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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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잃어버리는 일.
그 뭔가는 늘 모호하고..
그 모호한 것에서 기인하는 외로움과 불안함.
그럼에도 살아가야하기에
살아가기 위한 거짓말이 필요하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상실 후의 이야기이다.

남은 자가 어렴풋하게 만들어내는
납득할만한 이유들.
살아가기 위한 거짓말들.

애잔하고 아름다웠다.
네 편 중 두 개의 단편이 좋았다.
환상의 빛과 밤 벚꽃.
특히 그 둘의 엔딩.

<환상의 빛>은
영화로 제작되었다하니 꼭 챙겨봐야지.
믿고 보는 넘나 애정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이니 :)

[환상의 빛 엔딩]

보세요. 또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해님이 섞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께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곳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미쳐 날뛰는 소소기 바다의 본성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잔물결이 바로 어둡고 차가운 심해의
입구라는 것을 깨닫고 제 정신을 차릴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아, 역시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네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끔 몸 어딘가에서
찡하니 뜨거운 아픔이 일어 기분이 좋습니다.
시아버지의 가래 섞인 기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배가 고프면 저렇게,
이층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저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뭘 떠올리고 있는 건지,
툇마루에 앉아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유이치도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네요.

[밤 벚꽃 엔딩]

아야코는 그렇게 밤 벚꽃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고,
그 안에서 문득 보이는 것이 있었다.
아아, 이거구나, 하고 아야코는 생각해보았다.
대체 뭐가 이것인지 아야코로서도 분명히
알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지금이라면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오늘이 마지막인 꽃 안에서 일순 본 것인데,
그 아련한 기색은 밤 벚꽃에서 눈을 떼면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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