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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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의 첫 페이지를 펼쳤던 기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똑같은 느낌! 나카야마 시치리의 <속죄의 소나타> 첫문장은 그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시체를 만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라니. 살인자의 시선에서 시작하는 소설일까. 한 문장이 던져주는 의문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번역 또한 짧은 문장으로 가독성있게 되어 있어서 정말 쉴틈없이 읽어댔다. 스피드하게.

얼마나 열중해서 읽었는지 중간에 숨은 쉬었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는 블랙홀처럼 흡인력이 대단했다. 이야기의 플롯도, 반전 포인트도, 문장의 무게감도 대단한 소설이지만 목차 역시 눈길을 멈추게 만든다.

1. 죄의 신선도
2. 벌의 발소리
3. 속죄의 자격
4. 심판받는 자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붙여진 소제목들. 어째서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작가를 이토록 늦게 발견한 것일까. 한 작가의 책들을 탐독해나가다보면 한 두권 정도는 실망스러운 책을 발견하기 마련인데, 최근 한 달간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서 단 한 권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치밀하게 짜여진 내용과 캐릭터가 처한 독특한 상황들이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면서도 늘어지는 부분 없이 재미있게 이어졌다. 진심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story...

악명높은 변호사 미코시바에겐 적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돈 많은 가해자들을 변호하면서 그들의 죄를 무죄로 만들어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뱀처럼 현란한 혀를 가진 변호사. 그가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한 남자의 시체를 강에 버리면서 '두 번째 살인'임을 고백했다.

사이타마 현경 수사 1과의 가즈야는 오늘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꼰대 와타세 반장과 한 조다. 배우는 것은 많았지만 타박 역시 만만치 않아 괴로운 자리라고 생각해온 그에게 와타세 반장과 변호사 미코시바가 얽힌 이번 사건은 분명 경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범죄였을 것이다. 선천적 장애로 팔 하나만 사용할 수 있는 미키야가 전동휠체어에 탄 채 모든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직원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까지 공장의 모든 공정을 자동화시스템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액의 모험에 든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입원했던 아버지는 병원에서 살해되었다. 미키야의 어머니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었고 그 와중에 이들의 변호를 맡게 된 미코시바는 1심을 뒤집고 어머니의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강에 버려진 시체가 악의적인 가십을 쏟아내던 기자의 것으로 판명되면서 와타세는 미코시바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밝혀지는 미코시바의 과거행적들. 그는 5살 소녀를 살해하고도 감정의 동요가 없었던 소년 소노베 신이치로였다. 간토 의료 소년원에서 특별한 교관 이마니 다케오를 만나지 못했다면,...변호사를 꿈꾸다 자살한 라이야와 탈옥을 도왔으나 도주 한시간만에 숨진 나쓰모토의 죽음,,,,시마즈 사유리의 피아노 연주가 그의 마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면 재범, 삼범의 흉악범으로 살게 되지 않았을까. (시마즈 사유리는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묘하게 이어지는듯 하다)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살인범으로 몰 계획을 세우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인으로 엮는 일에 비하면 겉으로는 돈밝히는 변호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돈 한 푼 못 받을 국선 사건을 즐겨 맡는 변호사였다. 파렴치한 의뢰인으로부터 뜯어낸 고액의 변호비용은 매달 꼬박꼬박 자신이 살해한 소녀의 어머니에게 송금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누가 더 나쁜놈인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인생은 소설처럼 전지적작가시점으로 타인을 투영해주지도 않는다. 불친절한 신이 짜놓은 판 위에서 살다가는 인생인 듯 하지만 <속죄의 소나타>처럼 뭉클한 감동을 진하게 남겨주는 소설을 읽은 밤이면 쉽게 잠들기 힘들다. 오늘밤도 그럴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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