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 개그맨 김재우 부부가 현실커플에게 전하는 설렘 한 스푼
김재우.조유리 지음 / 넥서스BOOKS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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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사랑에 빠지는 것...그리고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구비구비 어려움을 겪거나 일생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슬픈 사람도 있다. 드물긴하지만 정말 모태솔로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는 일도 결혼에 이르는 길도 어려운 사람이 있는가하면 두 번, 세번씩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인생은 참 공평하지 않다. 절대로.

꽤 익숙한 얼굴의 개그맨을 의외의 장소인 책 속에서 만났다. 개그도, 성공담도 아닌 사랑이 듬뿍 담긴 일상을 책으로 펴낸 사랑꾼 김재우. 남아프리카 공화국행은 그에겐 일생일대의 행운의 티켓이 되고 말았던 것. 생각지도 못한 짝을 만난 그의 일상은 너무나 평범해서 '행복이란 역시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를 통감하게 만든다.

부인을 위해 쓰레기를 버리러가는 길에 한 컷, 반려묘인 고양이들과 한 컷, 카레 일색인 아내가 차려준 식탁 앞에서 한 컷,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각각 서로 바꿔 입은 개그컷으로 한 컷......소소하지만 웃음이 담긴 일상이 짧막한 멘트와 함께 이어진다. 아마 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sns의 내용들이이라.

 

검색어에 남자 스타들의 이름이 올라올때마다 '저 사람도?' 싶은 마음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는 요즘에, 흉흉한 뉴스들을 싹 잊어버리게 만든 단비같은 달달한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한결 상큼하게 와 닿는다. 고양이 집사인 줄 몰랐는데 두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었던 그와 고양이를 무서워했으나 결혼 후 점점 소중하게 여기게 된 사연들, 어딜가나 개랑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반가워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는데....그의 개그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책 한 권을 통해서 알아 나간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아내의 바램을 위해 함께 책을 낸 그의 일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sns를 통해 더 러블리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문득 고양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부부의 일상을 내 고양이와 함께 들여다보고 있어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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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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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가는 '나카야마 시치리'다. 이 작가의 소설들을 탐독중이다. 한 권, 한 권 놀랍지 않은 내용이 없고 마치 수목드라마를 연결해서 보듯 옴니버스적으로 연결된 주인공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마음 속으로 환호를 질러대고 있다. 분명 다른 제목의 책인데도 시즌2, 시즌3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발견한 듯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독자로서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살인마 잭의 고백> 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번 이야기는 7월 3일, 여름 공기를 가르며 달리던 마라토너가 공원에서 장기가 적출된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tvN드라마 <크로스>처럼 불법장기매매에 대한 묵직한 한방을 던져줄 것인가? 생각했던 이야기의 흐름은 장기기증과 복수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왔기에 훼이크가 있을 거라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의 의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결말이 어떻게 끝맺음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속도를 붙여 열심히 읽기만했다.

 

친한 벗이 없던 20대 여성, 활기차게 소통하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던 30대의 여성, 마권에 빠져 사는 젊은 남성,,,,장기가 적출된 채 살해되었다는 것 외엔 도무지 공통점이 없어 보이던 이들 중심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치하루. 그녀를 통해서 한 남자의 장기를 이식받았던 이들이 차례차례 살해된다. 총 5명. 이제 남은 사람은 심장을 이식받은 게이스케 한 명. 지켜낼 수 있을까.

자신을 살인마 잭의 환생이라며 매스컴을 통해 메모를 전해왔던 살인범은 끈질기게 뒤쫓던 형사 이누카이와 고테가와에 의해 체포되었다. 1888년 8월부터 11월까지 런던에서 적어도 5명의 매춘부를 살해했던 살인마 잭의 환생은 아니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분명 단죄받아야 마땅한 일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범인의 체포 외에 또 하나의 감동 장면을 덧붙여 놓고 있다. 아들의 장기를 나눠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엄마의 모성. 한때 용의자로 오인받기도 했으나 멈출 수 없었던 그녀의 정성은 끝내 뜨겁게 뛰고 있는 심장을 확인하면서 눈물과 함께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다. 누군가는 신파라고 치부할지도 모를 마지막 장은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사람에겐 아련한 감동을 남기기에 충분한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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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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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대체 왜 이런 괴상한 이야기를 쓴 것일까.

'도서관'은 책을 대출해주는 곳이다.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상식이 '지식을 대출해주기만 하면 도서관은 계속 손해를 보게 되잖아'(p32)라는 한 마디 때문에 무너져버렸다. 정말 도서관은 손해를 보는 것일까?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한 것 투성이였다.

새 가죽구두를 신은 '나'는 두 권의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107호실을 안내받았다. 낯선 사서로부터. 그날따라 왜 하필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세금 징수법'이 궁금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수상한 107호실 노인에게 대출을 거부당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읽고 가겠다고 결정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소심한 성격의 '나'는 그만 갇혀 버렸다. 감시자인 양사나이의 말에 의하면 한 달 뒤 책을 달달 외우게 되면 노인에게 뇌를 먹히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을 뿐인데...왜?

노인, 양 사나이, 성대가 망가진 소녀는 실제였을까. 겨우 탈출했지만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산한 분위기의 삽화까지 더해져 <이상한 도서관>은 오묘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이야기가 그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처럼. 무생물인 책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긴 또 처음인데, 딱히 유쾌한 느낌을 남긴 것도 아니어서 궁금해졌다.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쓴 것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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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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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의 첫 페이지를 펼쳤던 기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똑같은 느낌! 나카야마 시치리의 <속죄의 소나타> 첫문장은 그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시체를 만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라니. 살인자의 시선에서 시작하는 소설일까. 한 문장이 던져주는 의문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번역 또한 짧은 문장으로 가독성있게 되어 있어서 정말 쉴틈없이 읽어댔다. 스피드하게.

