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 - 우리가 지켜 온 소중한 기억
한미경 지음, 윤유리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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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한미경

  그림 - 윤유리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계 문화유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분류되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뭐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흔히 들어본 유명한 것들, 예를 들면 ‘훈민정음’이라든지 ‘팔만대장경’ 같은 게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세계 기록 유산’이라는 게 대체 뭘까 의아했다. 문화유산은 들어봤는데 기록 유산? 음, 책 맨 뒤에 있는 부록을 읽어보니, 내가 참으로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유산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기록 유산’과 ‘무형문화유산’ 그리고 ‘세계 유산’이 있다. ‘기록 유산’은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기록된 자료들 중에서 마땅히 보존되고 알려져야 할 것들을 말하는데, 자세한 것은 책에서 살펴볼 것이니 넘어가겠다. ‘무형문화유산’은 구전으로 전승된 기술이나 공연예술을 말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등이 등재되어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유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이 포함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굴암과 불국사’, ‘수원화성’, ‘경주 역사 유적지구’, ‘제주 용암동굴’, ‘조선왕릉’, 그리고 ‘하회마을’ 등이 등재되었다고 한다. 더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그건 ‘유네스코와 유산’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러면 기록 문화유산에는 무엇이 있을까? 목차를 보고 놀랐다. ‘훈민정음’이나 ‘팔만대장경’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헐! ‘5.18 민주화 운동 기록물’과 ‘새마을 운동 기록물’ 그리고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까지 들어있었다. 아, 하긴 그 각각의 의의를 생각해보면 후대에까지 보존되어야 할 자료들이긴 하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아픈 상처를 남기고, 독재 정권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할 수 있는지 잘 알려줄 테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이 편찬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그 꼼꼼함에 놀라고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에 감탄했다. 물론 그 노력이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키려고 시도를 했다는 점이 대단했다. 최고 권력자의 요구에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또 사관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하는데, 조선 시대에는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 태도가 엿보였다.





  ‘동의보감’이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동의보감’하면 ‘허준’, ‘허준’하면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줄을 서시오!’만 알았는데, 중국과 일본에까지 번역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조선 왕들의 일기인 ‘일성록’도 목록에서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어릴 때부터 일기를 꼬박꼬박 적었는데, 후손들이 그걸 공유해서 돌려보고 외국 사람들까지 읽는다면? 아, 뭔가 부끄럽고 민망하고 이불을 뻥뻥 차면서 내 흑역사를 지워달라고 절규할 거 같다. 돌아가신 조상님들도 그런 기분이실까?



  기록이란 중요한 것이다. 오늘 저지른 과오를 내일 또 저지르지 않기 위해, 오늘 좋았던 일을 내일도 기억하기 위해 어딘가에 적어 둬야한다. 사람들이 맛집이나 좋은 곳에 가서 사진만 찍는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기억조차 희미해졌을 때, 남는 것은 기록뿐이니까. 아, 그래서 그렇게 가짜 뉴스를 만들고, 인터넷백과사전을 임의로 조작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댓글 부대를 만드는 거구나!





  문득 나중에 후손들이 2000년대의 한국을 대표할만한 기록 유산을 찾는다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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