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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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다음편에..."라는 문구가 뜬 영화를 본 것 처럼 [내 정원의 붉은 열매]는 한참 재미있는 중간에 이야기들이 뚝뚝 끊어져 버렸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다른 에피소드인가 싶어 읽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 단편단편이 전하는 아쉬움을 가장 잘 느끼게 만들어 버렸다. 

사랑을 믿던 한 시기가 끝났다. 
사랑이 보잘 것 없다면 위로도 보잘 것 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 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라는 문장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소설은 소통이나 공유, 단절이라는 소설적 느낌보다는 어제의 진실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만든다. 마치 꺼내어 읽고 싶은 책을 한참만에 다시 꺼내 읽는 느낌이랄까. 그녀의 주인공들은 그런 느낌으로 자신들의 기억속 숨겨두었던 한 순간을 끄집어 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래서 무언가 더 재미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 같으면 끝나버리는 이야기의 짧음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사랑을 믿던 한 시기가 끝났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그 순간 누군가의 위로보다는 자신만의 위로를 찾아야한다는 성숙함을 담뿍 담아내면서 소설의 단편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고 우리의 공감을 기다리낟. 그 순서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낯설어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가 어디 즈음인지 계속 인지하면서 읽게 만든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었달까. 

예리한 시선과 그 담담한 되새김질이 인상적이어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만들고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있다. 

빈 찻잔 놓기/사랑을 믿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당신은 손에 잡힐 듯/ k 가의 사람들/ 웬 아이가 보았네/ 그대 안의 불우 이렇게 7편의 단편들은 유기적으로 엮여있진 않았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기억 속 어딘가로 다시 쑤욱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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