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僕の姉ちゃん, 2011
작가 - 마스다 미리
누나인 ‘지하루’와 동생 ‘준페이’는 둘 다 직장인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동생의 눈에 누나는 여러모로 불가사의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곡을 찌르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한없이 게으르거나 낙천적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냉정한 커리어 우먼이면서 동시에 순수함을 갖고 있는 소녀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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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대화는 주로 퇴근 후에 이루어지고, 주제 역시 다양하다. 준페이가 회사에서 만나는 여직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자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지하루의 조언이 이어지기도 하고, 동생이 바라는 여성상과 누나가 바라는 남성상이라든지 누나의 일상을 보면서 느낀 준페이의 의문과 깨달음, 그리고 직설적이지만 얼굴 붉히지 않을 정도의 얘기까지 들어있다.
남자들은 여자의 본성을 누나나 여동생을 보면서 배운다고 한다. 집에서는 내숭이라곤 없는 늘어진 모습을 보이지만 밖에 나갈 때는 한껏 멋을 내고, 집에서 하는 목소리와 전화 목소리가 다르기도 하고. 준페이도 생각하지만 ‘세상의 여자들이 모두 저렇지는 않겠지…….’라고 믿고 싶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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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를 바라보는 남동생의 얘기를 읽다보니, 문득 난 어떤 누나였는지 궁금했다. 어릴 때는 내가 학교 가는 게 부러워서 따라다니기도 하고, 고등학생 때까지는 여름밤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면서 더위를 보내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서로 대화가 줄어들었을까? 아마 서로 직장생활을 하면서였던 거 같다. 책에 나오는 지하루와 준페이는 저녁 시간에 서로 잠깐이나마 얘기를 나누었지만, 나와 동생은 음……. 동생은 연애하느라 바쁘고, 난 취미 생활 하느라 정신없던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 때 준페이처럼 동생이 질문을 해오면 난 지하루처럼 대답을 해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저런 식으로 유쾌하면서 적절한 비유와 날카로운 비수를 갖고 있는 대답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그 때의 난 지금보다 훨씬 더 융통성이 없고, 좋고 싫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사람을 파악하는 게 서툴렀으니까. 지금도 그런 능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동생과 살 때는 더 심했다. 음, 동생이 지하루이고 내가 준페이라고 생각하면 더 어울릴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 난 동생에게 여동생 같은 누나였나 보다.
부족한 누나를 둔 동생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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