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이동하 지음 / 세계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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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의 장점은 소설의 기본(취재/구성/묘사)에 충실하단 것이고 단점은 기본에‘만‘ 충실해서 서사의 외연적 확장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가 가난체험과 지리한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밑에는 실경험자의 고통과 설움이 간곡하나 이것이외의 감정과 소재를 찾으려는 작가적 노력은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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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5-09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젖은 옷을 말리며‘나 ‘문 앞에서‘와 같은 일군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비록 누군가의 눈에는 상투적인 이야깃거리로 보일지라도) 소시민의 고독한 정서, 난세를 버티고 살아낸 사람들의 서글픈 마음바탕을 되짚는 작가적 시선은 가히 웅숭깊다. 이동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활달한 작가는 아니지만 놀라운 기억력과 세밀한 관찰력, 그만의 연마된 문체로 일상의 이야기를 공들여 직조하는 장인적인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2018-05-19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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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익은 대가의 펜으로 써야 깊이가 확보되는 주제들(여자의 삶, 남녀의 이별 등)이 있다. 한트케는 연인이 떠난뒤 방랑을 거듭하는 한남자의 마음그늘과 충동적 정서를 꽉짜인 문체로 표현한다. 결국 이상적 재결합도, 파국적 사고도 아닌 희망적 결별로 마무리가 되는 서사는 현실적이면서, 탁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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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4-2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비슷한 시기에 쓰인 ‘소망 없는 불행(1972)‘이나, 훗날에 쓰인 ‘아이 이야기(1991)‘에 비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맥락이 부실하고, 난해하게 여겨지는 대목들이 출현한다. 해설자는 이러한 난해함을 일러서 문학적 깊이 추구에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가치라고 본 듯하나 나로서는 (장편을 쓰는 과정에서) 글쓴이의 집중력 저하와 피로감 증가에서 찾아온 결과가 아닐까 짐작된다. 그래서 별 하나를 깠다.

2018-04-26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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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집이후로 한책에 실렸던 모든작품들이 좋았던 경우는 이번이 두번째다. 실험적인 스타일을 자랑하건, 디테일의 무게감을 강조하건 인물의 ‘닫힌내부‘를 조망하면서도 타자라는 이름의 ‘열린외부‘에도 집중하는 작품들이 많다. 젊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글들의 광도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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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4-0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소설들에 대해서 거칠고 짤막한 주관적인 평을 달자면 다음과 같다
ㅡ 박민정 ‘세실, 주희‘: 좀 더 지적이고 젠더적인 21세기의 임철우
ㅡ 임성순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지적 사기와 포장술과 돈지랄로 얼룩진 현대 예술의 내장
ㅡ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대의보다는 일리一理에 더 빚지고 있는 듯한 오늘의 윤리 의식
ㅡ 정영수 ‘더 인간적인 말‘: 현실적 사건 앞에 서면 무력하고 초라해지는 지적/논리적 언어들
ㅡ 김세희 ‘가만한 나날‘: 가치 생산의 노력이 기호 양산의 헛수고로 변질되는 순간
ㅡ 최정나 ‘가만한 나날‘: 가족이라는 이름의 끔찍하고 구린내 나는 공동체
ㅡ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와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날것의 문장으로 그려낸 성소수자들의 ‘진짜‘ 현실

기적인데요! 2018-04-0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의 글을 자주 챙겨봅니다만, 우리나라 문학, 더욱이 수상작품에 이렇게 상찬을 하시다니... 구매안할 수가 없겠네요.

p.s. 이번이 두번째면 첫번째는 책 제목이 어떻게 되나요?

수다맨 2018-04-05 10:15   좋아요 0 | URL
제 1회 이상문학상 수상집으로 대상작은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상 수상작보다도 우수상 수상작들(조세희의 ‘난쏘공‘,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선정 작품들 밀도와 무게감이 아주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이 책은 너무도 오래전에 출간된 것이어서 지금 시중에서 구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독만권서행만리로 2018-04-0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두번째라 하셔서, 1회 이상문학상과 2018 젊은 작가상 사이에 경우 하나가 더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님이 인정하는 수상작품집이라니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수다맨 2018-04-05 11:28   좋아요 0 | URL
제가 인정한다고 해서 다른 분들도 좋아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 어쨌거나 근년에 읽었던 수상 작품집들 중에선 가장 월등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8-04-0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5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상의양식 2018-04-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한번 댓글 단 이후 꾸준히 이 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는 팬(?)입니다 ㅎㅎㅎ 최근 젊은작가상 작품집은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아 올해는 패스하려고 했는데...........무조건 사서 읽어야겠네요ㅋㅋㅋㅋ 수다맨님 혹시 김애란 ‘바깥은 여름‘은 어떻게 보셨는지 조심스럽게 의견 여쭈어도 될까요?????

