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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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는 환상의 빛과 어둠이 있다.
빛을 따라 몽롱해지기도 하고
어둠에 매몰되버리기도 한다.
환상이었다해도 끝내 현실에
그 흔적을 남기고야마는.

이혼 후 10년 만에 두 남녀가 재회한다.
주고 받은 편지가 고스란히 소설의 내용.

빛을 따라 몽롱하던 시간들.
그로 인해 어둠에 매몰된 시간들을 반추하며
새로이 서로를 알게 되고 잊을 수 있게 되며
사랑을 추억이라는 자리에 아스라히 안착시키고
미래를 향할 수 있게 된다.

달뜬 연애편지보다 서글프지만
안간힘으로 인지하고 수용하고
결국에는 편안하게 생을 포옹하는
그 마음의 무늬가 좋았다.

미야모토 테루.
이 작가를 기억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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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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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2017년 5월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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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해녀입니다 (양장)
고희영 지음,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 / 난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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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화가의 그림을
책으로 소장할 수 있다는 크나큰 기쁨 :)

˝우리들은 바다를 바다밭이라고 부른단다.˝
그 밭에 전복 씨도 뿌리고 소라 씨도 뿌린단다.
아기 전복이나 아기 소라는 절대로 잡지 않는단다.
해산물을 먹어치우는 불가사리는 싹 다 치운단다.
바다밭을 저마다의 꽃밭처럼 아름답게 가꾼단다.
그 꽃밭에서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만의 약속이란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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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6-20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저는 참 좋았어요.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라는 말이.
달팽이개미님 좋은밤되세요.^^

달팽이개미 2017-06-20 09:26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문장이 마음에 콕! 각인되더라고요.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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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잃어버리는 일.
그 뭔가는 늘 모호하고..
그 모호한 것에서 기인하는 외로움과 불안함.
그럼에도 살아가야하기에
살아가기 위한 거짓말이 필요하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상실 후의 이야기이다.

남은 자가 어렴풋하게 만들어내는
납득할만한 이유들.
살아가기 위한 거짓말들.

애잔하고 아름다웠다.
네 편 중 두 개의 단편이 좋았다.
환상의 빛과 밤 벚꽃.
특히 그 둘의 엔딩.

<환상의 빛>은
영화로 제작되었다하니 꼭 챙겨봐야지.
믿고 보는 넘나 애정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이니 :)

[환상의 빛 엔딩]

보세요. 또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해님이 섞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께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곳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미쳐 날뛰는 소소기 바다의 본성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잔물결이 바로 어둡고 차가운 심해의
입구라는 것을 깨닫고 제 정신을 차릴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아, 역시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네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끔 몸 어딘가에서
찡하니 뜨거운 아픔이 일어 기분이 좋습니다.
시아버지의 가래 섞인 기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배가 고프면 저렇게,
이층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저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뭘 떠올리고 있는 건지,
툇마루에 앉아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유이치도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네요.

[밤 벚꽃 엔딩]

아야코는 그렇게 밤 벚꽃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고,
그 안에서 문득 보이는 것이 있었다.
아아, 이거구나, 하고 아야코는 생각해보았다.
대체 뭐가 이것인지 아야코로서도 분명히
알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지금이라면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오늘이 마지막인 꽃 안에서 일순 본 것인데,
그 아련한 기색은 밤 벚꽃에서 눈을 떼면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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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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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를 모를 심연의 슬픔,
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아무리 큰 거인이라도 감싸주지 않으면 넘어집니다.
생물학자인 제 눈에는 우리도 영락없는 자연의
일부일 뿐인데, 왜 요즘 우린 그걸 자꾸 부정하려
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거인의 몸통에 작살을 꽃으면 우리도 함께 간다는 걸
왜 모를까요? 언젠가는 저 외계에도 생명이
존재한다는 걸 밝히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에게 알맞는 행성은
이 지구 하나뿐일 겁니다.
거인의 비밀들은 계속 조심스레 들춰봐야겠지만
그들을 배반하는 일일랑 하지 않아야 우리 스스로가
‘시간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숨겨준 자연이 제 품속에서
편안히 있는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최재천 교수

소중하게 간직해야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다 읽고나서 잠시 멍..
책을 자꾸 만지작 만지작..했더랬다.

아이가 크면 꼭 함께 읽고 싶은 아름다운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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