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우리 같은 택배기사들은 아프거나 다쳐서는 안 돼. 가족이 상을 당해도 낮에는 배송하고 방에 장례를 치러야 할 거야. 젠장! 

저자(까대기 아르바이트): 왜 그런 거예요?

택배기사: 알바님. 특수 고용직이라고 들어봤어요? A택배 회사는 지점장과 택배 지점 운영에 대한 위탁계약을 맺어요. 그리고 지점장은 택배 기사와 배송 영업에 대한 위탁계약을 하죠. 결국 회사는 배송 서비스를 기사에게 위탁한 게 되고 택배를 배송한 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거죠. 택배 기사들 대부분은 자기 소유 차량에 개인 사업자로 일하고 있어요. 개인 사업자다 보니 수수료 수입을 뺀 나머지 경비는 자기가 부담하죠. 한 달 배송 수수료 수입에서 기름 값에 차량 유지비에, 할부금에, 부가세에, 전화비에, 식대에, 지점 운영비를 빼고 나면..... 그러면서 A택배 회사와 계약 관계로 회사의 업무 명령을 따라야 해요. 당일 배송이 원칙이구요. 고객한테 불만 접수되면 벌점 매겨집니다. 배송 중에 분실, 파손은 기사 책임인 거 아시죠? 그래서 기사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서 다치면? 그건 기사 사정이고. 배송을 못하거나 늦어지면? 계약 위반으로 기사 책임이 되는 거죠.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 고용직이죠. 알바님. 택배 기사들이 한 달에 얼마 버는지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랠 걸요?

저자: 왜요?

택배기사: 너무 적어서요

-----이종철, "까대기" 120~123쪽 


택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곤고하고 씁쓸한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올해는 전태일이 산화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의 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했고 고인에게 국민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이 받은 훈장은 1등급(무궁화)으로 노동계 인사에게는 처음으로 수여된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상생과 연대를 실천한 열사의 삶을 노동존중사회 실현으로 함께 이어가야 한다'는 당부를 전태일재단 이사장에게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진정으로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훈장 수여나 그럴듯한 당부를 넘어서 우선 전태일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부터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노조법 2조 개정)된다면 그동안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 고용직의 입지도 상당 부분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전태일 3법과 관련한 법안 제정 및 개정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흠모 어린 헌사를 바치건, 1등급 훈장을 수여하건 간에 어떠한 반가움도 감흥도 생기지 않는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기억하고, 노동 열사의 정신을 호출하는 것만으로 집권여당은 자신들의 할 일을 다 마쳤다고 자평하는 것이다. 기념은 박제에 불과해지고 실천과 혁명은 시기상조로 폄훼된다.  

그저 쇼통이라는 말만 생각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