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remlin, 2017

  감독 - 라이언 벨가드

  출연 - 아담 햄튼, 크리스티 K. 분, 캐쳐 스테어, 제프 바론






  예전에 ‘그렘린 Gremlins, 1984’이라는 귀여운 생명체가 괴물로 변신하는 영화가 있었다. 변신 전에 얼마나 귀여웠는지, 인형으로 있으면 갖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우연히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리메이크인가? 왜 몰랐지? 표지에 등장하는 괴물이 기억 속의 모습과 달랐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비주얼도 바뀌었다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음, 내 귀여운 기즈모가 나오는 옛날 영화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는 제목을 듣고 ‘g.o.d.’를 떠올리면 아재고, ‘빅뱅’을 연상하면 젊은이라는 그런 개그가 생각났다. 비슷한 다른 예로 ‘좋은 날’이라는 제목에 ‘이승환’을 생각하면 아재, ‘아이유’를 떠올리면 젊은이가 있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아무리 젊은이라고 해도 ‘그렘린’이라는 단어에 이 영화를 떠올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는 작은 상자에서 튀어나와 ‘짐’과 ‘리사’ 부부를 공격하는 괴물로 시작한다. 한편 회사 동료와 불륜중인 ‘아담’은 모든 것이 권태롭기만 하다. 같이 놀자고 다가오는 아들 ‘찰리’는 귀찮기만 하고, 사춘기 딸 ‘애나’는 반항 중이고, 아내 ‘줄리’와는 어딘지 서먹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처남인 짐이 찾아와 괴물이 나오던 상자를 들고 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라는 말과 함께, 장모에게 주고 간다. 그리고 장모는 아담에게 상자를 건넨다. 그날 밤, 상자에서 괴물이 나와 그녀를 죽인다. 그 광경을 목격한 찰리는 괴물이 할머니를 죽였다고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금 상자가 열리고 괴물이 나와 딸의 남자친구를 공격한다. 그제야 아들의 말을 믿게 된 아담과 줄리는 상자의 비밀을 풀고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데…….



  대충 설정만 보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다. 괴물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극대화하면 잔혹한 고어가 될 수 있고, 가족과 지인을 죽였다 의심받는 사람을 중점으로 하면 스릴러물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에 주력하면 가족물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저것 전반적으로 손대려고 하다가,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괴물의 모습도 그냥 좀 허접했고, 인물들의 연기도 그냥 그랬고, 이야기의 흐름도 뭔가 많이 빼먹은 것 같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설정인 상자의 저주가 제일 이상했다. 누군가 그 상자를 갖고 있으면, 그 주변인들이 괴물에게 살해당한다는 게 저주의 내용이다. 그걸 피하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자를 주면, 그 사람의 가까운 사람에 내가 포함되는 거 아닌가? 그러면 내가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거 아닌가? 아니, 그보다 내가 갖고 있으면 적어도 나는 안 죽는 거 아닌가? 내가 안 죽고 싶으면, 상자를 갖고 있는 게 더 이득이지 않나? 뭔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상자를 갖고 있으면 미쳐버린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도 안 보였다.



  심지어 그 전까지 보여줬던 설정을 완전 뒤집어버리는 결말이어서, 더 황당했다. 그 사람이 왜 상자를? 그게 가능해?



  감독이 제작과 각본까지 맡았다고 하는데, 대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감수라도 받았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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