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몰랐던 한국사 비밀 32가지 2 - 숨어 있는 우리 역사 1cm 넓혀 보기 우리도 몰랐던 한국사 비밀 32가지 2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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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컨텐츠를 두고 포커스를 잘 잡는 작가라고 생각해 왔던 이수광 작가의 [우리도 몰랐던 한국사 비밀]의 서문을 읽고 잠시 숙연해졌다. 작가의 책은 다른 책들과 함께 서점에 꽂혀 있어도 제목을 눈으로 훑으면서 꼭 빼보게 만든다. 그만큼 '아,이 책 재미있겠다' 싶어 들어보면 이수광 작가의 책이었다. 제목도 잘 뽑고 내용도 몰랐던 역사적 인물이나 익숙해도 새롭게 정리되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뽑아든 책이었는데, 본문 읽기에 앞서 서문을 읽으며 그가 자료를 찾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취재를 하는 지 알게 된 것이다. 그저 역사적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 책상 앞에서 자료를 찾으며 글을 쓰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역사서를 쓸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간다는 작가. 그 노력의 결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공들여 쓴 글을 대충 읽는 다는 건 작가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므로.

 

우리가 치우천왕을 마음에 담으면 우리 것이 되고 우리가 담지 않으면 남의 것이 된다

p19

'안중근의 아들이 왜 이토 히로부미 아들에게 사과했는지','백백교가 왜 세계 최고의 살인집단이 되어버렸는지','고구려 왕의 성씨가 고씨가 아니라 해씨였던 사실' 등등 흥미로운 목차가 많아 궁금한 대목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으나 가장 흥미로운 페이지는 조선에 온 흑인병사 이야기가 실린 198페이지다. 그 많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 속에서 흑인을 본 적이 있었나? 떠올려 봐도 없다. 특히 조선 후반도 아니고 임진왜란 때 흑인 병사가 조선에 머물렀다니....그 사연은 이러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속엔 '팽신고'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임진왜란 7년 째, 명나라에서 구원군으로 파견한 팽신고가 조총을 잘 쏜다며 파랑국 사람을 데려왔는데,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이 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조선에서는 외모가 다른 그를 '해귀'라 불렀는데, 아들 팽부산까지 데려왔다고 하나 그들이 얼마나 왔으며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는 듯 했다. 조선 시대에 흑인병사라니....마치 로빈 훗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 속에 그 대목이 그려져 재미있었따. 게다가 팽부산은 명나라 멸망 후 귀화해서 절강 팽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하니.....더 신기했달까.

 

이렇게 파도파도 끝이 없고, 새로운 인물이 또 등장하는 역사 이야기에서 어떻게 재미를 거둘 수 있을까. 학창시절에 배운 역사는 단지 시험에 나오는 부분만을 암기한 것일 뿐 너무나 얕고 좁아서 오히려 성인이 되어 다양하게 접한 역사 서적들이 지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물론 학창시절, 달변가였던 국사/ 세계사 담당 선생님들이 재미의 씨앗을 심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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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개좋음
서민 지음 / 골든타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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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기생충 학자'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기생충학자가 50명 ㅇ가량 있고 그 중 40퍼센트가 서울에 거주중이라고 한다. 지방에 기생충 학자가 살고 있을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하필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애완동물의 대소변은 사람에게 기생충 등 질병을 옮길 수 있으므로 금지합니다 라고 써붙여 놓았다니......! 이 대목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전문가와 붙어서 논쟁했을 때 과학적 근거를 댈리 만무하고 그저 싫은 마음에 핑계삼아 붙여 놓은 것이 뻔한 글인데, 다른 표현도 아니고 기생충이 언급되다니......! 저자에 따르면 소변은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개든 사람이든 비뇨기계에 심각한 감염이 있지 않는 한 소변에는 세균이 없고 기생충 감염이 가능한 대변의 경우 사람 몸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해를 입힐 수도 있지만 딱히 반려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기생충인 개회충의 경우 감염되려면 알을 먹어야 하는데, 개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개회충이 흙속에서 최소 2주간은 발육해야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부화 할 수 있단다. 반려견이 개회충의 알을 먹을 확률은 희박하지만 유기견의 경우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개를 식용하는 이들이 참고했으면 좋을 내용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유명 기생충 학자 집에 개가 그것도 페키니즈만 여섯 마리나 살게 된 것일까. 간혹 주변을 둘러보면 한 품종에 꽂혀서 유독 그 품종 견이나 고양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집들이 있는데, 그의 집 또한 그러했다. 뽀삐와 예삐라는 흰색 페키니즈를 두 마리 키우던 부부는 현재 팬더, 미니미, 흑곰, 은곰, 황곰, 오리 라고 불리는 여섯 강아지들과 산다. 평소 특이하게 생겼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무척 매력적인 모양이다. 이 중 검은 강아지인 흑곰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나는 어쩔 수 없는 검은 고양이 집사이고.

