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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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영숙






  지난달에 여름방학을 맞은 막내조카는 불만이 많았다. 3주 조금 넘는 기간밖에 안 되는 방학인데, 과목별로 숙제가 있는데 못마땅한 모양이다. 게다가 그 중 몇 개는 2학기 수행평가에 반영된다고 하니, 초등학교 때처럼 그냥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행평가에 반영되지도 않는데, 굳이 해야 한다고 열의를 불태운 과제가 있었다. 바로 역사 교과 숙제로, 책을 읽고 마인드맵 형식으로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다. 흐음, 역사가 어렵고 싫어하는 마음보다 선생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하여간 그래서 나도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책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를 통해, 그로 인해 발생했던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생각했던, 이 음식은 몇 세기에 어디서 처음 재배되어 어떻게 전파되었다고 얘기하는 형식과는 좀 달랐다. 물론 언제 어디서 재배되었는지는 조금 나오지만, 그것보다 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았다.




  그래서 돼지고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중국의 마오쩌뚱과 그가 한 일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고, 옥수수 파트에서는 흐루시초프에 대한 얘기, 그리고 바나나 항목에서는 중남미 나라들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또한 차에 대한 부분에서는 청과 영국의 대립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은,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 당시 강대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대기업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약소국을 약탈하고 착취하는지 잘 드러나 있었다.



  오죽했으면, 감자 파트에서 아일랜드 대기근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조카가 ‘일본이나 영국이나 다 못된 놈들이네.’라고 할 정도였다. 한국사에서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해 배워서 일본이 세상에서 제일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영국도 만만찮다는 걸 안 모양이다. 하긴 감자와 소금, 그리고 차 부분을 읽으면 영국이 무슨 악의 축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그래놓고 신사의 나라 어쩌구 하다니, 좀 많이 웃긴다.




  사실 나도 읽으면서 놀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바나나에 관한 얘기였는데, 기업에서 농약을 너무 많이 뿌려 재배 농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병에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아, 내가 먹는 바나나 때문에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자국의 군인들에 의해 살해까지 당하다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옛날 프랑스에서는 가난한 국민을 위해 일요일은 닭 한 마리를 먹을 수 있는 걸 목표로 삼았다는데, 우리는……. AI나 돼지 구제역 병이 돌면 닭이나 돼지고기는 못 먹고, 지금은 살충제 달걀 때문에 달걀도 못 먹는 상황이다. 음, 우리가 옛날 프랑스보다 더 어려운 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이상한 상황이긴 하다. 우리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다고 해야 하나? 특히 요 며칠 생리대 화학 물질에 관한 기사를 보면 이건 뭐, 알아서 망해가는 것 같다. 어쩐지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대단해!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다니!’라고 감탄할 것 같다. 물론 후손들이 남아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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