얼마나 열중해서 읽었는지 중간에 숨은 쉬었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는 블랙홀처럼 흡인력이 대단했다. 이야기의 플롯도, 반전 포인트도, 문장의 무게감도 대단한 소설이지만 목차 역시 눈길을 멈추게 만든다.

1. 죄의 신선도
2. 벌의 발소리
3. 속죄의 자격
4. 심판받는 자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붙여진 소제목들. 어째서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작가를 이토록 늦게 발견한 것일까. 한 작가의 책들을 탐독해나가다보면 한 두권 정도는 실망스러운 책을 발견하기 마련인데, 최근 한 달간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서 단 한 권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치밀하게 짜여진 내용과 캐릭터가 처한 독특한 상황들이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면서도 늘어지는 부분 없이 재미있게 이어졌다. 진심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story...

악명높은 변호사 미코시바에겐 적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돈 많은 가해자들을 변호하면서 그들의 죄를 무죄로 만들어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뱀처럼 현란한 혀를 가진 변호사. 그가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한 남자의 시체를 강에 버리면서 '두 번째 살인'임을 고백했다.

사이타마 현경 수사 1과의 가즈야는 오늘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꼰대 와타세 반장과 한 조다. 배우는 것은 많았지만 타박 역시 만만치 않아 괴로운 자리라고 생각해온 그에게 와타세 반장과 변호사 미코시바가 얽힌 이번 사건은 분명 경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범죄였을 것이다. 선천적 장애로 팔 하나만 사용할 수 있는 미키야가 전동휠체어에 탄 채 모든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직원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까지 공장의 모든 공정을 자동화시스템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액의 모험에 든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입원했던 아버지는 병원에서 살해되었다. 미키야의 어머니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었고 그 와중에 이들의 변호를 맡게 된 미코시바는 1심을 뒤집고 어머니의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강에 버려진 시체가 악의적인 가십을 쏟아내던 기자의 것으로 판명되면서 와타세는 미코시바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밝혀지는 미코시바의 과거행적들. 그는 5살 소녀를 살해하고도 감정의 동요가 없었던 소년 소노베 신이치로였다. 간토 의료 소년원에서 특별한 교관 이마니 다케오를 만나지 못했다면,...변호사를 꿈꾸다 자살한 라이야와 탈옥을 도왔으나 도주 한시간만에 숨진 나쓰모토의 죽음,,,,시마즈 사유리의 피아노 연주가 그의 마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면 재범, 삼범의 흉악범으로 살게 되지 않았을까. (시마즈 사유리는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묘하게 이어지는듯 하다)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살인범으로 몰 계획을 세우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인으로 엮는 일에 비하면 겉으로는 돈밝히는 변호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돈 한 푼 못 받을 국선 사건을 즐겨 맡는 변호사였다. 파렴치한 의뢰인으로부터 뜯어낸 고액의 변호비용은 매달 꼬박꼬박 자신이 살해한 소녀의 어머니에게 송금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누가 더 나쁜놈인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인생은 소설처럼 전지적작가시점으로 타인을 투영해주지도 않는다. 불친절한 신이 짜놓은 판 위에서 살다가는 인생인 듯 하지만 <속죄의 소나타>처럼 뭉클한 감동을 진하게 남겨주는 소설을 읽은 밤이면 쉽게 잠들기 힘들다. 오늘밤도 그럴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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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 나를 위로하는 보드라운 시간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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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다섯과 함께 생활하는 집사'인 저자의 짧은 그림 에세이들은 '고양이 여섯과 함께 생활하는 집사'인 나의 일상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우르르 마중을 나온다거나 커피를 내리는 날엔 고양이 등에서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온다거나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와 마주치면 가슴이 저려오고 올해가 17년인지, 다음해인지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사는 삶. 똑같았다. 게다가 한때 내 고양이만 별난 고양이인가보다 했던 생각까지 똑같았다. 꽁꽁이 한 마리를 처음 반려하면서 '고양이란 원래 이런가?','얜 유독 별난 아이인가보다' 생각했으나 세월이 흘러 다묘가정의 집사가 되고 이웃의 고양이, 길고양이들을 만나보니 내 고양이만큼 착한 녀석도 없다는 판단. 아마 저자의 마음처럼 '얌전하고 순한 고양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다르게 보인 모양이었다.

 

멋있게 사표를 내고 생각한 대로 살고 싶지만 여전히 직장에 매여 출퇴근하며 사는 다섯 고양이의 집사 진고로호씨. 사표를 썼다가 엄마의 말 한마디에 슬쩍 넣어두고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고양이 사료와 모래값을 떠올리며 다잡고, 못먹는 생새우를 억지로 먹이는 회식자리 따위엔 가고 싶지 않겠지만 잘 버틴 그 하루하루가 짧막한 일기처럼 쓰여졌다.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은 그래서 위로의 시간이 담긴 일상 에세이다. 그 힐링타임을 열어주는 고양이가 다섯마리나 있다니....!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성공하는 내용이 담긴 책보다 언제부턴가 이런 위로가 담긴 책을 더 가까이 하기 시작한 건 내게도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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