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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데이빗 레이치 외 감독, 키아누 리브스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원제 - John Wick, 2014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 키아누 리브스, 애드리앤 팰리키, 윌렘 데포, 브리짓 모나한
전설적인 킬러가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연필로 세 사람을 죽일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존 윅’. 은퇴 후 부인과 행복하게 살려고 했지만, 뜻하지 않은 병으로 부인을 잃고 만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부인이 죽기 전에 남긴 선물이 도착한다. 바로 강아지였다. 슬픔에서 겨우 벗어나 강아지와 함께 잘 살던 ‘존 윅’. 하지만 그의 차를 탐낸 동네 불량배들이 집을 습격해 강아지를 죽이고, 차를 훔쳐간다. 존 윅은 분노하고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데…….
자식이 원수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천하의 개망나니지만 자식이라고, 조직과 맞바꾸려는 아버지를 보니 안타깝기만 했다. 하긴 그게 부모 마음이겠지. 자식이라고는 꼴랑 그 놈 하나만 있으니,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다른 아이가 하나 더 있었더라면 과감한 선택을 했겠지만, 보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것도 자식이라고 고이 지켜서 조직을 물려줘야 할 테니 말이다. 거기다 겨우 강아지 하나 죽은 걸로 뭘 그리 유난을 떠냐는 마음도 있었을 테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강아지가 자식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다. 차라리 아들의 손가락 하나라도 잘라서 사죄하는 의미로 보냈다면, 더 진정성 있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스는 사과 대신 암살팀을 보낸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존 윅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지만.
내용은 무척 간단하다. 자신의 강아지를 죽인 버르장머리 없는 애새끼들을 잡아 족치려는 아저씨와 아들을 보호하려고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는 아빠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 단순한 스토리로 100분이라는 상영 시간을 이끌어야 하니까, 장면 장면들이 박진감 넘치고 화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조직원들뿐만 아니라 보스가 고용한 프로 킬러들과 존 윅의 대결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부분은 대결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공격이기도 했지만, 자동차 추격 장면부터 총싸움, 주먹질 그리고 칼 던지기까지 아주 다양한 액션 장면이 나왔다. 그 때문에 별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서 어떤 부분에서는 뮤직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 영화였다.
그런데 보스와 존 윅이 화해를 하거나 극적인 합의를 해서 아들을 용서해도 문제였을 것 같다. 피신해있는 동안에도 정신 못 차리고 노는 꼴을 보아하니, 그 놈이 조직을 물려받으면, 얼마 못 가 망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불만을 품고 배신을 하거나 무모한 짓을 해서 다른 조직에게 공격받아 붕괴되거나.
하여간 자식을 올바르게 기르는 일은, 범죄세계를 주름잡는 보스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영화였다. 아니, 잠깐. 범죄 조직의 보스가 자기 후계자로 기르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못하게 기르는 거잖아? 음,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욕심내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자는 교훈을 주고 있었다.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하다고, 아들네미가 남의 차를 욕심내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