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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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조금씩 가르쳐준다.

 

는 말이 참 좋았다. 살아보면 이 말이 얼마나 좋은지, 오징어를 곱씹어 짠물을 빼먹는 맛처럼 그 진맛이 우려내진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의 작가 강세형은 라디오 작가라고 했다. 그인지, 그녀인지 아직은 모른채 책을 손에 쥐었지만 이내 그녀가 내뱉는 일상의 생각들이 주저리주저리 나와 같은 공감 주파수를 타고 내 온몸에 실렸고, 여러 번의 실망과 여러 번의 상처자리가 똑같아 매만져주고 싶어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지만 이렇게 공감이 형성되어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저자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지 전혀 몰라도 그들의 생각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고 만족스러웠다.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 20대보다 30,40대가 더 공감할 이 이야기 속에는 사실 여러 양념들이 숨겨져 있다.

 

인연이라면,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

어떡해서든지 만나지게 되는 법.

 

이라는 문장이 주는 묘한 안도감과 위로는 인생을 막 시작한 나이때의 사람들보단 인생에서 실패나 이별 혹은 기대감을 가져보았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일 것이다. 이런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명언이 되고 좌우명이 되고 기본 생각이 되어 사념 속에 남겨진다.

 

나도 역시 책 제목처럼 아직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학적으로 나이가 어떻든 간에 나의 인생 나이테는 언제나 싱싱하고 푸르다라는 점을 내 스스로 잊고 살지만 않는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으로 남겨질 수 있지 않을까.

 

설렘과 두근거림을 발견한 오늘, 나는 어제 있었던 좋은 기대감이 오늘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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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비 - 태왕의 연인 여화의 비밀문서
정현웅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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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에서 담덕의 여인은 수지니와 기하였다. 하지만 소설 속 태왕의 여인은 정부인 아사녀, 중부인 여화, 소부인 유슈였다. 절로부 족장 명림자유의 딸인 아사녀와 소노부 족장의 조카 유수에 비해 중부인 여화는 담덕보다 8살이나 연상이면서 2번이나 결혼한 여인이었기에 그녀의 배경과 나이를 제외하고라고 어떤 특별한 사연이나 능력이 있는 여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나 그가 전쟁터에서 실종되자 그 동생의 부인이 되었던 절세미녀 여화는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5년만에 거란국에서 탈출해오자 고민에 빠진다. 시동생이자 현 남편과 살 수도 살아돌아온 남편과 살 수도 없어진 그녀를 위해 형제애가 남달랐던 두 남자는 함께 전쟁터로 나가고 그들은 전사하여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형제의 미망인이 된 여화를 거둔 이가 바로 태왕이었으니 담덕의 중부인이 되어 담덕과 함께 전장을 누비고 지략을 도모하는 여화는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이 소설은 담덕의 여인 여화가 광개토대왕 사후에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쓴 [여화기]라는 소설 속 내용과 이 [여화기]의 관련서인 [유기]를 찾는 현대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액자구성처럼 진행된다. 한 사학자의 실족사를 둘러싼 미스터리보다는 그가 발견하고자했던 역사서의 중요성이 중심이 되면서 한중일 역사교육의 사실적 고지 점령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든다.

 

태왕의 비가 중국와 일본에 의해 훼손되고 조작되어진 것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소설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품게 만들면서도 과거 왕과 왕의 여인이 나눈 사랑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리게 만든다. 하지만 약간 더 달콤하게 그려져도 좋았을 법했을 왕의 사랑이야기가 약간은 양념이 빠진 듯 해 더 애탐을 느꼈다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독자인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현재의 이야기를 배제하고 과거 그들의 사랑 이야기로만 구성되어져도 참 달달한 소설 한 권이 완성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종국엔 정복 군주의 전쟁사를 통한 우리 민족의 역사 지켜나가기를 도모한 것으로 보여지기에 남벌과 북벌정책을 펼쳤던 우리 역사 최고의 땅따먹기 대왕이었던 담덕의 이야기 속에서 민족의식과 애국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되어나가는 계기로 삼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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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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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죽을만큼 아파!라고 말하는데 소설은 죽을만큼 아프진 않다 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황현진 작가의 소설은 독특했다. 고등학생인 아들을 두고 이민가버린 가족들도 일반적이진 않고 사랑하는 여자를 곁에 두고 다른 여자를 품어대는 모습또한 바람직한 모습의 사랑법은 아니다. 그러나 옳고 그르다의 잣대로 판단하기보단 세태분석이나 청소년 성장소설적 측면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이 소설 그 자체의 모습을 탐색해나가야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 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는 자기비하적이지 않아 좋다. 태만상의 조건들은 사실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만상은 불평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성장해나간다. 무엇보다 이런 점이 그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무언가 번쩍하는 사건은 없지만 삶은 역시 죽을 만큼 아프진 않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정도의 고민과 힘듦이 잘 조화되어 고객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 말하기 어렵다 느끼면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의 극찬 속에서 고른 책이라 [죽을만큼 아프진 않다]는 읽기면에서 실패한 구석이 없다. 다만 기대보단 밋밋했기에 좀 더 양념이 강하게 쳐졌어도 좋았지 않았나 싶어졌다. "그래, 지금이야!"라는 순간이 없다보니 읽는내내 평탄한 길을 걷는 느낌이 들어버렸달까. 아쉬움이 있다면 그점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지 않았나 싶다.

