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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정원의 살인 ㅣ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아파트 안 삶(인맥)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황정은 작가의 <개구리 정원의 살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세월의 나이테를 두껍게 다져온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도, 무탈한 가정을 가진 사람도 교와 포레스트 안에서는 그저 개구리였을 뿐이다. 그저 잠만 자는 장소로만 치부했더라면 덜 불행했을까. 삶을 꾸려가는 테두리로 여겼던 사람들이 망치고 싶지 않았던 대상이 아파트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행복, 평화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개구리 정원의 살인>이라는 제목에서 '개구리 정원'은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로 여겨졌다.
읽는 동안.

다소니 연못에 물을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의 갈등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야기의 시작은 개구리 소리에 집착하는 주부 '이정화'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개구리 소리에 매력을 느껴 집을 계약했던 그녀였기에 2년 전 작은 사고로 연못의 물을 뺀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고 어떻게든 다시 연못에 물을 넣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싶어하던 중이었다. 큰 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성격이 너무 소심했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었던 그녀는 남편을 부추기는 동시에 새로 주민이 된 연예인의 영향력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넓은 평수에 거주중인 김영은은 반대파다. 소음과 안전 그리고 벌레 등을 이유로 물이 빠진 상태의 연못을 지지하는 쪽이며 정화와 달리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렇듯 단순히 연못에 물을 빼니~ 넣니~ 하는 문제로 시작되지만 이 연못은 결국 사건 현장이 되고 소설의 처음에 등장했던 '이정화'의 자살을 시작으로 아파트 주부들의 관심 대상이었던 남자 연예인의 죽음과 공공의 밉상이었던 노부인의 독살로 이어지며 아파트의 분위기는 싸늘해져 간다. 평화로워보였던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주민들 사이에 숨은 목격자와 살인자. 가려진 CCTV보다 더 많은 눈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이 흐르는 아파트.
사기, 소문, 불륜, 질투...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담겨 있어 이야기의 양념이 다채로왔던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인간의 욕망과 얄팍한 인간관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안전한 공간이,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는 시간
아파트는 선택여하에 따라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는 삶의 공간이다.
이웃집 혹은 같은 층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고 친분과 인맥으로 얽히기도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주택에 비해 쉽게 사람을 사귈 수도 있지만 또 얼굴을 모르는 타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밀집된 땅 위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다보니 살아온 방식이나 성격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나이가 많아도 타인의 존경이 아닌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망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 거미줄처럼 이웃을 쫀쫀하게 옭아매어 나락으로 빠뜨리는 사람도 그 민낯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산다.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 자체는 최근 몇 년 간 읽었던 범죄 소설과 비교해보면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꽤 많지만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정리 되어 있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 역시 모두 이해의 범위 속에 위치해 있다.
한마디로 쉽다. 하지만 묵직했다.
아파트를 폐쇄 무대로 설정해 두긴 했지만 넓게 펼쳐보면 아파트는 하나의 단체, 하나의 마을, 하나의 지역으로도 얼마든지 치환될 수 있는 장치여서 장소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건과 사람관의 관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결국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인 셈이다.
* 인디캣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