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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부제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원제 - The Assistants, 2016
작가 - 카밀 페리
‘티나’는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로버트’의 비서다. 어느 날 그가 쓴 영수증을 처리하다가 카드회사의 실수로 공돈 2만 달러가 생긴다.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그녀는 10년째 내고 있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버린다. 하지만 경비에 관련된 일을 처리하던 ‘에밀리’에게 그 사실을 들켜버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학자금 대출을 갚도록 영수증 처리를 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은근슬쩍 공범이 되어 버린 두 사람. 그런데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제일 깐깐하다 일컬어지는 회계팀장 ‘마지’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고발당할줄 알았던 둘에게 마지는 의외의 제안을 한다. 자신이 아끼는 다른 비서의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게 일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이제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티나의 고민은 깊어간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회계팀에서 내부 감사에 들어간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는데…….
언젠가도 말했지만, 난 ‘뤼팽’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가 의적이라고 하지만 결국 도둑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올 초에 읽었다면, 혹평을 가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회사 공금을 횡령한 도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올 하반기에 이 나라를 휩쓴 엄청난 사건들을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응원하게 되었다.
에밀리와 티나가 학교를 졸업한 후, 몇 년 동안 생활비를 아껴가면서 갚아야할 몇 만 달러나 되는 학자금은 로버트나 간부들에게는 별 거 아닌 푼돈이었다. 로버트가 호텔로 돌아가서 갖고 오기 귀찮다고 새로 구입하는 골프세트 가격이 두 사람의 대출금을 능가할 정도였고, 그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손수건 값은 티나의 한 달 교통비와 맞먹었다. 그런 일들을 몇 년간 봐왔으니, 부의 불균형적인 재분배에 대해 불만이 생긴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본 짧은 만화가 생각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기라든지 생활비를 조달하는 학생과 부모에게서 모든 것을 지원받는 학생을 비교한 만화였다. 전자는 학비를 버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결국 좋은 스펙을 갖지 못해 회사 취업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후자는 부모의 지원으로 어학연수라든지 자격증을 딸 시간이 넉넉해 취업에서 유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참 씁쓸했다.
어떻게 보면 시작점 자체가 달랐다. 누군가는 잘난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고 돈도 실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주변의 많은 티나와 에밀리, 웬디, 진저 그리고 릴리에게는 그런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능력이나 실력은 없었다. 자기 힘으로 스스로 공부를 해야하고, 학비를 벌어야 했다. 결국 그들은 학자 대출금 때문에 졸업하기도 전에, 사회에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엄청난 빚을 지고 말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학을 안가면 되잖아? 그렇게 되면 그건 또 다른 차별이고 새로운 계급사회의 성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아,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오지 않는다. 개천은 말라버렸고, 어린 새끼 용들은 말라죽거나 굶어 죽어버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개천에서 죽기 직전의 용을 위해 그들은 횡령을 한 걸까? 그게 최선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요즘 사회를 생각하니 통쾌하다가 답답해졌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티나와 에밀리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음. 아마 집 앞에 마티즈가 와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차 안에는 번개탄이…….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