차가운 서울이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따뜻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을 희망과 꿈을 품고 방문했던 사람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정말 살맛 나는 이야기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나를 꿈꾸게 만들진 못했지만 누군가는 꿈꾼 바를 이뤄낸 도시, 서울. 그들은 같은 도시를 두고 "희망을 주는 도시",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곳"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도시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그곳에서 만난 혹은 그곳으로 가기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의 기억과 맞물려 풀어지는데, 모든 것이 많이 어려웠던 시절, 학업의 터가 되고 생활터전이었으며 추억의 땅이자 행복한 여행지였던 서울이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집을 떠나 시장에서 "골라골라" 옷을 팔던 자식을 보며 눈물을 훔쳐야했던 부모의 눈물도 어딘가에 뚝 떨어져 있을테고, 꼭 인서울행을 고집했던 대학새내기의 희망도 심어져 있었으며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을 발빠르게 움직이던 청춘들의 미래도 심겨져 있는 땅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모두 우리의 이웃들 이야기이기에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게 구경하게 되고 진솔하게 그들에게 화이팅을 보내게 만든다. 

바로 여기 서울에서!!!!

그 시작과 끝과 중간이 공존해서 눈 깜빡하며 코베어갈 도시를 희망을 주는 도시로 마음에 품게 한다. 조금쯤은 꿈꿔보아도 좋을까? 서울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꿈꾸게 만들었다면 비록 서울에서 살고 있진 않더라도 서울을 사랑해도 좋을까? 그저 딱딱한 행정적 수도로 인식되어온 서울이 오늘은 참 다르게 보인다. 인생의 1막, 2막,3막,4막 의 각장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인생을 올린 무대는 그렇게 점점 따뜻한 도시로 기억될 수많은 타인의 추억들을 우리의 기억 안으로 밀어넣는다. 그래서 어제보다 조금 더 서울을 좋아하게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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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엄마 상상 그림책 학교 1
레베카 콥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상상스쿨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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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도대체 몇 살일까?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나이는 대체 어느 정도 즈음일까?

가슴 뭉클하게 만든 [보고 싶은 엄마]는 엄마와의 이별이 영영 못보게 되는 이별인줄 모르고 훌쩍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잘 몰라서 하루 종일 쇼파 뒤, 침대 빝, 정원 풀 사이사이에서 엄마를 찾던 아이는 엄마가 자기 물건 챙기는 걸 깜박 잊은게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엄마를 위해 둔 꽃 조차도 시들어버릴 동안 가져가지 않은 엄마가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났을까봐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모두에게 엄마가 있는데 자신에게만 엄마가 없다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소년.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기 전에 소년은 이렇게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 것 투성이인지 깨달아버렸다. 아직은 죽음이 무엇인지 100%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이기에 이전에 엄마가 했던 일들을 아빠와 누나랑 함께 하며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는 모습에서 그만 울컥해버렸다. 정말이지 아이들에게 추상적인 것들을 설명해야할때만큼 어른이기 싫어지는 순간이 있을까. 

노란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를 하고, 싱크대의 설겆이 거리들에 퐁퐁을 쏟아붓고 통통한 당근색 냥이에게 사료를 수북히 부어주는 일은 "보고 싶은 엄마"의 일이었다. 원래는.

결국 소년은 울음을 참지 못해 펑펑 울게 되지만 언제까지나 엄마를 잊지 않을 결심을 하며 마음 속으로 엄마와 이별을 시작했다. 

엄마에게 아주 특별한 아이였고 엄마도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소년은 성장해갈 것이다. 레베카 콥의 [보고싶은 엄마]는 짧은 글과 밝은 채색 속으로 한 소년이 가족과 인생,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화였다. 

가장 쉽게 설명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만드는 동화이기에 내게도 레베카의 동화는 참으로 특별한 동화로 기억될 것이다. 많은 군더더기 설명이 붙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고 머리로 보다는 가슴으로 다가서게 만드는 시도가 좋았던 동화다. 

솔직하게 표현된 감동적인 책이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칭찬이 덧붙여진 이 동화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소중한 책으로 남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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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
알렉스 로비라.프란세스크 미라예스 지음, 박지영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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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가 원자탄의 오용을 보고 평생 시달렸을 죄책감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 아닐까. 그만큼 그의 이론은 어렵고 또한 난해하다. 그런데 세기의 발견으로 노벨상까지 받은 그가 사망할때까지 34년의 공백기를 갖은 일에 이상함을 느끼고 파고든 작가들은 판타지보다 더 궁금증이 일만한 희대의 비밀의 공식에 대한 미스터리를 끌어내어 소설화했다. 

