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Have Space Suit: Will Travel, 1958

  작가 - 로버트 A. 하인라인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 1997’라는 제목으로, 거대한 곤충 형태의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내용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곤충이 거대한 모습으로 나와서 조금 징그러웠지만, 그것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은 무척 속 시원했다. 그리고 최근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으로 본 영화가 있었다. ‘타임 패러독스 Predestination, 2014’로, 시간여행에 대한 내용인데 결말을 보면서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어디선가 스포일러를 당했기에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위에 언급한 두 영화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작품 다 소설이 원작이고, 작가가 똑같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A. 하인라인’

 

 

  우주선을 타고 로봇끼리 싸우는 것만이 SF라고 알고 있던 나에게 다른 세상도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 비록 책을 읽은 건 ‘스타쉽 트루퍼스’ 한 권뿐이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니 이 책,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의 작가가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이건 읽어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느 날, ‘킴’은 달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리저리 궁리하던 그는 공과대학에 가기로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등록금도 열심히 벌던 킴은 비누 회사에서 경품으로 달에 가는 비행 표를 내걸었다는 사실에 흥분한다. 하지만 그는 아깝게도 우주복을 받는데 그친다. ‘오스카’라는 이름까지 붙인 우주복을 입고 뒤뜰을 산책하던 킴은 이상한 무선 통신을 하나 받는다. 곧이어 그의 눈앞에 우주선이 하나 불시착하고, 정신을 차리니 킴은 달에 와 있었다. 꿈이 이루어졌다 좋아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피위’라는 소녀와 함께 우주 해적에게 붙잡힌 신세였다. 우주 해적은 저명한 과학자인 피위의 아버지를 납치하려다가 피위와 우주 경찰인 ‘엄마 생물’을 잡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서 탈출하려던 피위와 엄마 생물이 불시착한 곳이 공교롭게도 킴네 뒤뜰이었고, 엉겁결에 그까지 납치된 것이다. 킴은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은 우주 해적에게서 도망치려는 킴과 피위의 시도, 우주를 처음 나가본 킴의 놀라움과 호기심, 킴과 피위의 수학 능력, 우주 해적의 목적과 엄마 생물이 살던 별의 대단한 과학 기술 등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아직 달에 가기 전이겠지만, 어쩐지 너무 자연스럽게 이미 달 개척은 끝나 있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어?’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마 이 책, 시대 배경이 미래인가? 어쩐지 책이 나온 1950년대 같은 생활 풍경인데, 대사라든지 슬쩍 지나가는 배경은 그게 아니었다. 헐! 이미 달에는 과학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하긴 그러니 비누 회사에서 경품으로 달까지 가는 비행 표를 내걸었겠지.

 

 

  킴과 피위의 모험은 달, 명왕성, 베가 행성을 지나 소마젤란성운까지 이어진다. 그곳에서 그들은 법정에 서게 된다. 그곳에서 우주 해적의 범죄에 대한 증언을 하는 가 싶더니, 난데없이 인류 전체의 생존을 건 재판을 받게 된다. 인류가 미개하고 호전적이기에 제거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장면에서 멍해졌다. 처음에는 ‘어떻게 인간을!’이라고 화가 났는데, 그 순간 주위를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파리나 모기를 죽일 때, 그들의 지적 수준이나 공동체 의식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죽인다. 암컷모기건 수컷모기건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그걸 생각하니, 소마젤란성운의 법정에서 인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네안데르탈인과 로마인, 그리고 킴과 피위를 표본으로 삼은 건 그나마 공정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 번의 전쟁을 겪은 뒤라서 그런지,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작가의 평은 신랄했다. ‘가장 원시적인 수준의 과학밖에 없으며, 그렇게 적은 지식밖에 없으면서도 그 지식을 부족끼리 서로 제거하는 일에 열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다.-p.359' 아, 읽으면서 뜨끔했다. 그래서 두 주인공과 지구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비밀이다.

 

 

  별로 어렵지 않고, 술술 읽혔다. 주인공이 십대라서 그런지 활기차고 톡톡 튀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만 둘이 수학적인 얘기를 할 때는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그것만 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 우주복의 성능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어쩐지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나왔던 ‘수트’가 연상되었다. 같은 작가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수트’는 철저하게 전투용으로 제작되었고 이 책의 ‘오스카’는 우주여행용이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비슷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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