수다맨 2018-04-27 10:03   좋아요 1 | URL
어디선가 ˝입동˝과 ˝침묵의 미래˝라는 단편만 우연히 읽어본 적이 있고 그 소설집 전체를 통독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김애란에 대한 저의 인상 비평을 말하자면 ‘시류성과 사회성을 담아내는 모범적인 단편을 쓰는 솜씨‘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 가히 일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저는 김애란의 소설을 어디까지나 ‘솜씨의 차원‘에서만 괜찮게 읽은 경우가 많을 뿐 ‘전율적 경지‘에 도달할 만큼의 작가적 저력을 느꼈던 적은 그다지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김애란이 ‘괜찮은 작가‘인지, ‘좋은 작가‘인지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가 위대한 반열에 들만한 작가냐고 묻는다면 저는 답변을 주저할 것입니다.
김애란이 특정 작품 내에서 인물/주제/서사를 세공하는 솜씨는 분명히 탁발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김애란이 우리 삶의 균열적인 부분, 모순적인 지점, 부조리적 측면들을 집중적/저돌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때때로 평론가들이 좋아할 만한 웰메이드 소설을 창작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둔다는, 이를테면 문창과 소설의 최고 완성본을 만드려는 데만 공력을 들인다는 인상을 받곤 합니다. 극언을 하자면 저는 조세희나 손창섭의 글에서 느꼈던 인간 내면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려는 불온한 시선과 극한적인 열정을, 김애란의 글에서 보았던 적이 별로 없습니다.

지상의양식 2018-04-27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아, 정말 공감합니다. 좋은 작가지만, 위대한 작가인지는 모르겠다는 말씀도요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바깥은 여름‘이 ‘비행운‘에 비해서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동시대 소설가들도 하나같이 바깥은 여름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ㅜㅜㅋㅋㅋ 김애란 외에도 김금희 황정은 최은영 김경욱 같은 한국 작가들과 필립 로스나 코맥 매카시, 부코스키, 존 윌리엄스 등등 외국 작가들에 대한 평도 아주 정확하신 것 같아 매번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응원합니다^^

수다맨 2018-04-27 15:36   좋아요 0 | URL
이곳은 저의 사견을 올려놓는 조촐한 서재일뿐입니다.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좋은 말씀 남겨주시니 저 또한 감사합니다.
 

 

 

 

 

 

 

 

 

 

 

 

 

 

"신문은 성직이 되는 대신 당파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네. 그리고 수단에서 장사가 되었어. 모든 장사나 마찬가지로 신념도 법도 없네. 모든 신문이 블롱드가 말한 것처럼 대중이 원하는 색깔의 말만을 파는 가게이지. 곱추들의 신문이 존재한다면, 그 신문은 아침저녁으로 곱추의 아름다움, 선의, 필요성 등을 증명할 것이네. 신문은 이제 여론을 계몽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거기에 영합하기 위한 것이네. 그래서 얼마간 시간이 가면, 모든 신문은 비굴하고, 위선적이고, 파렴치하고, 허위적이고, 살인적으로 될 것이네. 사상, 제도, 인간을 말살할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꽃피어나게 될 것이네. 신문은 모든 이성적 존재의 특전을 지니게 될 거야...... 이런 도덕적인 혹은 부도덕적인 현상에 대해 나폴레옹은 국민의회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탁월한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집단 범죄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없다'라는 것이었네. 신문은 가장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도 그 때문에 손이 더럽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ㅡ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 352~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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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6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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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발랄과 도발을 지향하던 이기호의 소설 역정도 중반기에 다다른 듯하다. 아마도 (레비나스를 의식해서)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 환대의 허구를 고발하려 한듯한데 내용과 주제가 식상하다. 무엇보다 윤리자(작가본인)와 비윤리자(한정희)를 나누어 전자에 무게를 두려는 작의는 민망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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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3-0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서 감각과 글발이 쇠해질 수는 있다. 언제나 경쾌하고 재미진 문체로 글을 쓰는 작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내가 이기호의 작품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은 작가를 여전히 윤리의 담지자로 여기면서, 공동의 윤리에 반하는 하나의 캐릭터를 설정하는 집필 과정이 지나치게 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늘까지 17회를 이어온 황순원문학상 수상작들 중에서 내 기억에 뚜렷이 남은 작품은 하나다. 그것은 제 2회 수상작인 김원일의 ‘손풍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