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프레드 로델 지음, 이승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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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oe Unto You, Lawyers!, 1939

  저자 - 프레드 로델

 

 

 




 


  이 책의 초판 발행일은 1939년도이다. 헐, 어머니와 나이가 똑같다.

 


  지금까지 어머니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 태어나서 유년기 때는 6.25 전쟁을 겪으셨고, 이후 이승만 정권 때 학창 시절을 보내고 박정희 정권 때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셨다. 그러니까 제국주의와 전쟁, 독재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까지 두루 겪으신 것이다. 외형도 많이 변하셨고, 여러 가지 외적인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아가에서 소녀, 아가씨, 새댁 그리고 누구 엄마를 거쳐 누구 할머니까지 많은 이름을 가지셨다. 하지만 겉은 변했을지라도, 내적인 면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어릴 적에 본 어머니와 지금 나이가 들어서 보는 어머니는 별로 다르지 않으니까.

 


  그러면 어머니와 동갑인 이 책은 어떠할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930년대의 법과 2014년의 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을 보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법과 그것을 다루는 법률가의 본질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시대 변화에 맞춰서 조항이 추가되고 이름이 바뀐 것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법과 사람은 비슷한 것 같다. 그 본질적인 면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긴 그건 당연한 것 같다. 사람도 이리저리 우왕좌왕 줏대 없이 굴면 간사하고 박쥐같은 인간이라고 배척을 받는다. 법도 마찬가지로 어떤 달은 모두가 다 징역형을 받고, 다른 달에는 똑같은 사안인데 벌금형을 받는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확고한 중심을 가져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그 법을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과연 법이 그러한가?’하는 의문을 던진다. 법이 진짜로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누구나 다 공감하며 믿을 만한 것인지, 법률가들은 명확하고 명쾌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얘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 법률가들과 법에 대한 회의가 가득하다. 특히 1장을 펼치자마자 나온 문장은 인상적이다.

 


  부족 시대에는 주술사가 있었다. 중세에는 성직자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법률가가 있다. -p.21


  헌법 어구의 부정확한 해석, 관할권과 관련된 공허한 일반 원칙에의 호소, 모순된 현실에 아랑곳없는 조세 명칭에 대한 집착, 논점과 한참 멀리 떨어진 내용을 다루었던 오래전 사건의 흐리멍덩한 언어가, 법률가의 멍청한 허장성세와 함께, 연방 대법원이 한 덩어리의 헌법률을 구축하는 기초로 봉사했다. - p.148.


  그러므로 ‘정의’라는 개념을 법적 문제의 해결에 적용하고자 하는 법률가나 법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 p.210

 


  가끔 뉴스를 보면, 왜 재판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과연 자기들 가족이 비슷한 일을 당해도 저런 판결을 내릴까하는 분노를 느낄 때도 있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법은 그것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법의 일관성과 확실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례에 오랫동안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에 근거해야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사람이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지만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법도 기본적인 것은 유지돼야 한다는 말인가 보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뭔지 모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본적인 것은 당연히 바뀌면 안 된다. 하지만 그걸 조금 융통성 있고 시대에 맞춰 적용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꼭 그렇게 꽉 막힌 방식을 고집해야하는 걸까? 이건 어쩌면 내가 법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 그래서 이 책의 서문에서 한 판사가 법이 너무 난해하고 어려운 용어로 되어있다고, 그래서 일부 아는 사람들만 알 수 있고, 그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비난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 역시 법률가들을 현대의 주술가라고 표현했고 말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만,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눈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그에 따른 법규도 많아지고, 클릭 한 번 잘못하면 뭔가 불이익이 우수수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알아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 그래서 법률용어가 어려운 거구나. 공부하기도 어렵고 말이다. 누구나 다 이해하고 적용하기 쉽다면 법률가들이 필요가 없어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었고 말이다.

 


  아, 그렇게 보면 70년 전의 세상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단지 과학 기술만이 발전했을 뿐이지, 다른 부분은 퇴보했거나 머물러있는 것 같다.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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