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부제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저자 - 주쯔이








  어릴 적에 ‘금서’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건 읽는 것만으로 법에 저촉되어 잡혀가고 나쁜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이야기가 적혀있기에, 당연히 읽지 말라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 머리가 크자, 그러니까 책장을 펼치자마자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나이가 되면서, 몰래 읽는 스릴을 즐기기도 했다. 그 중의 어떤 책들은 이미 금서가 아니게 된 것도 있었는데, 읽으면서 ‘이게 왜 금서였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영화 제목을 인용하자면,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기 때문일까? 그럼 대체 과거와 현재, 뭐가 달라졌기에 틀렸던 것이 맞게 된 걸까?



  이 책은 역사적으로 금서로 정해졌던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왜 금서가 되었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1장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말라』로,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으로 금서가 된 작품들을 얘기하고 있다. 2장은 『감히 권위에 맞서지 말라』는 제목으로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 책들을, 3장은 『다른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로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로 금서가 된 경우, 이어 4장은 『더러운 욕망으로 사회를 어지럽히지 말라』로 풍기문란이라는 누명을 쓰고 금서가 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5장은 『어떤 언어로도 출판할 수 없다』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으로 금서 역사에서의 주요 작가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1장의 사회 비판에 대한 책들은 주로 동구권, 특히 러시아에서 출판된 경우가 많았다. 독재 정권 아래서 권력을 비판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개인 삶의 향상을 위한 내용조차 제재 대상이었다는 부분에서는 좀 놀랐다. 하지만 개인 삶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에 위배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납득이 되기도 했다.



  2장 권력층에 대한 풍자 부분에서는 종교에 대한 책이 대거 등장했다. 현상금까지 걸렸던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가 빠질 리가 없다. 가족 간이라도 종교나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을 정도니, 대놓고 정치종교 지도자를 풍자하고 희화하면 큰일 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최근까지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고 잡혀간 적이 있었다. 특이하게 여기에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포함되어있다. 그냥 야한 얘기만 담은 책이라고만 들었는데, 그 19금 행위를 하는 주체가 성직자와 귀족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음, 그럼 한국의 몇몇 개신교 목사들이 성스캔들을 일으키는 건 전통을 지키기 위한 건가…….



  3장 자유로운 사상을 표현했다가 금서가 된 책들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든지 ‘몽테뉴’의 ‘수상록’이 들어있었다. 으잉? 왜 저 책들이? 도대체 옛날 사람들은 얼마나 유리 멘탈이기에 저런 책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걸까? 타인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부들부들 떨면서 ‘너 금서!’이러다니. 얼마나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싶었으면 그런 짓을 한 걸까?



  4장 풍기문란이라는 평을 받은 책 목록은 보자마자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코프’의 ‘롤리타’라든지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등이 들어있었다. 로리타를 제외하고는, 주로 여성의 성적 해방이나 직업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여성의 성이란, 예전이나 지금이나 억압의 대상인 모양이다.



  5장은 책을 내놓을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드’라든지 ‘푸쉬킨’ 그리고 ‘위고’가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시대에 제일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저 책들이 금서에서 풀렸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읽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옛날 사람들을 유리 멘탈이라며 근본 없는 조상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판매 중지가 된다거나 조직에서 조직원들에게 읽으면 안 된다고 지정한 금서들이 있다. 특히 권력층에 대한 풍자는 지금도 재판에 회부될 사안이기도 하다. 관대한 지도자라면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넘길 것이고, 벤댕이 속같은 권력자라면 개인 메일까지 뒤져서 잡아갈 수도 있다. 또한 19금 소설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목록에 있는 소설들의 수위가 별로 높지 않아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웹소설들 중에서 19금을 달고 있는 경우에는 그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이 보면 뒤로 나자빠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책보다는 영상물을 금지시키고 있는 추세다.



  그러니까 금서라는 것은, 그 시대의 권력자들의 입맛에 얼마나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건 나이 대에 알맞은 책을 골라주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읽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니까.



  문득 트위터에서 본 사진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다들 권력을 잡으려고 그렇게 애쓰는 거구나. 타인의 생각과 사상, 성까지 제어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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