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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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성취는 훌륭하나 향후의 도약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감각적인 문체로 게이의 애정사를 풀어내는 공력은 대단하나 작품들이 만남과 환희-갈등의 발생 및 심화-이별 뒤 여운과 수긍이라는 연애소설의 전형적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리얼함은 기막힌데 독창성까지 그만한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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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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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과장도, 허세도, 감언도 없는 생의 ‘날비린내‘를 풍기는 책이 있다. 이런책을 만나면 독자로서 판단하려는 욕구는 사라지고 치열한 삶을 살아온 저자에게 마땅히 가져야 하는 존경심은 더욱 커진다. 조지 오웰, 김신용, 한승태 같은 작가들이 적힌 나만의 목록에 이종철이라는 이름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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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우리 같은 택배기사들은 아프거나 다쳐서는 안 돼. 가족이 상을 당해도 낮에는 배송하고 방에 장례를 치러야 할 거야. 젠장! 

저자(까대기 아르바이트): 왜 그런 거예요?

택배기사: 알바님. 특수 고용직이라고 들어봤어요? A택배 회사는 지점장과 택배 지점 운영에 대한 위탁계약을 맺어요. 그리고 지점장은 택배 기사와 배송 영업에 대한 위탁계약을 하죠. 결국 회사는 배송 서비스를 기사에게 위탁한 게 되고 택배를 배송한 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거죠. 택배 기사들 대부분은 자기 소유 차량에 개인 사업자로 일하고 있어요. 개인 사업자다 보니 수수료 수입을 뺀 나머지 경비는 자기가 부담하죠. 한 달 배송 수수료 수입에서 기름 값에 차량 유지비에, 할부금에, 부가세에, 전화비에, 식대에, 지점 운영비를 빼고 나면..... 그러면서 A택배 회사와 계약 관계로 회사의 업무 명령을 따라야 해요. 당일 배송이 원칙이구요. 고객한테 불만 접수되면 벌점 매겨집니다. 배송 중에 분실, 파손은 기사 책임인 거 아시죠? 그래서 기사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서 다치면? 그건 기사 사정이고. 배송을 못하거나 늦어지면? 계약 위반으로 기사 책임이 되는 거죠.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 고용직이죠. 알바님. 택배 기사들이 한 달에 얼마 버는지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랠 걸요?

저자: 왜요?

택배기사: 너무 적어서요

-----이종철, "까대기" 120~123쪽 


택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곤고하고 씁쓸한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올해는 전태일이 산화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의 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했고 고인에게 국민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이 받은 훈장은 1등급(무궁화)으로 노동계 인사에게는 처음으로 수여된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상생과 연대를 실천한 열사의 삶을 노동존중사회 실현으로 함께 이어가야 한다'는 당부를 전태일재단 이사장에게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진정으로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훈장 수여나 그럴듯한 당부를 넘어서 우선 전태일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부터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노조법 2조 개정)된다면 그동안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 고용직의 입지도 상당 부분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전태일 3법과 관련한 법안 제정 및 개정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흠모 어린 헌사를 바치건, 1등급 훈장을 수여하건 간에 어떠한 반가움도 감흥도 생기지 않는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기억하고, 노동 열사의 정신을 호출하는 것만으로 집권여당은 자신들의 할 일을 다 마쳤다고 자평하는 것이다. 기념은 박제에 불과해지고 실천과 혁명은 시기상조로 폄훼된다.  

그저 쇼통이라는 말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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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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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의 명성과 적공을 생각한다면 태작까지는 아니어도 소품에 그치는 소설. 503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부결되었다는 설정을 토대로 혐오와 테러로 점철된 사회상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그 내용이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전개된다. 작가 개인의 역량보다 핀시리즈의 분량 제한(중편!)을 탓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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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1-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다지 높지 않은 평점을 주었지만 상술했듯이 작가의 역량을 따지기보다는 이 현대문학 시리즈의 분량 제한에, 나아가 경장편/중편 위주로 단행본을 내주는 작금의 ‘물량주의적‘ 출판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소설의 미덕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확장과 주제의 심화에 있다고 판단되는데 단편적인 이야깃감에 적당히 분량만 늘린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어떤 경향성이 내 눈에 띈다. 백민석의 ˝플라스틱맨˝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작가의 할 말이 상당한 분량으로 남아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편집상의 이유로) 작품에서 다 하지 못했다는 인상이 든다. 그 때문에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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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서의 재미를 말하자면 (엽편 모음임을 감안하더라도) 단조롭고 기시감마저 들지만 많은 여성들의 증언록이자, 시대의 보고로서의 가치를 따지자면 귀하고 종요로운 저작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겪는 혐오와 냉대와 무시와 고독의 실상을 스케치하는 필치에는 저자의 고된 노력이 아로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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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1-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이 책은 허구가 가미된 픽션이 아니라 소설과 르포 그 사이에 있는데 이 위치가 절묘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아직까지도 게으름을 부려서 읽지 않았던) ˝82년생 김지영˝을 정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