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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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素敵な日本人, 2017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모으는 것보다는 돌아가신 분의 작품을 모으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살아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게, 팬 입장에서는 ‘역시 내 작가! 역시 상상력천재!’라는 뿌듯함과 그 사람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끼게는 한다. 혹시 지금 내가 마시는 공기에 혹시 몇 년 전에 내 작가가 내뱉은 숨이 섞여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이상한 상상에 좋아할 순간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 지갑은 얇기에, 신작 소식을 들으면 안타까워할 때가 많다. 날 고민에 빠지게 하는 다작하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



  이번에는 단편집이다. 게이고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잡지에 발표한 총 아홉 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소소한 추리물에서부터 SF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몇몇 작품들은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멋졌다. 그리고 역시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요소도 들어있었다. 미스터리와 반전과 훈훈함이라니,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새해 첫날의 결심』은 새해 첫날 신사 참배를 떠난 노부부가 속옷차림으로 쓰러져있는 군수를 발견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 새해 첫날부터 사건이라고 투덜대는 경찰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하고 지나갔으면, 또 신고하지 않았다고 난리 피울 거면서……. 사건의 해결보다는 사람들의 위선이 더 추악한 이야기였다.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는 인기 미스터리 작가인 주인공에게 십 년 전 사귀던 친구가 연락을 해온다. 그런데 처음에는 추억에 젖어서 즐겁기만 하던 저녁 식사였다. 하지만 그녀가 난데없이 오래 전에 자살한 동기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주인공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설정인데, 어딘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는 결혼을 앞둔 딸을 가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연히 그는 죽은 부인에 얽힌 알지 못했던 비밀을 알게 된다. 현명함이란 어떤 건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소개팅에 나간 주인공의 이야기다. 그는 거기서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여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녀가 수상하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쾌하고 마무리도 깔끔했다. 다 읽고 나서도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단편이었다.



  『렌털 베이비』는 아마 미래가 배경일 것 같다. 아기를 갖기 전에, 육아 체험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로봇 아기를 임대한다. 로봇이지만 진짜 인간 아기처럼 울고 먹고 열도 나고 대소변을 누는 아이를 돌보는 동안, 주인공은 점차 진짜 아이를 기르는 느낌을 갖는다. 진짜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설정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도 면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전이…….



  『고장 난 시계』는 의뢰받은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만난 브로커는 그에게 간단한 일이라며 의뢰를 한다. 어떤 집에 들어가 물건을 빼내오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던 중, 그는 갑작스런 일을 맞닥뜨리는데……. 사람이 당황하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도 너무 심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사파이어의 기적』은 게이고의 다른 소설이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처음에는 연관이 없는데, 후반부에 가니 문득 그 이야기가 연상되었다. 크리스티는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었는데, 게이고는 장편의 프리퀄을 단편으로 쓴 걸까?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자기 꾀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이 연예계에서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여자에게서 벗어나고자 살해하기로 결심한 주인공.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정 염주』는 추리물이라기보다는 판타지였다. 아버지와 진로 문제로 다투고 집을 나온 주인공.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아버지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가문에서 이어지는 유품을 받게 되는데……. 아, 아버지의 사랑에 마음 한구석이 찌릿했다. 게이고의 이야기 중에는 이렇게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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