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hin Godzilla, シン・ゴジラ, 2016

  감독 -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

  출연 - 하세가와 히로키, 다케노우치 유타카, 이시하라 사토미, 코라 켄고

 

 



 

 

 

  ‘고질라’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아! 예전에 미국 영화로 본 적이 있다. 미국을 침공한 거대 공룡 비스무레한 괴수로 기억한다. 치고받고 도망 다니고 부수고 무너지고 비명 지르는 내용으로, 그냥 액션 영화였던 것 같다. 그런데 고질라는 일본에서 처음 만든 캐릭터로, 이번 작품은 일본에서 제작했다. 이른바 원조의 자존심을 지킨다! 이런 느낌?

 

  어느 날, 괴생명체가 일본 해안 지역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기어 다니던 괴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급기야는 걸어 다니면서 입에서 광선까지 내뿜는 지경에 이르렀다. 놈을 막아내기 위해 일본 정부는 대책을 세우고, 예전에 그 괴생명체를 ‘고질라’라 부르며 탄생을 예견한 과학자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질라를 막아낼 방법을 찾아내는데…….

 

 

  영화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미국 괴수 영화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괴물이 나타나서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거기에 가족애를 부각시키면서 가슴 훈훈한 마무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달랐다. 괴수가 나타나서 도시를 부수는 것까지는 비슷했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차분히 줄을 서서 대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쩐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질라가 있다는 것 자체가 허구지만, 그 괴물이 바로 옆 골목에서 움직이고 있는데도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은 더 허구 같았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차분하게 이동할 수 있지? 음, 대피의 정석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건가?

 

 

  대신 영화는 회의하는 정부 각료들의 모습만 계속해서 보여줬다. 처음에는 각료 회의를 하다가, 자리를 옮겨서 총리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그 다음에 또 회의실로 이동하고, 뒤이어 다른 곳으로 또 몰려가고……. 멤버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굳이 자리를 옮겨가면서 계속 회의를 해야 하는 지 의문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대 회의실에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대책 회의라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실속 없는 내용만 얘기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각 부처별로 의견 조율이 되지 않거나 팀명을 뭐로 정하면 좋을지 얘기하는 부분 등을 보면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설마 이건 괴수의 공격을 받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인가? 탁상행정을 비꼬는?

 

 

  그러니까 미국처럼 가족애와 생존에의 갈망, 삶의 소중함 그리고 미국 군사력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말만 앞세우고 체면을 중시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부각시키는 걸지도 몰랐다. 아, 그래서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얻는데, 정부에서는 종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장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또한 교통을 통제하고 대피를 돕겠다고 고위층에는 말했지만 정작 교통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면 역시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미국의 압력 운운하는 대사는 그냥 웃기기만 했다.

 

 

  괴수가 나타나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비명 지르는 사람 하나 없는 덕분에 영화는 심심했다. 대신 계속해서 회의하는 장면만 보여줘서, 지루하기까지 했다. 고질라의 첫 등장이 귀엽지 않았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처음에는 동그란 눈에 멍한 표정이 참으로 귀여웠는데, 진화하면서 덜 귀여워져서 아쉬웠다. 역시 어떤 동물이든지 새끼 때가 귀여운 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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