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ふつうな私のゆるゆる作家生活, 2009

  저자 - 마스다 미리

 

 

 

 

 

 

 

  작가가 자신의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사람들은 대개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작가의 길에 접어들었는지 이야기를 하겠군, 평소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말하겠지 등등.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책은 좀 달랐다. 제목에 들어있는 두 단어, '평범한'과 '느긋한'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성격이 느릿한 게 아닐까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책 속의 작가는 여유 만만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어린 소녀가 우연히 잡지에서 열린 캐치프레이즈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서 그런 회사에 들어가고, 이 길이 아니다 싶어서 무작정 도쿄로 혼자 상경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우연히 4컨 만화 연재를 하게 되고, 에세이까지 쓰면서 지금의 마스다 미리가 되는 과정은 잔잔하지만 어쩐지 드라마틱했다. 결국 돌고 돌아서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우연히, 어쩌다가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어쩌면 어릴 때부터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 다양한 편집자를 만나면서 겪은 일들이라든지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찾기 위해 모임에 들어가 경험한 이야기 등등이 양념처럼 곁들여져있었다. 내키진 않지만, 뭔가 괜찮은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버섯 강좌라든지 밤에 하이킹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부분에서는 '아~'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감탄사가 나왔다. 버섯이라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버섯! 냄새도 맡기 싫은 버섯! 그런 곳을 갈 생각을 하다니, 뭐가 평범하다는 거야!

 

  여러 편집자들을 만나면서 생각하는 대목은 무척 인상 깊었다. '서로 존경함으로써 사람은 서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아!'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남을 믿는다는 건, 이런 거구나. 그 사람이 하는 말, 행동, 생각을 믿을 수 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 작가의 느긋함은 단순한 여유만만이거나 느릿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면서 놓친 것들을 잡아내는 느릿함이 아닐까? 그것을 찾아내 자신의 안에서 충분히 소화를 하고 밖으로 내놓는 과정을 갖기 때문에, 그녀의 책에는 반짝거리는 문장이 많은 게 아닐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기에 너무 평범해서, '이런 식이라면 작가 못할 사람이 누가 있어?'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결국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쓸 수 있는 모든 원동력은 자신의 타고난 재능덕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작가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것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책에는 혼자서 도시로 올라와 직장을 구할 때까지의 외로움이라든지, 막막한 앞길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았다. 작가는 그런 어두운 일보다는 희망적이고 밝은 쪽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원래 성격이 낙천적일 수도 있고.

 

 

  문득 작가가 며느리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저런 내용으로만 적은 걸지도 모른다는 뜬금없는 음모론을 떠올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