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르: 천둥의 신
케네스 브래너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Thor, 2011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안소니 홉킨스, 톰 히들스톤
언젠가 얘기한 것 같지만, 내가 그리 즐겨보지 않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메카닉 물과 코믹스 원작이다. 다시 말하자면, 트랜스포머나 ‘어벤져스’, ‘배트맨’, ‘슈퍼맨’,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10월 말에 개봉하는 이 시리즈의 3편을 애인님이 보고 싶어 하기에, 미리 예습과 복습을 하기로 했다.
신들의 아버지인 ‘오딘’의 후계자로 지목된 ‘토르’. 하지만 대관식 날, 그들의 신성한 땅 ‘아스가르드’의 지하 보물 창고에 몰래 침입한 자들이 있었다. 바로 예전에 오딘에게 패했다고 알려진 ‘프로스트 자이언트’ 족의 ‘라우페이’ 일당이었다. 토르는 친구들과 함께 본때를 보여주겠노라며, 그들이 숨어사는 ‘요툰하임’으로 잠입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위기에 처하고, 아버지 오딘의 도움으로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오딘은 다혈질인 아들에게 실망하며, 그를 인간계로 추방한다. 신이 아닌 인간의 몸으로 지구에 떨어진 토르는 우연히 과학자인 ‘제인’을 만난다. 한편 이 모든 것을 꾸민 동생 ‘로키’는 아스가르드뿐만 아니라 요툰하임까지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는데…….
미리 말하자면, 이 리뷰는 순전히 내 생각과 망상 그리고 공상을 엮어서 쓴 것임을 밝혀두겠다.
어느 재벌 집에 아들이 둘이 있다. 하나는 친자이고, 다른 하나는 양자이다. 친자는 머리가 좀 나쁘지만 쾌활하고 낙천적이다. 회장인 아버지는 친자에게 사업을 물려주려니 부족한 머리가 걱정되어, 똑똑한 양자에게 보좌를 맡기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양자가 보기에, 친자의 머리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욱하는 성질머리에 어떻게 보면 호구 같은 기질이 있어서, 그런 친자가 회장이 되면 회사를 말아먹거나 자신이 고생할 것은 뻔할 뻔자였다.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어차피 고생할 거, 내가 회장이 되겠어! 게다가 알고 보니, 회장이 바로 양자의 친부 집안을 쫄딱 망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친자의 욱하는 성질과 세부적인 사항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른 사람들이 보면 화통하다고 칭찬할-성격을 이용해 함정을 판다. 이후 모든 것은 그의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단 한 가지, 아버지인 회장이 아무도 몰래 친자에게 가문의 비기를 전해주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자신에게 부족했던 단점을 깨닫고 아버지가 내 준 수수께끼를 푸는 순간, 친자는 가문의 후계자만 가진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그래서 친자는 양자를 내쫓고 후계자로 복귀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부족한 친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회장의 빅 픽쳐였던 것이다. 양자는 단지 이를 위한 제물에 불과했다.
이런 경우, 제일 나쁜 것은 누구일까?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자기 것도 아닌 자리를 탐한 양자? 자기 딴에는 망하게 한 집안 아이를 기르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려고 했지만, 결국 능력보다는 친자의 손을 들어준 회장? 지적 능력보다는 머리길이와 힘만 길렀던 친자?
어떤 잡지에서는 양자를 최고의 빌런 랭킹에 넣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회장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가 양자와의 대결에서 쓰러지는 등의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긴 했지만,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낸 방조죄도 만만찮을 것 같다. 친자가 양자보다 덜 똑똑하고, 성격이 급하고 욱하는 성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었다. 그래놓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추방시키고, 양자가 활개 치게 내버려둔 다음에 친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치밀함! 결국 두 아들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장기말이 아니었을까? 그는 양자에게 악역을 맡김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친자에게 후계 자리를 물려주는 것에 이견이 없도록 판을 짜놓았다. 원래 겉으로 나대면서 일 저지르고 다니는 놈보다 뒤에서 조용히 계획을 짜주는 놈이 더 무서운 법이다. 역시 한니발 렉터!
영화는 주인공인 토르보다 조연인 오딘과 로키에게 더 눈길이 갔다. 2편에서는 주인공의 존재감이 느껴지면 좋겠다. 영상, 특히 아스가르드의 전경과 ‘헤임달’이 지키는 관문은 무척이나 멋졌다. 주인공의 무존재감을 영상이 메워주었다. 북유럽 신화를 새롭게 재해석한, 설정만 흥미로웠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