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pider-Man: Homecoming, 2017

  감독 - 존 왓츠

  출연 -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 마리사 토메이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팀으로 나뉘어 히어로들끼리 격전을 벌인 이후. ‘피터 파커’는 ‘아이언 맨’에게서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를 받고 어벤져스 팀이 되었다는 기쁨에 들뜬다. 하지만 연락하겠다던 그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고, 피터는 학교를 다니면서 소소한 동네 히어로로 활동한다. 그러던 어느 날 ATM에서 돈을 훔치던 일당을 발견하는데, 그들은 처음 보는 엄청난 무기를 갖고 있었다. 아이언 맨에게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무기 밀매 일당을 뒤쫓는 피터. 하지만 그들의 정체는 그가 생각하는 것 상상 이상이었는데…….



  영화의 상영 시간은 내가 버틸 수 있는 최대치인 두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두 시간 13분이었다. 언젠가도 언급했지만 영화 ‘타이타닉 Titanic, 1997’ 이라든지 ‘킹콩 King Kong, 2005’처럼 세 시간이 넘은 작품들은 후반부에 가서는 거의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죽을 인물들 빨리 다 죽으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근에 본 영화 ‘원더우먼 Wonder Woman, 2017’도 이 작품보다 좀 길었다. 그래서인지 작품들 다 중간에 호흡이 길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들은 다 나에겐 쥐약이다. 시간이 길면, 이미 별점이 반 개 깎이고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영화, 스파이더맨은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었지만 그리 늘어진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어쩌면 주인공인 피터 파커의 나이가 십 대 후반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 나이 또래의 허세와 우쭐거림, 잘난 척 그리고 한 번 좌절하면 암반층까지 파고들어가는 우울함 등등의 감정이 악당들과의 대결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에 우쭐거리다가 된통 당하고, 그래서 고뇌하다가 심기일전하여 제대로 반격하고, 그래서 또 우쭐대다가 다시 위기에 처해 자신의 존재와 능력에 의심을 품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하다가 재기에 성공하는, 롤러코스터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학업과 히어로의 임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고,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친구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 등등이 소소하게 들어있었다. 제작진이 주인공에 대해 보여주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빽빽하게 집어넣은 느낌이다.



  거기다 생계형 악당의 짠함도 한몫 거들었다. 도시를 부수는 건 스타크 기업의 회장, 그걸 재건하고 청소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스타크 기업. 병 주고 약주는 게 아니라, 병 주고 돈마저 빼앗아가는 격이다. 그러니 이에 반발하는 무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을 한 명 죽이며 살인자지만 백 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국가에게 몰래 또는 대놓고 무기를 파는 스타크 기업은 군수산업으로 엄청난 부를 모아 백만장자로 칭송을 받지만, 개인에게 무기를 몰래 파는 개인은 무기 밀매자로 범죄자가 된다. 이게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음, 모든 것의 원흉은 그러니까 스타크?



  영화는 또한 소소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웃음을 주는 코드를 많이 배치했다.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피터 파커라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장면은 너무도 웃겼다. 또한 스타크의 부하직원인 ‘해피’와 피터가 화장실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등장한 소년은 예상 밖의 활약을 보여줬다. 아무런 대사 하나 없이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씻고, 그것도 아주 깨끗이, 휴지로 손을 닦고 나가기까지 틈틈이 두 사람을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보는데, 너무 웃겼다. 그 외에도 슬쩍 지나가는 대사라든지 상황에서 많은 웃음을 주었다. 자잘하게 끼어있는 그런 장면들 때문에 영화는 상당히 유쾌하고 밝다는 느낌을 주었다. 사실 내용을 엄밀히 따져보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은근히 DC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까는 마블이다. 피터 파커와 라이벌이라 혼자만 생각하는, 하지만 그에게 밀리는 학생 이름이 ‘플래시’이고, 영화에서 악당 대장으로 나오는 배우는 예전에 배트맨으로 활약했던 ‘마이클 키튼’이다. 불쌍한 DC.



  문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의 사춘기 버전 ‘그루트’가 떠올랐다. 과연 피터와 그루트, 누구의 팔에 잠들어있는 흑염룡이 더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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