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Last Shift, 2014
감독 - 안소니 디블라시
출연 - 줄리아나 하커비, 조슈아 미켈, J. 라로즈, 행크 스톤
신입 경찰인 ‘로렌’은 하룻밤만 지나면 폐쇄가 될 경찰서 건물에서 첫 근무를 하게 된다. 이미 다른 곳에 새로 경찰서를 지어 이동했지만 아직 다 옮기지 못한 것들이 남아있어, 처리할 사람들이 올 때까지 지키는 것이 임무였다. 그곳은 로렌의 아버지가 근무하던 곳으로, 그녀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혼자 있는 그녀에게 기묘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납치되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한 소녀의 전화를 시작으로,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노숙자에다가 불길한 환상까지. 로렌은 신축 건물로 이사한 경찰서로 연락하지만, 어쩐지 장난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로렌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던 한 여인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일 년 전, 아이들을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이 현장에서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사실은 그들이 경찰서에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던 로렌에게 그들의 취조 영상을 녹화한 테이프가 재생되고,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서히 밝혀지는데…….
이 작품 역시 ‘오텁시 오브 제인 도 The Autopsy of Jane Doe, 2016’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로 등장하는 사람은 주인공인 로렌뿐이고, 그 외에 잠깐 왔다가 가버리는 사람들까지 합쳐봤자 대여섯 명을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보는 이를 긴장하게 하고 다른 데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잠시 쉬려고 하면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순찰을 돌면 이상한 사람을 만나거나 기이한 사건이 자꾸만 일어난다. 그렇게 여러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니, 다른 데 눈을 돌릴 수 없다. 게다가 사건이 점점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힌트가 주어지니, 다른 생각도 할 수가 없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들이었다. 원래 공포 영화를 보면, 이쯤에서 뭔가 나오겠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있다. 불 꺼진 복도라든지 창문 등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것들 빼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부분도 많았다. 사무실이라면 어디나 있는 사물함과 바퀴달린 캐비닛 그리고 의자가 그렇게 오싹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어릴 적에 혼자 집을 보는 건 아주 싫어했다. 혹시 누군가가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지는 않을지, 무척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까지 생각나는 것은, 베란다에 있는 장독 뒤에 숨어서 울었던 일이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인가 1학년 때였을 것이다. 오빠는 학교에서 안 왔고 어린 동생은 엄마와 외출해서, 나 혼자 있었던 것 같다. 대낮이었는데도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방에 못 있었던 건 아마 장롱 문이 열리면서 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혼자 큰 건물에 그것도 밤에 있으라고 하면, 그런 제안을 한 사람과 절교할 거다. 내가 주인공 입장이었다면 엉엉 울거나 밖으로 뛰쳐나갔을 게 분명하다. 역시 경찰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전화와 경찰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연결된다. 사실은 그걸 연결이라고 해야 할지, 환상이라고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과거의 재현이라고 해야 할지 좀 의문이다. 결국 그날 밤 로렌에게 벌어졌던 모든 일들은 현실일 수도 있고, 환상일 수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은 혼자 남겨진 그녀가 온갖 이상한 상상을 하다가 미쳐버린 것일 수도 있고, 진짜 사이비 광신도들이 남긴 뭔가가 그녀에게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다. 음, 겨울 오두막에 혼자 남겨져 온갖 이상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결국 미쳐버린 남자에 대한 단편이 기억난다. 로렌에게 생긴 일이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결론내리기엔 그 환상이 너무 끔찍하고 실감났다. 만약 그게 현실이라 생각하면, 악은 집요하고 끈질겼으며 엄청난 집착을 갖고 있었다. 죽음을 이길 정도로. 그리고 로렌은 그걸 이길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녀와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