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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그레이브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 감독, 토마스 크레츠만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Open Grave, 2013
감독 -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
출연 - 샬토 코플리, 조셉 모건, 토마스 크레취만, 하초의
천둥치던 날 밤, 한 남자가 눈을 뜬다. 그리고 자신이 시체 더미 속에 파묻혀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구덩이에서 나가려고 애쓴다. 겨우 빠져나온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외딴 집.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그러니까 자기가 누구고 왜 이곳에 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는 자들을 만난다. 서로 의심하면서도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던 그들은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는데…….
포스터를 보면, 사람들이 죽어있는 가운데 한 남자가 있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무덤에서 사람이 기어 나오긴 하지만, 아쉽게도 좀비는 아니다. 그냥 일반 사람이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여러 작품들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아이덴티티 Identity, 2003’ 라든지, ‘두 개의 달 The Sleepless, 2012’ 같은 것들. 기억을 잃은 여러 사람들이 외딴 집에서 모여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부분이 비슷해서 그런 모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날짜가 바뀌기도 하고 외딴 집을 벗어나 다른 곳을 찾아냈다는 부분 정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이 조금씩 되돌아오고, 그럴 때마다 적과 아군이 바뀌면서 갈등을 겪는 설정이 좀 달랐다. 물론 결말 역시 위의 두 작품과는 방향이 달랐다.
영화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 떡밥을 잔뜩 뿌려놓았다. 자기도 모르게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남자. 외딴 집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채였고, 거기에 갇혀있던 사람들, 집집마다 설치되어있던 감시 카메라, 나무에 묶여 죽은 남자의 시체, 수풀에 숨겨져 있던 자동차 등등. 어떻게 생각하건 그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한 구조였다. 오죽했으면 영화 ‘프레데터스 Predators, 2010’나 ‘휴먼 레이스 The Human Race, 2012’처럼 외계인이 인간들을 잡아다가 테스트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결말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겠는데, 굳이 그런 식으로 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조상들이 기록을 남기는 것에 그렇게 집착했는지 알 것 같았다. 급박했던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뭔가 남겨뒀으면 그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인간이 같은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할 수 있는 행위는 과연 어디까지 허용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으로 판정받을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게 대해준다고 해서, 상대방이 꼭 그렇게 하리란 보장은 없는 것 같다. 반대로 상대는 나를 인간으로 대해주지만, 반대로 난 상대를 인간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겠고. 그 때문에 다른 이에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영화는 그 기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