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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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름이 낯선 작가의 소설이지만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다. "쌍둥이"를 소재로 쓴 트릭이라 그 내용도 궁금했고. 첫 장부터 메인 트릭을 다 밝히고 시작하는 작가의 호기로움에 매료되어 <<살인의 쌍곡선>>을 읽기 시작했다. 40년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왔다는데 왜 이름이 낯선것일까. 이조차 의문이지만 누적판매 2억 부를 기록한 소설이라니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도쿄에서 일어난 쌍둥이 강도사건

고시바 도시오와 고시바 가쓰오는 일란성 쌍둥이다. 도쿄에서 연달아 발생 중인 강도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정작 형인지 아우인지 경찰은 특정해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당일, 외모와 옷차림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다. 의도한듯. 증인은 많지만 쌍둥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었다. 결국 둘 다에게 미행이 붙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경찰이 범인에게 놀아나고 있던 그때, 수사본부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고시바 형제의 강도행각과 일치하는 '범행계획'이 적혀 있는 편지가. 변두리 작은 구멍가게-슈퍼마켓-영화관/볼링장-번화가/호텔-은행 순으로 적힌 편지가 두 번 나뉘어 도착했다. 계획한 사람 따로 훔치는 사람이 따로인 '도쿄 연속 강도 사건'은 쌍둥이 형제의 자백을 받아낸 뒤에도 종결되지 않았다. 바로 다른 지역인 도호쿠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과의 연계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호텔 관설장에서 온 초대장

산골짜기에 위치한 호텔 관설장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모였다.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고 도착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이, 직업, 사는 동네, 현재의 상황까지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폭설에 외부와의 연락까지 끊긴 상황. 뒤이어 탈출 경로까지 차단당한 채 한 명, 한 명 죽은 채 발견되기 시작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초대했으면 또 어떤 사연으로 살해하고 있는 것일까. 또 도쿄에서 벌어진 쌍둥이 형제의 강도사건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일까. 읽다보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살인을 계획한 이유가 더 궁금해져버린다. 그리고 애초에 밝힌 쌍둥이 트릭이 도쿄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거리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지금, 이대로의 계획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완전범죄로 묻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1971년에 출간된 소설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트릭이었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정말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의 상황에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살해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너무한 일이 맞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어야한다면 세상 모든 사건 사고 현장의 주변인들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얄미운 캐릭터도 있다. 승차거부와 같은 직간접적인 잘못을 행한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어머니가 유언을 남길 수 있었다면 '복수 보다는 더 나은 삶 OR 이 같은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돕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걸까. 형제는.


늘어지는 구간 없이 제법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자꾸만 197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점으로 상상이 된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트릭을 다 알고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전혀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두 세권 찾아 읽어봐야겠다. 같은 느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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