 

햇살 좋은 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읽고 싶은 소설이었으나 어쩌다보니 날씨가 어중간한 날, 어중간한 시간에, 어중간한 장소에서 읽게 되어 더 묘한 인연같이 느껴졌던 [죽을만큼 아프진 않아]는 "이렇게 살아라"보다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구경거리를 내던져줘서 고마웠고 읽는내내 담백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해도.

 

삶이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고난과 극복이 있어서라고 얼마전 내 곁의 누군가가 말한 바 있다. 절대 동감했지만 어쩌면 그 삶들 중에서 내 삶만큼은 평탄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내가 인간이기에 갖는 욕심이리라. 사는 것처럼 산다는 것. 요즘 나는 문득 그런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사는 것처럼 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투지를 불사르게 만든 주인공에게 감사하며 오르막 길을 오르건 내리막 길을 내리건 간에 삶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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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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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끌어 안았다]를 읽고 나는 김지수 기자의 글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 권인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도 좋아졌다. 그 겉표지에 적힌 글이 좋아서.....! 수없이 반복해도 그 길을 알 수 없는 것, 인생. 이라는 이 말이 마냥 좋아서 나는 이 책이 좋아졌다. 에디터라는 직업은 화려하게 보이지만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녀들은 하나같이 그 이면엔 외로워보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그랬고, [스타일]에서도 그랬다.

 

김지수 기자를 통해 많은 시를 접한다. 좋아하는 나희덕 시인의 [속리산]에서부터 존재자체도 몰랐던 김수영 시인의 [VOGUE]에 이르기까지 시를 구경하고 시를 쓴다는 그녀의 일상을 구경하고 상처를 살핀다. 그녀가 고른 50편의 시들은 하나같이 독특해서 달콤하기만 한 다른 시들과 달랐다.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상처는 상대를 너무 믿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과 더불어 그녀의 가장 가난한 사치라는 "시"를 구경한다. 똑같이 마음을 사표를 드러내면서 내 마음을 나눠줄 너를 만들지 않은 채 나는 시를 구경하고 그녀의 인생을 살핀다. 책을 끌어안고 가슴이 시린 까닭은 달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상이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리라.

 

유행도 있고 패션도 있고 생활을 발견하기도 한다지만 시화들 속에서 정작 발견된 것은 인생이었다. 풀려나오다 엉키고 엉키다 멈추는 실타래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아이처럼 나는 페이지를 펼치며 시를 조합하고 떼놓으며 놀고 있다. 비가 오면 좋으련만,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목마름으로 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시가 온 순간, 시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간 그토록 즐겨읽던 나의 시들은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던 것일까. 위안도, 꿈도, 미련도 아닌 그 무언가를 주고 있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는데 나는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책상 앞에 붙여둔 법정 스님의 [어느 길을 갈 것인가] 다시 읽어보며 선택에 빠지기 보다는 현명함이 앞서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 편의 시가 내겐 교훈이 되고 꿈이 되고 위안이 되고 있다.

 

같은 시를 읽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여지는 모습은 다를 것이다. 그녀에게 시가 인생이 되었듯 시는 내겐 또 다른 정답이 되어 오늘 내 곁에 머물고 있다. 그녀가 뽑아준 50편의 시를 나는 오늘 밤새 다시 훑어볼 예정이다. 밤의 시간이 낮의 시간 속에서 채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채워주리라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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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나카타니 아키히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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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의 책은 목차만 읽어도 대강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다. 그들은 마치 짜여진 개요대로 글을 잘 쓰는 특별한 유전인자라도 갖고 태어난 사람들같다. 게다가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목차를 펼쳐들고 읽고 싶은 대목부터 읽어나가도 좋은 책들이 대부분이라 자투리 시간이 남을 때 읽기 시작하면 이어짐의 기억이 없어도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어 주로 활용한다.

 

 

그 중 <...하지 않으면>시리즈로 유명한 나카타니 아키히로 의 책 중20대와 40대의 책은 많이 읽어왔는데 정작 30대에 관한 책은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아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시작했는데,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는 번역자를 눈물짓게 만들만큼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다.

 

저자의 말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만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 이 아닐까. 그래서 꼭 30대뿐만 아니라 20대에 읽어도 너무 이르지 않고, 40대에 읽어도 너무 늦지 않으며 30대에 읽으면 너할나위 없이 좋은 이 책은 30대를 가장 화려하게 보내기 위해 꼭 읽게 되면 좋겠다 싶어 주위에 권하고 있다.

 

그 중 인간통장을 만들라는 대목과 30대라면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부분이 참 가슴에 와 닿는다. 30대의 감동은 30대만의 것이라 나이를 변명처럼 활용하기 보다는 웃음의 에너지를 간직하면서도 변신하고 또 변신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30대 답게 살라는 다른 책들과 다르게 아키히로는 30대답게 살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한다. 어설픈 철학자가 되기 보다는 30대를 매력적으로 보내면서 인간적인 사람이 되기를 권고한다.

 

"내일의 나"보다는 "오늘의 나"로 살게 만드는 저자의 책 속에는 또 다른 인생의 지도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은 일본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책들을 틈틈이 읽게 되나보다. 누군가는 "똑같다"라고 표현하고 누군가는 "심플해서 좋다"고 말하는 그들의 책을 나는 오늘도 한 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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