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火星に住むつもりかい?, 2015

  작가 - 이사카 코타로






  표지를 보면 온통 검은색의 옷을 입고 눈만 내놓은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다. 그의 옆에는 구슬이 담긴 병과 이발소를 의미하는 삼색등 그리고 목검 같은 것이 놓여있다. 그리고 배경은 온통 붉은 색의 사막이다. 처음에 표지와 제목을 보고, 진짜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글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럼 미래 배경인 SF소설인가? 화성 이주에 대한 글인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정부는 ‘평화경찰’을 만들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감시 정책을 펼친다. 모든 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을 골라내어 무차별적인 강압 수사를 펼치는 것이다. 물론 자원의 한계가 있기에, 매년 한 지역을 선정해 순회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겉으로는 ‘취조’이지만 사실상 ‘고문’이나 다름없는 수사가 끝나면, 위험인물이라 판정된 사람은 광장에서 목이 잘리는 공개처형을 당한다. 조사를 받고 석방된 경우는 없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미성년자인 학생이 처형당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센다이’구의 차례인데, 특이하게 경찰에 대항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검은 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목검과 구슬을 사용해 평화 경찰에게 끌려가거나 고문을 당하는 사람을 구해준다. 이에 경찰은 그를 잡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데…….



  책을 다 읽은 느낌은 '선한 사람은 자의건 타의건 고통을 받는다.‘였다.



  여기서는 너무 선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를 고통에 빠트리고 마는 사람들이 나왔다. 어떤 이는 복권에 당첨되어 빚에 허덕이는 친구를 도와줬을 뿐인데, 다른 사람은 돕지 않는다고 위선이라 비난받는다. 또 다른 이는 화재가 난 병원에서 한 사람을 구해 탈출했는데, 다른 사람은 돕지 않았다고 위선이라 비난받을까 두려워한다. 왜 모두를 구하지 않으면 위선이 되는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어도 하나라도 구했잖아? 그런 사람들을 위선자라 비난하는 것들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왜 욕하는 거지? 솔직히 ‘슈퍼맨’이나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은 한 도시나 한 나라만 돕는데, 그걸 보고 위선이라고 비난하지 않잖아? 초능력을 가졌거나 재벌도 일부만 구하는데, 왜 평범한 사람이 전부를 돕지 않는다고 욕을 먹어야 하는 거지? 그러면 아예 아무도 돕지 않으면 되는 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람이 적당히 착해야지, 너무 착해서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평화경찰을 내세운 공포 정치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우리도 비슷한 시대가 있었으니까. 대학생을 비롯한 사람들이 잡혀가는 건 그들이 빨갱이고, 반미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무원은 물론이고 목사도 신부도 간첩에 포섭되다니! 다 잡아 죽여야지! 소설에 나온 사람들도 이런 비슷한 정서를 보였다. 공개 처형을 구경하며 나라를 좀먹는 무리가 제거된다고 좋아하고, 심지어 축제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자기와 아는 사람이 처형을 당해도,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며 놀라워할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석연찮은 이유로 처형당하고 피해를 입었고, 우연히 평화 경찰의 비리를 목격하고 그 제도의 존재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책은 그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단순히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초반엔 상당히 어지럽다. 정부, 경찰, 일반 사람들의 여러 입장을 짧고 간결하게 빠른 속도로 보여준다. 사건을 따라가면서 죄 없는 사람의 체포에 안타까워도 하고, 사람들이 고문 받는 장면에서는 화가 나서 ‘이게 뭐야!’라고 소리도 지르고, 수사망이 좁혀가는 대목에서는 ‘어떡해’를 연발하며 조마조마해하고, 단서가 모리면서 의외의 전개가 펼쳐질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점차 모든 단서들이 하나로 모이면서, 마지막에 통쾌함과 놀라움을 던져준다. 후반부에 배후 인물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1995’가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된 즐거움과 놀라움? 그런 기분 좋은 감정이 느껴졌다.



  한 번 손에 들면, 다른 데 눈 돌릴 여지를 주지 않는 책이었다. 덕분에 읽으면서 마시려고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다 녹아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