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다섯과 함께 생활하는 집사'인 저자의 짧은 그림 에세이들은 '고양이 여섯과 함께 생활하는
집사'인 나의 일상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우르르 마중을 나온다거나 커피를 내리는 날엔 고양이 등에서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온다거나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와 마주치면 가슴이 저려오고 올해가 17년인지, 다음해인지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사는
삶. 똑같았다. 게다가 한때 내 고양이만 별난 고양이인가보다 했던 생각까지 똑같았다. 꽁꽁이 한 마리를 처음 반려하면서 '고양이란 원래
이런가?','얜 유독 별난 아이인가보다' 생각했으나 세월이 흘러 다묘가정의 집사가 되고 이웃의 고양이, 길고양이들을 만나보니 내 고양이만큼 착한
녀석도 없다는 판단. 아마 저자의 마음처럼 '얌전하고 순한 고양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다르게 보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