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 나를 위로하는 보드라운 시간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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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다섯과 함께 생활하는 집사'인 저자의 짧은 그림 에세이들은 '고양이 여섯과 함께 생활하는 집사'인 나의 일상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우르르 마중을 나온다거나 커피를 내리는 날엔 고양이 등에서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온다거나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와 마주치면 가슴이 저려오고 올해가 17년인지, 다음해인지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사는 삶. 똑같았다. 게다가 한때 내 고양이만 별난 고양이인가보다 했던 생각까지 똑같았다. 꽁꽁이 한 마리를 처음 반려하면서 '고양이란 원래 이런가?','얜 유독 별난 아이인가보다' 생각했으나 세월이 흘러 다묘가정의 집사가 되고 이웃의 고양이, 길고양이들을 만나보니 내 고양이만큼 착한 녀석도 없다는 판단. 아마 저자의 마음처럼 '얌전하고 순한 고양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다르게 보인 모양이었다.

 

멋있게 사표를 내고 생각한 대로 살고 싶지만 여전히 직장에 매여 출퇴근하며 사는 다섯 고양이의 집사 진고로호씨. 사표를 썼다가 엄마의 말 한마디에 슬쩍 넣어두고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고양이 사료와 모래값을 떠올리며 다잡고, 못먹는 생새우를 억지로 먹이는 회식자리 따위엔 가고 싶지 않겠지만 잘 버틴 그 하루하루가 짧막한 일기처럼 쓰여졌다.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은 그래서 위로의 시간이 담긴 일상 에세이다. 그 힐링타임을 열어주는 고양이가 다섯마리나 있다니....!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성공하는 내용이 담긴 책보다 언제부턴가 이런 위로가 담긴 책을 더 가까이 하기 시작한 건 내게도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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