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가 실종된 지점의 거리는 비교적 가까웠으나 십대 소녀라는 것과 피리부는 사나이 엽서 외엔 공통점이 없었다. 가나에의 엄마가 블로그에 딸이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외엔 특정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경찰은 실패한 듯 했고, 설상가상으로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 다섯 명도 한 날 한시에 쉽게 유괴되어 버린다. 이윽고 큰 액수의 돈을 요구해 온 피리부는 사나이.
1284년 독일 하멜른에서 130명의 아이가 실종된 민담을 기반으로 그림형제가 엮은 이야기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이전에 영화 '손님'으로 먼저 접한 적이 있다. 같은 모티브로 한 작가는 백신부작용이라는 사회적문제로, 시나리오에서는 통제당하고 있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서늘한 판타지로 그려냈다. 영화 손님처럼 잔혹하진 않았지만 다 읽고난 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 <하멜른의 유괴마>.
소설을 읽기 전엔 백신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필수적인, 통과의례인 단어처럼 여겨졌지만 잃은 후에 오히려 국내 사례는 없는지 검색해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보단 범인의 의도와 이후 계획이 더 궁금했던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 범인을 찾아내고도 찝찝함을 감출 수 없는 건 백신부작용이라는 숙제가 남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는 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