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괜찮아, 괜찮아 8
마릴리나 카발리에르 지음, 레티지아 이아니콘 그림, 이경혜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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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avor Nocturnus, 2016

  작가 - 마릴리나 카발리에르

  그림 - 레티지아 이아니콘






  올해 여덟 살 난 ‘파보르’는 엄마 말을 무척 잘 듣는다. 그래서 그는 엄마가 하지 말라는 것들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씨 있는 과일은 먹지 않기, 학교에서 병균이 옮을 수 있으니 다른 아이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앉기 등등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파보르는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그를 진찰한 의사는 원인이 잘 놀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하고, 다소 독특한 처방을 내린다. 바로 ‘친구 사귀기, 작은 동물 돌보기, 눈 뜨고 꿈꾸기, 그리고 모든 물건을 자기가 좋을 대로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서 올려다보기’였다. 과연 파보르의 악몽은 끝날 수 있을까?



  처음 책 소개를 봤을 때는, 아이가 외부의 것들에 공포증이 있는 줄 알았다. 몇 년 전에 시리즈가 끝난 미국 드라마 ‘명탐정 몽크 Monk, 2002’처럼 말이다. 참고로 드라마의 주인공인 ‘에이드리안 몽크’는 아내가 살해당한 이후, 무려 312개나 되는 공포증과 강박증을 가졌다고 나온다. 사건 해결에는 천재적이지만, 사교적이지 못한 그의 성격과 공포증 때문에 외부 생활을 거의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여덟 살짜리가 공포증이 많아야 얼마나 많겠냐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했었다. 그 나이 또래에는 음, 광대라든지 어두운 곳 또는 질병에 대한 공포증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파보르가 그렇게 된 것은 부모의 탓이었다. 책에서는 엄마가 상당히 극성맞아서 아들을 과보호로 길렀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신기하게 아빠에 대한 것은 아빠의 ‘ㅇ’도 나오지 않았다. 한 부모 가정인 건가? 아니면 아빠는 집안일에 무관심 한 건가? 읽으면서 파보르의 집안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했다. 그래서 아빠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라며 과보호를 하고, 아빠는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때문에 아이만 고통 받은 셈이다. 책의 제목을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라 아니라, 지나치게 깔끔하도록 강요받은 아이라고 바꿔야할 것 같다.




  친구도 못 만들게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도 만지지 못하게 하며 심지어 과일도 엄마가 골라주는 것만 먹어야 했다. 사과나 포도를 못 먹다니…….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엄마가 싫어해서 아이에게 둘러댄 거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씨앗 알레르기가 두렵고 체체파리 예방 주사까지 맞힐 정성이면, 우유나 달걀 내지는 글루텐 알레르기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먹일 것 같다. 외국은 우유나 달걀 알레르기 환자가 없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게다가 채소도 기생충 알이나 방사능이라든지 농약이 묻어있을까 걱정되어 어떻게 먹였을까?



  음, 갑자기 흥분해서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하여간 이 책은, 어린아이가 읽고 엄마에게 보여주거나 엄마가 아이와 읽으면서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에게 아이다움을 빼앗아버리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 파보로가 악몽을 꾸는 원인은 간단하다. 세상 모든 것이 위험하다고 엄마가 아이의 뇌에 주입시키는 바람에,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잠잘 때조차도 말이다.



  이 세상이 위험한 것은 맞다. 내가 신호등을 잘 지키고 다녀도 어떤 미친놈이 차로 박아버릴지 모르는 일이고, 부실 공사라든지 폭탄 테러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천재지변은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다. 묻지마 살인은 또 어떤가? 그 때문에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불 속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주변이 다 지뢰와 함정으로 가득한 데, 엄마가 무조건 막는다고 과연 아이가 안전할까? 차라리 아이에게 안전한 길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무조건 금지할 수 는 없다. 그러니 차라리 그 안에서 안전한 길을 찾아내도록 아이에게 가리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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