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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부제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원제 - みちこさん英語をやりなおす, 2014
작가 - 마스다 미리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이 작가 드디어 교육계에도 진출하는 건가?'였다. 이제는 학습만화에까지 손을 뻗은 건가라는 다소 황당한 상상도 해보았지만, 출판사가 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는 걸 깨닫고 혼자 피식 웃었다.
이제 마흔인 미치코 씨는 뉴욕으로 여행가기 전에 영어회화를 배워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친구의 남동생이자 학습교재 편집부에서 일하는 시마다에게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엄마는 언제나 처음만 열심히 하잖아.'라는 어린 딸과 남편의 핀잔을 뒤로 하고, 미치코는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꾸만 '왜?'라는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무조건 시험공부를 위해 외우는데 급급했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진도보다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더 중점을 두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 처음에 영어를 이렇게 배우면 꽤 재미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써먹기엔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본격적인 학습 만화가 아니라, 공부를 시작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끼 때문이다.
미치코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질문하면, 시마다는 그것을 쉽게 풀이해준다. 그녀가 물어보는 것들은 대개 학교에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그냥 '거기서는 이런 식으로 써.'라는 대답으로 넘어갔던 내용들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미치코는 일본어와 영어의 차이를 깨닫는다. 예를 들면, 일본어는 우선 말을 꺼내고 나중에 얼버무릴 수 있는 실패해도 되는 언어라고 파악하고, 반면에 영어는 말하기 전에 이미 정리를 하고 시작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을 먼저 말하는 화법을 통해, 의사소통의 재미를 깨닫는다. 어쩌면 그녀는 외국어 학습을 하면서 일본어의 묘미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았다.
시마다 역시, 그런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누군가를 가르친다.'라는 것은 '가르치는 쪽도 시험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공세가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기대하기까지 한다.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도 곧 깨닫는다.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모국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두 사람 다 '언어', 그 중에서 '모국어(일본어)'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책 중간 중간에 언어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느낌이 들어있는데, 거의 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구절이 많았다.
거기다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허세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질문하는 미치코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아는 척을 하면 평생 모르게 된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답을 찾으려 한다면,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달은 미치코의 평범했던 일상은 전보다는 조금은 더 특별한 일상이 되었다.
너무도 평범해서 지루하기까지만 했던 생활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얼마나 외부 세계를 이해하느냐에 달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