 

 

기생충 학자가 저자라고 해서 내용이 위생과 환경, 감염과 세균 위주로 쓰여지지 않았다. 다른 집업군의 견주들처럼 그의 직업이 어떻든 간에 책은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다.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여섯 강아지들, 산책을 좋아하고 각자의 성격이 달라 싸우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아내가 얼굴을 물리는 등의 피치못할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여섯 강아지들.

 

케어를 지지해 왔던 그가 '안락사 문제'로 시끄러웠던 케어와 박소연 대표의 결정에 대한 소신발언도 내뱉었고, 개를 키우는 환경,경제적 요건, 펫문화, 반려견의 인성 등의 자격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일갈해놓았으며 개고기반대 입장과 등록제, 트로이카 법안을 촉구하는 이유도 분명시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시종일 웃으면서 읽은 책이니까. 특히 개아빠와 결혼하려고 남편이 외모를 포기했다는 아내가 "이 개 예쁘지?"라고 말한 후 그 개들이 한 마리씩 집에 와 있었던 일화를 읽다가 웃음이 크게 터져 책을 잠시 내려놓아야했으므로.

 

고양이를 여섯마리 키우면서도 '쉬운 일이 아니야'라고 푸념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개 여섯 마리라니.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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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을 그리다 - 궐문에서 전각까지! 드로잉으로 느끼는 조선 궁궐 산책
김두경 지음 / 이비락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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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을 찍은 사진, 역사적 설명이 첨부된 글들은 읽어봤지만 이렇게 세밀하게 그려진 궁궐 그림을 한 권의 책을 통해 구경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펜 드로잉의 섬세함으로 사정전을 그려내고 교태전과 건천궁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가 '궁궐'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문화가 있는 날'을 알게 되면서 부터다. 무료관람을 하다가 서서히 매료되기 시작했고 결국 통합입장권을 구입해서 관람하면서 남다른 기록물을 남겨보고픈 마음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던 것.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광화문','근정전','동궁','경회루','홍화문','돈화문','석조전' 등등은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한다. 흑백으로 드로잉된 그림 속 궁궐. 누군가 살았던 혹은 지나쳤던 과거의 길을 현재의 우리 눈으로 확인하는 건 어쩌면 세월을 오버랩 시키는 설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서문을 지나 앞 페이지엔 '서울의 조선 궁궐 위치'가 지도처럼 표시되어 있는데, 멀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궁궐들이 지도상으론 한결 가까이 느껴진다. 서울시립미술관부터 동대문 역시문화공원까지, 청와대 아래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창덕궁, 창경궁까지..이 지도대로 궁궐 여행을 다녀와도 한 계절을 멋지게 지나가겠다 싶어질 정도다.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 책에서 찜해둔 멋진 궁궐로 가을 소풍을 떠나 그림이 그려진 위치에서 감상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가 아닐까.

 

