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진화론 - 창작의 원리에서 도구까지 위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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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창작의 원리에서 도구까지 위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자 - 이인화

 

 






 


  원래 저자나 책 소개를 미리 접하지 않고, 제목과 부제로 내용을 추측하면서 읽기를 좋아한다. 예상대로라면 ‘역시 난 천재!’라고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역시 세상은 넓어‘라면서 감탄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1장을 볼 때까지는 책을 쓰려는 사람이나 그것에 대해 비평하려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서사 창작의 구도라든지 표상 발전 방법론, 205가지나 되는 모티프의 설명과 작품 예시 등등, 창작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이론들이 간략하게나마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문학 입문서인가하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물론 중간에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도표가 간혹 나왔지만, 전공자들은 이런 걸 배우는 가보다라며 넘어갔다.

 


  그러다 2장에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고 하여, 컴퓨터로 창작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의 역사가 서술되어 있었다. 음, 1장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도표는 바로 그런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었다.

 


  마지막 3장에서는 외국과 한국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현황과 사용 빈도, 그리고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창작 도구인 ‘스토리 헬퍼’의 사용법 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우선 창작을 하려는 사람은 프로그램에서 시키는 대로, 만들고 싶은 영화의 장르와 영화 타깃, 인물의 성격과 배경, 그리고 대응 유형, 영화가 전반적으로 말하고자하는 전략적 드라이빙 모티프를 입력한다. 그러면 그가 원하는 작품과 유사성이 있는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등이 추천된다. 이때 창작자는 그것을 약간만 변형을 주어 재사용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르게 바꿀 수도 있다. 저자는 여기서 영화 ‘늑대와의 춤을’과 ‘아바타’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난 두 작품 다 접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용하고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보면 최악의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들었다. 창작하고픈 욕망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좋은 쪽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교묘하게 표절을 비껴가는 도구로 악용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기본 모티프와 서사 구성은 비슷하지만, 다른 요소들이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선설적 인간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이라면, 그런 유사성이 높은 작품들이 나오면 그걸 피해가면서 새로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성악설적인 인간들도 득실대고 있다. 그러니 여러 작품들을 짜깁기해서 창작이라고 만들어낼 수도 있다. ‘셰익스피어 이후로 진정한 창작은 없다’는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과연 그런 프로그램에 의존해서 만들어낸 작품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런 프로그램을 창작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작품을 만든다면? 그러니까 인물의 갈등이나 감정으로 인해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입력한 내용대로 프로그램에서 출력한 사건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 창작자가 인물의 심리나 갈등을 써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게 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창작물들이 우리가 명작을 보면서 느꼈던 인간의 고뇌나 삶에 대한 고찰을 줄 수 있을까?

 


  앞으로 20년 내에 사라질 직업군에 전문 작가가 들어있는 표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면서 비웃었지만, 이 책을 보니 어쩌면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의 후손들은 어떤 느낌으로 창작물을 만들거나 접하고, 거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창작이라는 말은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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