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강제윤 글.사진 / 홍익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잊고 살았다. 바닥만 쳐다보고 살다보니, 하늘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생각조차도 스스로 해내지 못했다는 거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나는 그동안 하늘바라보기를 잊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별이 나에게 길을 묻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니. 이 한 문장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시적인 운율감이 느껴지는지 작가는 알고 내뱉었을까. 내가 자란 소도시엔 까만 하늘 안에 반짝반짝 빛나던 별들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별들도 하늘에서 사라지고 내 마음에서도 사라지고......!!!

삶이 각박해서? 여유없이 살다보니? 사람에 치이고 인생에 치여서? 별을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이제 하늘에서 별을 찾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섬 순례자 강제윤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별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노라고.

그 물음이 좋아서 펼쳐든 책 속에는 당장 섬으로 뛰어가고 싶어지게 만들만큼 사람냄새 물씬나는 삶으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육지에서도 바라본 일 없는 별밤을 섬에서는 당연히 본 일이 없는 내게 그 상상은 또 하나의 판타지가 되어 해리포터의 그것처럼 계속 상상하게 만들고 말았다. 나의 밤하늘에는 E.T 도 날아다니고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도 날아다니고 미키마우스도 날아다닌다. 그래서 그 모든 꿈을 꾸게 만든 섬여행을 올 여름이 지나면 다녀올까 계획중에 있다. 

마음 설레게 만든 비금도와 한산도, 바람이 불어도 가야될 곳같은 문갑도, 사량도,소야도,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기 좋은 무녀도, 소난지도,홍도에 이르기까지 욕심나는 곳들은 많지만 욕심을 버리고 제일 먼저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지는 섬 세 곳을 지도 위에 찍어놓아본다.  여행은 다녀온 사람뿐만 아니라 봄의 포자씨처럼 꽃씨를 퍼뜨려 타인들까지 줄줄이 엮어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마법주문 같기만 하다. 

바람이 불고, 별밤이 속삭이는 곳을 향해 혼자도 좋겠고,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겠지만 나는 반드시 이 책의 몇 구절과 함께 다녀오고자 한다.  가슴 가득 바람을 일게 만든 시인의 시와 함께. 그리하면 외롭지 않게 건너가 웃으면서 돌아올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바람뿐이랴 
                                        냄비 속 떡국 끓는 소리에도 세월이 간다
                                        군불을 지피면 
                                        장작 불꽃 너머로 푸른 물결 일렁인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 강제윤] 中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