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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천사의 비밀
자움 콜렛 세라 감독, 베라 파미가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Orphan, 2009
감독 - 자우메 세라
출연 - 베라 파미가, 피터 사스가드, 이사벨 펄먼, C.C.H. 파운더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가 강제 폐쇄당한 적이 있다. 한동안 접속을 안했더니 그 틈을 타 외국어라든지 한국어로 이런저런 광고 링크가 잔뜩 달린 것이다. 뒤늦게 알고 댓글을 지우면서 게시글을 옮겨보려고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결국 꽤 많은 양의 영화 리뷰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았다. 분명히 썼다고 생각했지만 찾아도 없는 걸 보니, 이 영화의 리뷰 역시 그 때 없어진 모양이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세 번째 아이를 유산하고 괴로워하는 부인 ‘케이트’를 위해, ‘존’은 아이를 입양하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원장 수녀의 주선으로 첫째 아들 ‘대니얼’보다는 어리지만, 둘째 딸 ‘맥스’보다는 나이가 많은 ‘에스터’를 입양하기로 한다. 부부는 또래보다 조숙하고 차분하면서 영리한 그녀의 신비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하지만 소녀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었다.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여자아이를 다치게 하는가하면, 언니가 생겨 좋아하던 맥스를 협박하여 공범으로 만든다. 케이트는 에스터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아보려고 하지만, 존은 에스터의 애교와 연기에 속아 넘어가 그녀의 편을 든다. 케이트의 연락을 받은 원장수녀가 조사하기 시작하자, 에스터는 그녀를 저지할 음모를 꾸미는데…….
전에 볼 때는 몰랐는데, 오프닝에 제작사 소개하는 화면이 영화의 반전과 연관이 있었다. 후반부에 에스터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사용된 기법이 똑같았다. 그리고 케이트로 나온 배우가 영화 ‘컨저링 The Conjuring, 2013’에서 워렌 부인으로 등장한 사람이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배우였다.
이 작품은 에스터 역을 맡은 배우 ‘이사벨 펄먼’이 거의 혼자서 끌고 갔다고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순진한 아이의 눈빛과 표정으로 사람들을 반겨주고, 또 다른 때는 서늘한 눈빛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장면에서는 자기감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진짜 미친 사람처럼 광분하기도 하고, 또 필요할 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섹시한 표정까지 지어보였다. 후반부에 케이트와 거의 일대 일로 대결을 벌이는데, 전혀 밀리지 않았다. 도리어 그녀를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와,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작품을 찍을 때 11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연기 경력이 막 몇 십 년 된 성인이 아역분장을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대니얼과 맥스가 너무 안타까웠다. 케이트와 존이야 자기들이 에스터의 연기에 넘어가 선택한 것이니 그러려니 해도,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스터의 협박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했던 두 꼬마는 너무도 불쌍했다. 한 명은 결국 살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자기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나가는 것을 봐야했다.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과연 에스터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처음에는 리뷰의 제목을 ‘순간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고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심사숙고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을 속여 온 사람을 알아내는 건 무리일 것 같다. 사람을 믿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다. 물론 요즘은 어느 정도 경계는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가는 어린아이까지 ‘얘는 사이코패스고 쟤는 잠재적 범죄자야!’라고 여길 수는 없지 않을까?
애초에 에스터를 처음에 맡았던 곳에서 확실히 관리만 했다면, 설령 그녀를 놓쳤다고 해도 다른 기관과 연락을 했었다면? 제도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비극을 막아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방지하고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장은 해야 한다. 그러라고 있는 게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버렸다.
씁쓸한 뒷맛이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