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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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e Lebenden und die Toten, 2015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시리즈 일곱 번째 책이다. 물론 전에도 얘기했지만, 순서대로 읽고 있지 않다.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빌려오고 있어서, 나에게는 다섯 번째 책이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사랑받지 못한 여자 Eine unbeliebte Frau, 2009’가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해보면 6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우선 반장인 ‘보덴슈타인’은 이혼을 했고, 피아의 전남편인 ‘헤닝’은 피아의 베프와 결혼을 했다. ‘피아’는 ‘크리스토프’와 여전히 연애 중이었는데, 후반에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자세히 누가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팀원들도 변동이 있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책을 순서대로 정리해봐야겠다. 하아, 이래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연이은 총격사건이 일어난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예를 들면 개를 데리고 산책을 즐기던 노부인, 손녀와 요리 준비를 하던 노부인, 고급 주택가에서 살던 청년 그리고 쇼핑센터에서 일하던 직원이 피해자들이었다. 처음에는 무작위 묻지마 범죄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상한 편지가 배달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거기에는 그들은 배우자나 부모의 잘못 때문에 살해당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키르스텐 슈타틀러‘라는 중년 여성이 산책 중 쓰러진다. 그런데 그녀의 도움 요청을 받고도 외면한 사람, 술이 덜 깬 상태에서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사고를 낸 구급요원 그리고 뇌사상태에 빠진 그녀의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수술을 강요한 병원 관계자들이 바로 이번 총격 사건 피해자의 가족이었던 것이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사건을 수사하다가,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작가 작품은 처음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뒤로 가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사회 고위층의 비리로 얼룩진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이야기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가족의 일원을 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극인가 싶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의학계, 특히 장기 기증에 얽힌 비리를 얘기하고 있었다.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장기 기증 순서를 조작하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신선한 장기를 얻기 위해 뇌사 환자의 차트를 조작하고, 수술을 위해 그 가족들에게 협박에 가까운 동의서를 요구한다. 때로는 동의서라고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사인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들의 눈에 환자는 사람이 아니라, 뽑아낼 것이 풍부한 자원을 가진 금광이었다. 아, 오해는 하지 말길. 이 책에서 그랬다는 말이다. 진짜 병원에서 그런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두 명 추가된다. FBI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을 배웠다고 잘난척하는 프로파일러 ‘네프’와 범의심리학자인 ‘킴’이다. 그녀는 피아의 여동생이기도 한데, 차분하고 열정적으로 사건 수사를 돕는다. 그리고 나중에 팀원 중의 한 명과……아, 이건 스포일러니까 패스. 그와 반대로 네프는 여성 혐오뿐만 아니라, 다른 형사들을 무시하는 말을 많이 했다. 그래서 조롱 섞인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대놓고 까이기도 한다. 거기다 조사를 대충하는 바람에 보덴슈타인의 분노를 사기도 한다.



  또한 노벨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멩겔레’를 능가하는 의사까지 등장해서, 사건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든다. 멩겔레는 2차 대전 때 수용소의 사람들을 가지고 생체실험을 했던 독일의 의사이다. 문득 작가가 그를 연상시키는 그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다. 미친 의사가 범죄 소설에 어울리기 때문에? 내 생각으로는 어쩌면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2차 대전 때 멩겔레와 그 일당이 저질렀던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런 짓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일이라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 집어넣은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하아, 이 새끼 나쁜 놈이네. 이런 악마 같은 짓을 하는 놈은 잡아 죽여야지!’라고 생각하도록 말이다.



  어떻게 보면 책이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침울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간 중간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유머러스한 대사들도 더러 들어있었다. 예를 들면 보덴슈타인이 버거킹에 와서 오늘의 추천 메뉴가 뭐냐고 묻는 장면이라든지, 햄버거를 먹으면서 내뱉는 ‘사진이랑 다르잖아!’라는 대사,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네프의 말에 네 고추가 여자 손을 타봤으면 네가 이 정도는 아닐 텐데라고 태연스럽게 대꾸하는 킴의 대사 등등.



  읽기 전에는 이 작가가 얼마나 무거운 소재로 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까싶어 불안하지만, 막상 읽으면 깔끔한 권선징악적인 결말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시리즈다. 내일 도서관에 아직 읽지 못한 다른 책이 들어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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