아주 오래전 경복궁을 처음 구경했을 땐 설렁설렁봤다면 두 번째는 좀 꼼꼼히 둘러봤음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에만 조각되어 있다는 상상의 동물인 천록을 그냥 지나쳤다. 분명 다녀온 곳인데, 이 멋진 조각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보고 싶은 것, 유명한 것만 쫓아 구경다녀왔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곳을 다녀와도 사람에 따라 보고 느끼는 점이 다르다. 다음에 경복궁을 구경하게 되면 저자가 눈에 담았던 풍경들을 쫓아 답사처럼 다녀와야겠다. 월대 중앙의 근정전을 중심으로 배치된 청룡, 백호, 주작, 현무도 챙겨보고 고종이 가배를 마셨다는 이국적인 '정관헌'도 둘러보고 이름은 참 낯선 '통명전'까지....알고 보면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냥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오는 것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역사적 지식을 덧붙여 관람하는 것, 사전지식을 가지고 공부한 뒤 방문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장소 한 곳, 한 곳을 소개하는 페이지의 길이는 그리 길지도, 그렇다고 짧은 편도 아니다. 적당한 길이감이었는데, 드로잉 위주로 보려했던 최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역사적인 내용들이 알차서 2~3일에 걸쳐 천천히 읽었다. 뭔가 지식창고까지 채워진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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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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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뚝.뚝.뚝. 끊긴 느낌을 준다. 짧은 기억을 확인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전혀 다른 추억이 소환된다. 필카의 필름을 살펴보듯 읽게 만든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는 '최악의 하루'로 2016년 제 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김종관 감독이 썼다. 그는 수상한 작품 외에도 '낙원','폴라로이드 작동법' 등의 단편영화와 '더 테이블','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중 본 영화가 없어서 영화의 감성이 글로 고스란히 옮겨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눈에 비친 한 장면, 한 장면이 감성으로 이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는 계절을 발견해내고 추억을 소환해내고 있었다. 그 감성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겠지만 영화감독 김종관의 10년의 기록은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몰랐을만큼 일상적이었다. 글로벌한 청춘들이 모여들었던 이문동의 추억, 화장실을 찍는 부업을 하게 된 사연, 여러 물건을 팔던 아버지와 다녔던 어린 시절, 개근상을 못탔던 이유..그가 소환해낸 기억의 파편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짧게 보여진다. 그 중에서 안타까웠던 건 교통사고를 당한 'R'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택시와 부딪혀 목뼈 수술까지 받았지만 피해자임을 증명하지 못했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경찰은 게을렀고 CCTV의 기록타임은 지나쳤다. 겨우 한 개를 찾아냈지만 그녀로 추정할 뿐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사고로 기억마저 흐릿해진 R의 억울하지 않았을까.

 

'여행을 다닐 때의 나의 요령은 표정을 감추는 것이다(P102)'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소중한 순간을 독자와 공유하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글에 나타난 그의 얼굴은 포커페이스가 아니었으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P136

*2012년 출간된 <<사라지고 있습니까>>의 개정증보판 / <밤을 걷다> 시나리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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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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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고양이의 수명이 얼마나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아주 오래오래 함께 살게 되길 바라고 또 바라며 산다.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고 손님을 초대하는 일을 줄이면서도 불편함보다는 수긍하는 자세로 바뀌었고 불만보다는 함께하는 행복감과 고마움으로 일상을 채워나간다. 같은 집사로서 작가 무레 요코 역시 비슷한 마음인 듯 했다.

 

1998년, 아파트 담장 위에 있던 어린 쇼트헤어 고양이를 구조한 이후, 줄곧 19년 넘게 함께 살면서 평범하게 이어져온 일상은 10년 남짓 집사로 살고 있는 나의 일상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 병원갈 때 고래고래 소리질러서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세상 얌전한 고양이로 변신해서 황당했던 일, 집사의 새벽 잠을 깨우는 일, 동네 길냥이들을 이겨 먹는 일(?),편식쟁이라 해외에서 지인을 통해 공수받은 캔을 먹이는 일....무난한 고양이기보다 까탈스러운 고양이로 살기로 택한 작가의 고양이는 말 그대로 '여왕님'의 삶을 살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집사, 어쩌다보니 하녀로 살고 있는 저자는 옆집 친구 고양이 이름이 'B'인 걸 감안해 똑같이 순둥한 고양이가 되라는 뜻으로 'C'라 이름 지었다는데, '고양이 C'는 이름처럼 살길 거부한 채 20년을 꼿꼿하게 까탈스러움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양이니까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집사여서일까. 너무나 다행인 건 무려 20년 째 작가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건강하다는 거다. 마지막 페이지로 갈수록 C의 건강이나 C는 이제 없다 는 식의 문장을 발견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여전히 건강하다는 말에 안심했다. 간혹 고양이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는 지인들이 있는데, 너무 냥바냥이라 대충 15년~20년쯤? 이라고 대답했지만 소망이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젠 무례 요코의 고양이 이야기를 해주며 20년째 동거하고 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쓴 작가가 있다고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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