E = ac 제곱이라는 비밀의 공식

라디오 작가인 하비에르는 펑크난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아인슈타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요시무라의 저택에 초대받는 초대권을 얻게 된다. 늙은 일본 부호의 저택은 철저하게 황금비율에 의해 만들어진 아인슈타인의 작품이었지만 제대로 감상해보기도 전에 일흔 두 살의 일본인 교수는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하비에르의 쫓기는 여행은 시작된다.

물리학 박사인 파웰, 덴마크 출신의 언론인인 옌센,밀레바 마리치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중이라는 학생 사라와 함께 4인방에 속해 함께 초대받았지만 누가 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었으며 그들 중 누가 교수를 죽였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여행 내내 마주친 사라와 동행하면서 하비에르는 점점 아인슈타인의 삶을 역추적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든 의문의 가운데 과학자가 태어나자마자 버리듯 입양보내 버린 딸 리제를이 서 있었고 이미 죽고 없은 그녀 대신 그 후손을 찾아 헤매던 도중 리제를이 알려진 바와 같이 1990년에 사망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착한 하비에르는 아인슈타인의 첫번째 부인이자 리제를의 어머니인 밀레바의 이름을 물려받았을 손녀를 찾아 미국으로 향했다. 

간간히 그들의 여행을 방해하던 방해꾼들이 "형제애"라고 불리는 악의 조직이며 그들 손에 공식을 빼앗길 수 없다는 사명감이 하비에르를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고 있었다. 

2009년 스페인 토레비에하시 문학상 수상작인 [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은 미스터리와 사건, 살인, 비밀의 조합으로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고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공식의 정체보다 아인슈타인의 의도가 더 궁금해졌지만 비밀은 역시 밝혀지는 것보다 묻혀져 있을때 빛날 수 있음을 밝혀지는 순간 어느새 이야기는 끝에 다달아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 어쩌면 그 반대인 결말 앞에서도 허무해지기보다는 받아들임을 가르치는 소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사건을 몰고다니는 소년 탐정 김전일이라면 단 며칠만에 풀어대며 으시대었을 법하지만 차근차근 평범하게 풀어나가는 일도 수수께끼의 묘미를 샅샅이 훑어가며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한 과학자의 개인 신상을 털어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는 발상이 무엇보다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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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강제윤 글.사진 / 홍익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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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살았다. 바닥만 쳐다보고 살다보니, 하늘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생각조차도 스스로 해내지 못했다는 거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나는 그동안 하늘바라보기를 잊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별이 나에게 길을 묻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니. 이 한 문장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시적인 운율감이 느껴지는지 작가는 알고 내뱉었을까. 내가 자란 소도시엔 까만 하늘 안에 반짝반짝 빛나던 별들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별들도 하늘에서 사라지고 내 마음에서도 사라지고......!!!

삶이 각박해서? 여유없이 살다보니? 사람에 치이고 인생에 치여서? 별을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이제 하늘에서 별을 찾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섬 순례자 강제윤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별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노라고.

그 물음이 좋아서 펼쳐든 책 속에는 당장 섬으로 뛰어가고 싶어지게 만들만큼 사람냄새 물씬나는 삶으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육지에서도 바라본 일 없는 별밤을 섬에서는 당연히 본 일이 없는 내게 그 상상은 또 하나의 판타지가 되어 해리포터의 그것처럼 계속 상상하게 만들고 말았다. 나의 밤하늘에는 E.T 도 날아다니고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도 날아다니고 미키마우스도 날아다닌다. 그래서 그 모든 꿈을 꾸게 만든 섬여행을 올 여름이 지나면 다녀올까 계획중에 있다. 

마음 설레게 만든 비금도와 한산도, 바람이 불어도 가야될 곳같은 문갑도, 사량도,소야도,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기 좋은 무녀도, 소난지도,홍도에 이르기까지 욕심나는 곳들은 많지만 욕심을 버리고 제일 먼저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지는 섬 세 곳을 지도 위에 찍어놓아본다.  여행은 다녀온 사람뿐만 아니라 봄의 포자씨처럼 꽃씨를 퍼뜨려 타인들까지 줄줄이 엮어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마법주문 같기만 하다. 

바람이 불고, 별밤이 속삭이는 곳을 향해 혼자도 좋겠고,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겠지만 나는 반드시 이 책의 몇 구절과 함께 다녀오고자 한다.  가슴 가득 바람을 일게 만든 시인의 시와 함께. 그리하면 외롭지 않게 건너가 웃으면서 돌아올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바람뿐이랴 
                                        냄비 속 떡국 끓는 소리에도 세월이 간다
                                        군불을 지피면 
                                        장작 불꽃 너머로 푸른 물결 일렁인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 강제윤]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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