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영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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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드라마 '탄금'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장다혜 작가의 신작 소설의 제목은 <<탁영>>.

조선 후기 한양을 배경으로 금박장 '희제'와 매골이 업이었던 '백섬' , 의관 '장헌'이 운명으로 얽히는 이야기다.

거기에 한 사람 더 칼두령 '도진'까지 더해져 퍼즐 맞추듯 조각들이 이어진다.

죽음이란 누군가에게 그림자를 맡기는 것(탁영)이라는 말을 내뱉고 꽃잎을 뜯어 압화를 만드는 순둥순둥한 백섬이 장헌의 늙은 유모와 단둘이 외딴 별채인 구곡재에 갇혀 사는 이유가 궁금했던 희제는 곧 그 비밀을 알아낸다. 동시에 희제를 마음에 품었던 장헌 역시 왕가를 틀어쥔 집 안의 탐욕을 눈치채면서 점점 흑화하고. 매골업에서 벗어나게 해 준 '어의 최승렬'과 '함께 살게 된 복순어멈'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던 백섬 역시 자신의 쓰임새를 알게 되면서 셋의 우정은 바사삭 금 가버린다.

희제와 백섬의 로맨스 대목만 보자면 수요 드라마 같고, 연모가 변질로 집착되는 장헌과 희제의 스토리는 평일저녁 드라마처럼 읽히다가 희제 모친과 오라비 죽음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또 추리물 같아서 <<탁영>> 한 권으로 여러 장르를 섭렵한 기분도 드는데, 무엇보다 그 결말이 너무 시려서 가슴 아팠다. 그래서였을까. 잔혹한 복수가 시원하게 느껴진 것은.

같은 날 태어난 사주여서 실험체가 되어야만 했던 운명도 슬프지만 본인의 본 모습이 드러난 것인지 인간의 마음을 잃고 야차처럼 변한 것인지 모를 운명 또한 슬프기는 매한가지였다.어떤 위치에서, 누군가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만든 소설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그림자를 맡긴다'라는 표현이 너무 시적이라 궁금했던 소설 <<탁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영상화 되었듯 이 소설 역시 드라마화 된다면 세 명의 주인공들은 각각 어떤 배우가 캐스팅되면 좋을까?



이 밤만은 금와당의 부적이면 좋겠다

P168



진심이 담긴 백섬의 면포같은 한 마디는 소설에서 가장 달달한 대사였다. 말 한마디로 장면이 그려지는 붓을 머금은 대사.

<<탁영>>의 배경은 조선이지만 사실 스토리는 현대물로도 손색이 없다. 타국을 배경으로 판타지스럽게 각색되어도 이야기의 매력은 빠지지 않을 듯 하고. 왕가가 아닌 재벌가를 모티브로 각색되어도 뼈대는 흔들리지 않을 듯 하다. 매골승, 금박장, 인간부적 이라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직업군이나 소재 역시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요소라서 사극풍이 가장 어울리지만.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은 후 읽고 올리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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