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 속편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원제 - 僕の姉ちゃん 續

  작가 - 마스다 미리







  30대 직장인인 ‘지하루’와 초보 직장인인 ‘준페이’는 꽤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남매다. 누나인 지하루는 시니컬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녀 감성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동생에게 건네는 말은 낭만을 추구하는 것 같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준페이가 회사 여직원의 행동에 두근거리면서 돌아오면, 그 환상을 무참히 깨뜨려버리는 비정함도 갖고 있다. 하지만 어쩐지 얄밉거나 너무하다는 생각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 맞아’를 중얼거리게 된다.



  아직은 순진한 구석이 있는 준페이는 그런 누나의 말에 황당해하기도 하고 어이없어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누나에게 말로 당하는 모습이 좀 불쌍하긴 하지만, 그는 도리어 뭔가 배우고 깨닫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마음속에서 누나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해야 할까?




  두 남매의 저녁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보기 드문 경우 같다. 우선 두 사람 다 직장인인데 야근이라거나 회식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동생과 같이 살 때를 떠올려보면, 걸핏하면 회식에 야근으로 바빴는데 말이다. 음, 일본과 한국의 차이인가? 게다가 준페이는 요즘 청년답지 않게 휴대전화 게임도 안하고 PC게임도 안하고 친구들과 술을 먹고 다니는 것 같지도 않다. 왜 지하루가 동생에게 대놓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 그래서 매일 퇴근하면 집에 와서 누나와 대화하는 건가? 현실 남매라면 서로 으르렁대면서 장난치는 모습이 상상되는데, 이 둘은 차분하고 흡사 가르침을 내리고 받는 관계 같다. 어른의 품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지하루가 하는 말들은 뭐랄까, 상당히 독특하다. 보편적인 생각의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 자신과 비교해보면 그녀는 상당히 독특하다. 마스다 미리의 다른 주인공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개성적이다. 생활방식은 주말엔 숲으로’의 ‘하야카와’가 특이했는데, 사고방식은 이 책의 ‘지하루’가 독특하다. ‘수짱 시리즈’의 주인공인 ‘수짱’이 깊이 생각하고 속으로 삼키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면, 지하루는 은근히 계획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무심하게 그러면서 무척이나 신랄하게 내던지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네일 아트를 하는 이유는 ‘요리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든지, 운명의 붉은 실이 있다면 그걸로 그물을 떠서 다 잡아버린다는 등 발상의 전환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읽는 사람이 심쿵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기도 한다. 명언 제조기인 ‘하야카와’와는 다른 매력의 멋진 문장을 줄줄 만들어낸다.





  그런데 둘의 대화를 보다가, 문득 이건 준페이에게 독인가 약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자들이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은 이런저런 꼼수를 적나라하게 알아버린 그가 연애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가 그런 의도로 한 행동이 아닌데 누나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처음 만나 알아가는 두근거림과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여자 심리를 너무 잘 알게 되서 오히려 선수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여자 친구와 문제가 생겼을 때 더없이 든든한 지원군을 두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음, 지하루같은 언니(누나)라니!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는데, 이미 져버렸다. 쳇, 왜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난 만날 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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