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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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죽을만큼 아파!라고 말하는데 소설은 죽을만큼 아프진 않다 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황현진 작가의 소설은 독특했다. 고등학생인 아들을 두고 이민가버린 가족들도 일반적이진 않고 사랑하는 여자를 곁에 두고 다른 여자를 품어대는 모습또한 바람직한 모습의 사랑법은 아니다. 그러나 옳고 그르다의 잣대로 판단하기보단 세태분석이나 청소년 성장소설적 측면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이 소설 그 자체의 모습을 탐색해나가야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 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는 자기비하적이지 않아 좋다. 태만상의 조건들은 사실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만상은 불평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성장해나간다. 무엇보다 이런 점이 그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무언가 번쩍하는 사건은 없지만 삶은 역시 죽을 만큼 아프진 않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정도의 고민과 힘듦이 잘 조화되어 고객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 말하기 어렵다 느끼면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의 극찬 속에서 고른 책이라 [죽을만큼 아프진 않다]는 읽기면에서 실패한 구석이 없다. 다만 기대보단 밋밋했기에 좀 더 양념이 강하게 쳐졌어도 좋았지 않았나 싶어졌다. "그래, 지금이야!"라는 순간이 없다보니 읽는내내 평탄한 길을 걷는 느낌이 들어버렸달까. 아쉬움이 있다면 그점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지 않았나 싶다.

 

햇살 좋은 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읽고 싶은 소설이었으나 어쩌다보니 날씨가 어중간한 날, 어중간한 시간에, 어중간한 장소에서 읽게 되어 더 묘한 인연같이 느껴졌던 [죽을만큼 아프진 않아]는 "이렇게 살아라"보다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구경거리를 내던져줘서 고마웠고 읽는내내 담백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해도.

 

삶이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고난과 극복이 있어서라고 얼마전 내 곁의 누군가가 말한 바 있다. 절대 동감했지만 어쩌면 그 삶들 중에서 내 삶만큼은 평탄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내가 인간이기에 갖는 욕심이리라. 사는 것처럼 산다는 것. 요즘 나는 문득 그런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사는 것처럼 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투지를 불사르게 만든 주인공에게 감사하며 오르막 길을 오르건 내리막 길을 내리건 간에 삶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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