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원제 - おとな小學生, 2013

  저자 - 마스다 미리

 

 

 

 

 

 

 

  나는 언제부터, 어떻게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면 서너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초등학생이던 오빠가 책 읽는 모습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책을 읽어주셨다고 한다. 오빠의 증언에 의하면 글자도 못 읽는 꼬꼬마 주제에 감히 오라버니가 보시는 교과서를 가져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읽는 척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건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동생도 그랬고, 조카들도 감히 고모님이 보시는 책을 가져다가 읽는 척을 했었으니…….

 

 

  어린이는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언니오빠아빠엄마가 읽는, 그림이라고 하나도 없는 책에 더 눈길이 간다. 어쩐지 그걸 읽으면 나도 언니오빠가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이가 들면 줄글책보다 어린 조카들이 읽는 책에 더 손이 가니 말이다. 동화책을 집어 들면, ‘어! 이거 예전에 읽은 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든다. 평소에는 기억도 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살던 집의 모습, 그 책을 읽던 날의 날씨, 옆에서 같이 있던 친구가 했던 말, 교실의 분위기 등등이 떠오른다. 비록 HD화면처럼 선명하진 않고, 마치 하얀 베일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여러 동화와 그에 관련된 추억으로 이루어져있다. 글로 된 추억이 한 장 그리고 만화로 구성된 느낌이 한 장. 저자는 어린 시절과 달라진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감정이나 느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 저자 특유의 감성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다. 어떤 대사에서는 ‘맞아!’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뭉클해지기도 했다.

 

 

  중간중간에는 과거의 저자와 현재의 저자가 캠핑을 가면서 대화하는 한 컷 만화도 들어있다. 어렸을 때 어른에 대해 가졌던 의문을 물어보는 꼬꼬마 저자와 거기에 숨김없이 대답하는 현재의 저자, 둘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귀여웠다. 그나저나 숲으로 캠핑을 가서 겨우 핫케이크만 만들어 먹고 오다니……. 이럴 수가! 캠핑은 무조건 고기! 고기! 고기인데 말이다. 고기의 낭만을 모르다니, 안타깝다. 내가 같이 갔으면 옆에서 구워줬을 텐데.

 

 

  그녀가 언급한 동화책 중에는 내가 읽은 이야기도 몇 편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느낌과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무척 달랐다. 그게 참 재미있었다. 한 권의 책을 두고 사람마다 느끼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구나. 하긴 똑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그때마다 와 닿는 것이 다른데, 아예 다른 두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거나, 그냥 넘어갔던 점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여기서 수수께끼 하나.

 

 

  별다른 훈련을 받지 않아도 탈 수 있는 타임머신 중의 하나는? 접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고 뭉클하게 하는 것은? 잊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찾을 수 있는 장소는?

 

 

  그건 바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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