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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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남훈 작가의 장편소설 밤의 학교

프롤로그

1부 달리는 밤의 학교

2부 우리는 특별한 밤을 보게 될 거야

3부 또 하나의 문에 관하여

에필로그

목차는 심플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1/2/3부로 짜여진 구성이라 내용도 짧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허남훈 작가의 역사판타지 <<밤의 학교>>는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읽어야 할 정도로 알찼다. 알이 꽉 찬 옥수수처럼.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편견.

<<밤의 학교>>는 그동안 지니고 있었던 학교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소설이다. 소설이나 드라마 안에서 학교는 감옥 같은 답답한 공간, 계급/불공정한 일들이 일어나는 갈등의 배경/ 공포존 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매력적인 게이트처럼 그려졌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가 모인 곳. 분명 같은 장소인데 학교가 역사 속 배경이 되는 순간 함께하는 사람들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빛바랜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실체엽서. 새 엽서가 아닌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던 엽서로 보낸 이의 사연과 소식이 담긴 '실체엽서' 모으기가 취미인 지환이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기옥'의 엽서를 만나면서 역사 속 시간 여행의 문이 열린다. 희곡대본을 쓰게 된 '지환'과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은서', 전투기 조종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기웅'까지 셋이 타임슬립된 시대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열망하며 목숨을 건 채 만세를 부르고, 독립 운동을 하던 그 시절로 고등학생 셋이 보내진다. 북간도 명동촌, 연해주, 하얼빈, 평양 .... 매번 도착하는 곳은 낯선 곳이지만 초행이면서도 익숙한 건 그 공간이 학교였기 때문이다. 학교는 과거와 현재를 함께 품으며 지식으로만 채워왔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한다. 소설에서의 '학교'가 넓게 보면 '이 땅'을 의미하며, 김구 선생/윤동주 시인/안중근 의사/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로부터 지환/은서/기웅으로의 연결은 '이어짐'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를 배워 미래를 아는 학생들이 타임슬립했지만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그대로였다. 바뀐 부분없이.

대신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을 모르는 안중근을 위해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외치고, 견습기자 신분으로 재판을 방청하거나 부토 노부유시 암살을 시도했던 남자현 지사를 부축하며 역사를 함께했다. 기옥의 비행도 도우면서. 그들이 바꾸어야 하는 것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살아내야하는 현재였기에.

책을 덮고나면 '재미있었다'라는 감상만 남는 책도 있고, 사건이나 캐릭터가 떠올려지는가하면 좋은 구절이 많아 메모하게 만드는 책도 있다. <<밤의 학교>>의 경우 재판장에서 모리머 기자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는데,

오늘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언젠가 네가 독립운동에 관해 글을 쓰게 된다면,

혹은 친구들, 후배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그들로선 더 바랄 게 없겠지

그렇게 진실은 계속 전진할 테니까 p156

얼마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실린 일본 교과서 소식이 또 들려와 속이 끓는 가운데 읽게 된 책이라 더 뜨거운 가슴으로 읽게 되었다. 진실이 계속 전진할 거라는 말. 1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우리에겐 똑같이 '애국'의 마음이 싹터 있다는 점. 가슴을 울리는 구절과 함께 깨닫는다. 역사 판타지로 성장한 건 주인공들뿐만이 아니라는 걸. 마음의 성장은 나이와 상관없으므로.



인디캣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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